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왜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 썼으므로 스킵하고, 결과적으로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므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것은, '과연 6시간의 주행연습으로 도로주행을 한번에 통과하는 게 가능할까'였다. 그렇게 7월 3일에 처음으로 도로주행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첫 선생님은 내 상황을 듣고 멘붕이 와서 10분동안 말씀을 제대로 못 이을 정도였다. 차라리 면허를 처음 따는 거면 기능시험을 통과하고 왔을테니 클러치나 기어변속에 대해 대충은 알고 왔을텐데, 종별전환은 기능이 면제^^ 그동안 오토로 연습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기어변속만 바짝 가르쳐서 될 일이겠지만 나는 13년동안 운전 한번도 안한 장롱면허^^ 그래서 도로에서 운전해본 경험도 없고 기어변속 1도 모르는 초보 중의 초보라며 그 선생님은 머리를 쥐어짜셨다.
그래도 첫 선생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릴랙스하게 가르쳐주셔서, 처음 배우는 건데도 그렇게 긴장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만... 두번째와 세번째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은 굉장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시험을 통과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그런 느낌...? 그래서 처음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선생님한테 배운 팁들 덕분에 주행시험을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계획은 이렇게 딱 세 번하고 주행시험을 보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나는 기능시험을 본 적도 없고 기능 때 했어야할 걸 첫번째와 두번째 수업시간에 배운 셈이라, 도로주행 연습을 두 번 더 추가했다. 네번째 수업에서 또 다른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도 참 릴랙스하신 분이라 딱히 내 핸들을 잡지도 않으시고 지켜보시면서 알려주셔서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연습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섯번째 수업에서 만난 또 다른 선생님은 진짜 FM.... 자세에 굉장히 신경을 쓰셔서 운전 자세를 처음부터 바르게 배워야 나중에 디스크가 안온다며 충고해주셨고, 그동안 앞서 배운 시험 요령대로 했더니 '정말 요령만 배웠네'라고 혀를 끌끌 차시던... >_<
그리하여 다섯번의 주행연습동안 네 분의 선생님을 만난 건데, 넷 다 스타일이 정말 달라서 헷갈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양하게 배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저의 목표는 한국 면허가 아니라 스웨덴 면허니까, 코스도는 것보다도 한번 시간내서 평행주차 좀 가르쳐주세요..."라고 말씀드렸건만, 아무도 나에게 주차를 알려주지 않으셨다ㅠㅠ
그렇게 후진도 주차도 못하면서 도로주행시험을 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운전 초보라서 그 전날에야 와이퍼를 어떻게 켜는지 부랴부랴 물어봐서 알게 되었고, 시험 당일까지 '어느 신호에서 유턴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시험도... 꼭 붙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연습한번 더 한다고 치지 뭐'하는 마음이라 코스도 안외웠다. 그냥... 기계가 말하는 대로 잘 따라가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갔다.
다른 사람 시험볼 동안 코스 지도를 대충 보면 되겠지 했는데 내 순서는 왜 1번...? 다행히 시험보기 전에 감독관이 주의사항을 알려줬고, 각 코스별로 제일 많이 떨어지는 구간, 주의하면 좋을 팁 같은 걸 방출해서 그걸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제발 유턴있는 코스는 나오지 말아라' 했는데.... 그 코스가 당첨되었다. 이쯤되니 '나는 오늘 그냥 떨어지는 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동을 걸었다.
진짜 너무 떨려서 감독관이 '연습한다 생각하고 차분히 해요'라고 하셨고 그래서 정말 연습한다 생각하고 운전을 했다. 오전이라 차가 그리 많지 않아서 차선변경 같은 건 다 괜찮았고, 기어변속도 여유있게 잘 했고, 무엇보다 감독관이 한마디도 안하고 조용히 있으니까 기계에서 나오는 길 안내가 또렷하게 잘 들려서, 그냥 걔가 하라는 대로 좌회전도 하고 우회전도 하며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턴... 빨간불이라서 일단 서긴 했는데, '어느 타이밍에 내가 가면 좋을까 유턴은 진짜 모르겠다 어떡하지 아 망했다' 이러고 있었다. 그때 횡단보도 불 바뀌어서 사람이 건너기 시작했고, '아 쟤네 건너니까 저쪽에서 차 안오겠지? 지금 돌릴까?'하면서 돌렸는데 그게 맞았다! ㅠㅠㅠㅠ
그렇게 하늘이 도와서 다시 잘 주행을 했고 (깜박이 끄는 걸 깜박해서 감점을 당하긴 했지만) 그 후엔 계속 직진이라 별 문제 없었고(중간에 갑자기 신호가 바뀌어서 급정거하긴 했지만) 좌회전은 그나마 익숙해서 잘 돌았고(두번째 차선으로 가야하는데 첫번째 차선으로 바로 가서 감점을 당한 것 같지만) 그렇게 가다가 운전학원을 보니 뭔가 모험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기분... 고작 20-30분 남짓 운전한건데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 그리고 감점당할만한 짓을 몇 개 해서 속으로 '이번엔 망했다' 했는데, 시동끄고 나자 감독관이 '합격' 도장 찍어서 줬다. 받고 나서도 '진짜? 정말? 왜? 왜 나 합격임?'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후련하다 :)
하지만 나는 아직도 주차할 줄 모른다.
여튼, 2종 오토에서 1종 보통으로 변환한 후기의 포인트는
- 기존에 운전 경력이 있다면 6시간 연수받고 변환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 하지만 나같은 오토 장롱이 수동으로 변환한다면 6시간은 솔직히 무리... 못해도 10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딱 10시간 연습했는데, 합격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자신이 있지는 않았다. 한두번 정도 더 연습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 클러치, 브레이크, 가속페달을 어떤 타이밍에서 밟고 옮기고 하는지는 유튜브 선생님들이 정말 잘 가르쳐주셨다. 그걸 보고 머릿속으로 엄청 시뮬레이션을 했지. 가족이나 지인의 차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게 안되면 유튜브 반복재생해서 '다음에 주행연습할 땐 이렇게 해봐야지'하고 플랜을 짜두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감사합니다, 유튜버 미남쌤 폴리쌤
운전면허증이 요즘에는 국문/영문 둘다 써있는 게 있으니까, 그걸로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지정 시험장 가서 받아야하는 거란다. 그래서 운전학원에서 대행해서 받는 건 국문밖에 안된다고ㅠㅠ 조금 아쉽다. 그 영문 면허증 있으면 덴마크에서는 바로 운전 가능한데...
어쨌든 이제 남은 것은... 스웨덴 면허.
한국에서는 5초 이상 정지할거면 기어 중립으로 넣고 클러치에서 발 떼라고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웬만하면 중립기어로 안 바꾼다고 한다. 1단으로 바꾸고 클러치 걍 밟고 있는다고... 그런 것도 있고, 뭔가 운전스타일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 무수하게 많은 회전교차로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 이제 한국 운전학원에서 기본을 배웠으니 8월부터는 스웨덴 운전학원에서 그 나라 운전법을 배워보려하는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돈은 엄청 많이 깨지겠지만... 근데 뭐, 한국 면허도 그렇게 엄청 싸지는 않았다 사실.
그래도 이번 7월 목표 하나 달성! 그럼 이제 계절학기 과제를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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