본문 바로가기
여행

[카가와] 다카마츠에서 오기지마 당일여행

by Bani B 2016. 4. 8.

   때는 지난 3월 말, 한창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열리고 있어서 다카마츠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4년 전에 나오시마에 갔을 때만 해도 외국인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카마츠의 게스트하우스에 가니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북적. 왜그런가 했더니 역시나 예술제 때문이었구나...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도 나오시마에 갈까 했었다. 그런데 그 전 주에 나오시마에 다녀왔다는 친구가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했고, 혼자서 천천히 걸으면서 쉬고 싶었기 때문에 한적한 섬으로 가기로 했다. 이누지마, 테지마, 쇼도시마 등을 염두에 두고 게스트하우스 직원분께 여쭤봤더니, 의외로 "오기지마 또는 메기지마는 어때요? 섬이 작으니까 잘하면 두군데 모두 볼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다. 

   


   다카마츠 - 메기지마 - 오기지마 시각표. 

   메기지마(女木島)랑 오기지마(男木島)는 가깝기도 하고 그래서 둘다 가는 관광객들도 많은 모양이었다. 남자섬이랑 여자섬이랑 둘다 간다고 해서 이 구간 운항하는 해운회사 이름이 '자웅(雌雄)'해운...ㅋㅋㅋ 

   왼쪽이 다카마츠에서 출항하는 시각이고, 오른쪽은 오기지마에서 다카마츠로 돌아올 떄 시각이다. 다카마츠에서 오기지마까지 가는 건 510엔이었는데, 중간에 메기지마에서 내려서 보려고 하면 다카마츠->메기지마/메기지마->오기지마 구간 각각 사야한다. 

   참고로 이 구간은 출항 30분 전에야 매표소가 문을 여므로... 갔을 때 문 닫혀있다고 당황하지 않기.(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 배를 타고 다카마츠에서 출항!




   딱 20분 걸려서 먼저 메기지마에 도착했다. 내리지는 않고 멀리서 사진만 찍었는데, 역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홍보물을 곳곳에 세워놓고 있었다. 내릴 사람 내리고, 배는 20분을 더 가서 오기지마에 도착했다. 




   멀리서 봤을 때 '경사 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경사가 심하지 않은 마을쪽만 돌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질 일을 나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 



   섬은 작은데 관광안내소가 굉장히 크고 화려했다. 안에 들어가니 매표소도 있고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팜플렛도 나눠주고 있었다. 마을 지도만 얻어서 다시 나왔다. (...만, 지도가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오기지마 지도. 우선 1번에 있는 오기지마 등대에 간 후, 시간이 남으면 3번에서 5번으로 이어지는 수선화를 보고 6번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3번까지는 그래도 꽤 쉬웠는데, 그 후에 3~5~6번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정말로 끝.이.없.어.서 포기하고 5번까지만 갔다가 다시 내려와버렸다. 



   항구에서 등대로 가는 길. 우선 이렇게 마을을 통과해야한다. 





   살짝 오르막이라서 자전거를 빌리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자전거타고 가는 여자를 두 명 봤다.






"오기지마 등대까지 1800미터. 등대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레츠고"



"오기지마 등대까지 1000m. 기쁨도 슬픔도 1000m"


"오기지마 등대까지 500m. 앞으로 600걸음, 다시 돌아가는 것은 1715걸음"



저 멀리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등대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못찾다가 저 울타리 사이로 작은 쪽문이 있길래 열고 나왔다. 문 옆에는 "가끔 멧돼지가 침입하기 때문에, 이 문을 열고 난 다음에는 꼭 다시 닫아주세요"라고 써있었다. 멧돼지... 섬에도 멧돼지가 있구나. 



   그리고 이런 계단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중간에서 알아차려야 했다만, 이런 계단을 한 열 번 (열 계단이 아니라, 열 세트입니다) 오를 때까지는 경사가 그리 급하지도 않고 오를 만 해서 계속 올랐다. 



이 경치를 볼 때까지만 해도, 조금 덥고 숨이 차긴 했어도 기분은 좋았는데...



   계단이 안끝난다... 정말로... 이제 다 올랐다 싶으면 계단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 스무번째 계단이 나왔을 때 욕할뻔했음. 다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대까지는 그래도 관광객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던 한 시간 반 동안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계속 계단을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고 올라갔다가 또 내려갔다가도 하는데, '다시 올라갈 거면 왜 또 내리막이 나오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리막도 그리 반갑진 않았다...



   사실 가는 길에 수선화도 막 길가에 피어있고 했는데, 정작 그 길이 내가 제일 숨차고 힘들었어서 아무 사진도 찍지 못했다. 이런 계단을 한참 오르다보면 중간중간에 표지판으로 "6번 스팟까지 500미터 남음" 등의 문구도 보이긴 했는데... 믿을 게 못된다. 그 500미터는 분명히 지도상 직선거리였겠지. 웬만하면 이때까지 올라온 걸 생각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을 텐데, 자칫하다가는 다카마츠로 돌아가는 배를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다시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도 그리 편하진 않았다. "급경사 주의"라는 표지판이 나왔을 때 조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게다가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중간에 길이 끊겼다! 길이 끊겼으면 다시 돌아올 줄도 알았어야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길을 '만들어서' 가다가 낭떠러지가 나와서 거의 기어서 다시 돌아왔지...

   다행히 다시 계단이 나왔고, 열심히 내려왔더니 다시 마을로 가는 큰 길이 나왔다. 아... 살아 돌아왔구나...(제가 길을 잘못들어 낭떠러지까지 다녀오긴 했으나, 사실 길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다시 항구로 돌아갔다. 



   항구에서 표를 사고,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마시면서 보니, 항구 바로 옆에 이렇게 나름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다. 인구가 그렇게 썩 많아보이지는 않았는데. 

   참고로 이 섬에는 식당이나 카페 같은 건 한두개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고, (물론 나는 왼쪽 파트만 다녀왔지만) 항구 앞에 음료수 뽑아먹는 자판기가 쭈욱 있었다. 사람사는 곳이니 슈퍼가 없지는 않겠지만, 점심 먹을 사람들은 다들 다카마츠에서 사서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오기지마에서 본 거라고는 등대와 계단 뿐... 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이 날은 혼자서 걷는 게 하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지 뭐. 계단을 오르다보니 '느긋하게' 오르는 게 안되었을 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