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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9

Advent

by Bani B 2019. 12. 4.

   드디어 크리스마스jul가 한달도 안남아 대림advent 기간이 시작되었다. 거실 창에 별모양 램프를 달고, 부엌에는 초를 켜고, 포인세티아julstjärna도 하나 사서 갖다 놓고, 아마릴리스amaryllis도 하나 선물받고(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아마릴리스가 크리스마스 장식할 때 쓰인다) 글로그glögg랑 사프란케익saffranskaka도 먹었고, 루쎄카터lussekatter도 먹었다! 이미 크리스마스식사julbord에 한 번 갔고, 다음주에는 루시아콘서트Luciakonsert를 보러 갈 예정이다. 집에는 페파카카pepparkaka 박스가 등장해서 우걱우걱 먹고 있고 지난 주에 첫눈 온 기념으로 귤도 드디어 개시했다. 크리스마스맥주julöl는 이미 진작에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크리스마스카드julkort를 사서 보낼 시즌이 된 거 같은데 귀찮다... 크리스마스선물julklapp도 귀찮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들뜬 기분을 적는 포스팅이라 생각하셨겠지만 사실 나는 지금 만사가 다 귀찮다. 그냥 푹 자고 싶다. 

 

   10월말에 본 시험 세 개를 운좋게 다 통과하게 되어 4월 부활절부터 시작하는 재시험 기간 중 한 주는 그냥 통째로 놀게 되었다. 그리고 1,3월 시험을 다 잘본다면 나머지 한주도 통째로 비게 되어 2주 내내 걱정없이 놀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여튼 간만에 시험스트레스 없이 맞이하는 봄방학(?)일텐데 스웨덴에만 있기에는 좀이 쑤실 것 같아서 이태리 여행을 예약했다. 유럽 살면 저가항공 많고 이곳저곳 수시로 잘 돌아다닐 것 같다고들 하지만 정작 살아보니 시간 내기가 힘들고 돈도 막상 쓰려면 아까워서 잘 안가게 되더라. 이번에도 여행 예약하기 직전까지 '이거 아껴서 한국갈 때 더 쓸까 그냥...' 엄청 고민했는데, 이번에 안가면 여행가기가 더 어려워질 거 같아서 질렀다! 이렇게 내년 봄까지 기대하며 버틸 뭔가가 생겼다.

 

   이번 페리오드는 수업은 별로 없는데 과제가 너무 많다. 문제는 과제 설명이 진짜 너무너무 불친절해서 그 설명을 읽는데만 며칠이 걸리고, 읽어도 별로 도움이 안되어서 유튜브를 또 보게 되고, 하지만 유튜브를 봐도 과제 뭘 해가야할지 몰라서 헤매는 날들의 연속이다. 프로젝트도 하나 있는데, 카카오톡 통신 프로토콜 분석을 하기로 해서 잠시 들떴으나... (우리나라 앱이니까 한국말로 검색하면 정보가 쫙 나올 줄 알았지) 카톡이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거였나 싶을 정도로 정보가 없다. 시작하기 전에는 '카톡 쯤이야 우리나라 컴공과 애들이 이미 와이어샤크로 분석 쫙 다 해서 블로그에 올려놨겠지'하고 거저먹을 생각을 했으나... 의외로 카톡 프로토콜에 대한 자료는 정말정말 없었고, (분석하기 힘들다는 글만 잔뜩 발견했다) 쓸만한 블로그 글은 7년전의 글이며,(이분이 나를 살렸다) 소수의 학술지 자료도 그 블로그에 기초해서 작성된 것을 발견했고, 여튼 자료가 정말 없어서 카카오에 궁금한 걸 몇가지 문의했는데 보안상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망했네....... 그나마 인용할 만한 괜찮은 자료를 찾았는데 어떤 스웨덴인의 석사논문 >< 어쨌든 자료수집을 한국어로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 정한건데 결국엔 영어로 다 읽고 있다는 이야기. 

 

   1학년 때 들은 과목은 수업자료도 다 스웨덴어였고 용어도 스웨덴어로 번역된 게 많아서 뭔가 일관성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책이랑 수업자료를 다 영어로 준다. 그러면 설명도 영어로 해주면 좋겠는데 설명은 또 스웨덴어로 하고 선생님이 사용하는 슬라이드에도 굳이 그 단어들을 이상한 스웨덴어로 바꿔놓는다. 근데 실험 설명서는 영어인데, 실험하고 나서 조교한테 설명하려면 또 스웨덴어로 해야된다. 시험은 아마도 스웨덴어로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왠지 영어로 나올거 같기도 하다. 과제는 스웨덴어로 해야하니까 용어를 스웨덴어로 알긴 해야하는데, 아니 어차피 업계에서는 다 영어 단어로 쓰고 있는 거 같은데 그냥 영어로 쓰면 안될까 싶을 때가 많다. 선생님 본인도 말하면서 헷갈려하는 거 같은데>< 아까는 과제하려고 자료 수집한 걸 다시 스웨덴어로 정리하는데, 어차피 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라 스웨덴어로 써놔도 왠지 영어로 써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아 헷갈려. 

   그래서 점점 스웨덴어가 퇴화하고 있다. 조모임을 할 때 작년에는 정말 일부러 영어를 안쓰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어차피 모든 용어를 스웨덴어로 배워서 애들이랑 그리 영어를 많이 한 기억이 없다. 아니 그런데 올해는... 안쓰려고 해도 책 설명이 영어고, 그걸 내가 다시 스웨덴어로 바꿔말하느니 차라리 그대로 다시 읽으면서 토론하는 게 낫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스웨덴애들끼리도 요즘 영어를 엄청 섞어 쓴다. 그래서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이제 절반까지 올라간 거 같은데, 그만큼 스웨덴어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아까도 과제를 하는데 도대체 내가 뭘 쓰고 있는 건가 싶어서 영어로 바꿔써볼까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여... 공부해야지, 새해에는 정말 시간을 내서 언어공부를 해야지.

 

   ...비슷한 다짐을 올해 초에도 했던 것 같은데, 아마 기분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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