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는 시간이 정말 아주아주 잘 간다... 과제 하나 하면 한 주가 지나있고, 다음 과제를 하면 또 한 주가 지나있고... 어느덧 다음주가 이번 페리오드 마지막 실기수업이고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뭘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나이 탓인가...... 정말 요즘은, 읽어도 돌아서면 까먹고, 들어도 돌아서면 까먹는다. 이래서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
병렬프로그래밍 수업은 완전히 디스턴스로 진행되어서, 수업도 온라인으로 했고 과제검사도 줌 미팅으로 했다. 지난 봄에 처음으로 줌을 켜서 화면을 공유하고 조교와 이야기할 때는 그게 그렇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학교에 가는 게 어색하게 되다니. 다른 과목 하나는 제어공학 과목인데, 학교에서 기계로 실험을 해야해서 일주일에 한번 학교에 갔다. 50명 이상 모이면 안되니까 10명씩 나누어서 소규모로 실험을 했고, 지난 번 포스팅에 썼던 것처럼 모두 마스크를 쓰고 실험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해, 9월 내내 학교 곳곳에서 신입생 환영행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학교 자습실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컴퓨터실에는 10명 이상 들어가지 말라고 붙어있긴 했지만 딱히 제재는 없었고, '자판 위에 깔고 사용하라며' 교실마다 비닐랩이 비치되었다. >_< 비닐랩이라니... 비닐랩을 깔면 뭐해, 저기 앉은 애가 자꾸 마스크도 안쓰고 재채기를 하는데 >_<
-
이번 페리오드만 온라인일 줄 알았는데 다음 페리오드도 이대로 온라인으로 하려나보다. 오늘 뉴스를 보니 대학에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조심해야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던데... 뭐 대학뿐이겠냐.
-
내 블로그를 보고 스웨덴 공대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특히 문과에서 전향하려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내가 블로그에 힘든 얘기를 잘 안써서 수업을 아주 수월하게 잘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켜고 자기 직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과제를 '울면서'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다못한 남친이 '너, 네 블로그에다가 이거 꼭 써. 괜히 사람들 낚아서 이 고생시키지 말고 너 힘든 거 블로그에 다 써' 라고 할 정도다.
대학 와서 제일 힘든 건 사실 언어가 아니다. (공대라서 에세이 쓸 일은 별로 없다.) 과제가 막 쏟아지는데, 학교에서는 그걸 하나하나 차근차근 친절하게 가르쳐주질 않고 그냥 해오라고 한다. '능동적인 학습'을 지향한다며 방향만 제시해주고 알아서 구글링하고 알아서 책 찾아보고 해가야하는데... 저학년 수학은 그래도 유튜브 찾아보면 한국 강의도 많이 나와서 그거 보고 따라갈만했는데, 수준이 높아지면 그런 강의는 유튜브에 잘 없다....... 나는 문과이긴 했어도 수학과학은 늘 자신이 있었고 콤북스에서 수학과학 과목은 다 A받고 왔지만 그럼에도 이제 좀 힘들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수학 때문에 매일 울고 사니까 수학 자신 없으면 5년짜리 프로그램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나는 이 학석사 통합 5년짜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3년짜리 학부 프로그램을 지원하리... (그런 프로그램은 수학 비중이 좀 적고,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하도록 좀더 실용적인 프로그래밍 과목 위주로 짜여져있다.)
-
내년에는 섬머잡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년 초에 지원해야할텐데 그때까지 뭔가 내세울만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까. 과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개인 프로젝트는 엄두도 못낸다. 알바를 그만두면 시간이 날까? 아닐거야... 알바를 그만두면 그 시간에 놀겠지.....
-
알바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그렇게 많이 본다고 하더니 그게 내 한국어 수업에도 영향을 끼칠줄은 몰랐다. 원래 한국어 수업은 거의 대부분이 케이팝을 좋아하는 소녀들이거나 한국에서 입양되어 온 사람들이었다. 이번 학기에 두 반이 개설되었는데, 한 반은 여전히 케이팝을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이고, 다른 한 반은 평균나이가 굉장히 높다. 다들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보시고 관심이 생겨서 오셨다고 >_< 스웨덴 아줌마들이 현빈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보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어쨌든 정말 바쁜 와중에 추석도 지나고 한글날도 이렇게 지나간다. 생각해보니... 추석에 뭔가 일이 있었지. 말뫼 사는 친구 집에서 송편을 빚어먹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음이 났었다. 가끔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나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폭발음이라서 깜짝 놀라 밖을 내다봤는데, 경찰들도 막 소리를 듣고 몰려오고 있었다. 밖에 나갔는데 도로를 완전 통제하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뉴스를 보니 친구집 바로 옆 건물 미용실을 누가 폭탄으로 날려버렸다고...>_<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새삼 '아 여기 무서운 곳이었지' 느꼈다. 작년엔가 룬드에서도 시내 가게에 폭탄터져서 자전거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다쳤었는데... 밤에 어디 갈 때 최대한 건물에서 떨어져서 다녀야하나 생각했다.
-
매주 목요일에 과제검사가 있고 수목요일에 알바가 있어서 한 주를 정신없이 지내고 금요일에 운전연습까지 하고 집에 오면 긴장이 탁 풀린다. 다음 주 과제와 시험이 다가오니 이번 주말에 마냥 놀 수는 없지만 오늘만큼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스타우트가 더욱 맛있어지는 계절이 되었으니 빨래 다돌리면 시스템 가서 스타우트를 하나 사와야지. 김치찌개를 데워먹고 스타우트를 마시며 스타듀밸리를 해야겠다.
'일상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0) | 2020.11.11 |
---|---|
번아웃증후군 : 잘 쉰다는 것 (0) | 2020.10.21 |
2020년 9월 (0) | 2020.09.13 |
한국에 다녀온 후, 스웨덴에서 자가격리 (0) | 2020.08.10 |
2종 오토 -> 1종 보통 변환 후기 (0) | 2020.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