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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2

한국살이 한 달, 그리고 졸업준비

by Bani B 2022. 10. 12.

감이 주렁주렁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남편이 어학당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시간이 안가는 것 같더니 (항상 그와 놀아줘야했으므로...) 그가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어서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주 3회 수영강습에도 다녔고, 재택으로 알바도 했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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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학당은 진도가 확실히 빠른 것 같고 숙제도 엄청 내주는 것 같다. 매일 단어시험을 보기 때문에 남편은 집에 와서도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숙제를 하며 공부를 한다. 너무 열심히 해서 저러다 번아웃이 올것 같아 걱정이지만... 학교 다녀와서 이것저것 조잘조잘 물어볼 때면 그냥 흐뭇하다! 자식 학교 보내면 이런 마음일까... 한달쯤 되니 어학당에서 작문숙제도 내주기 시작했는데, 한국생활에 대해 짧은 글을 써온 걸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과 뭉클함이 느껴졌다ㅠㅠㅠㅠㅠ 아이고 남편 언제 이렇게 맞춤법도 잘 배웠어ㅠㅠ 너도 내가 스웨덴어로 말하기 시작할 때 이런 감정을 느꼈니ㅠㅠ 몇년 전 나에게 '생일 조까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던 그가 어느새 이렇게 많이 배웠다. 어학당 선생님 만나면 절할 듯....
사실 남편은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었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한국드라마를 꾸준히 11년이나 봐온 외국인은 풍월까지는 못읊어도 주워들은 단어는 제법 많았다. 집에서 둘이 있을 때에는 별 희한한 문장을 다 만들며 재잘재잘대서 '저런 말은 언제 배웠대' 싶은 순간들도 많았는데, 막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1도 못써먹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은데, 본인이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이 과연 맞는 건지, 다른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으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한국에 와서 내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그냥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하는 쪽을 택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났을 때 간단한 문장이지만 한국어로 어찌어찌 말하는 얘를 보고 모두가 놀랐다. 정작 나는 '아니 저 정도는 이미 몇년 전부터 했는데?'였지만... 여튼, 난 이미 너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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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지방에서 한국어 공부하려는 외국인이 그렇게 많겠어' 라고 생각하며 어학당이 과연 개강이 될것인가를 걱정하던 나는 그게 다 부질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국인 많다...ㅎㅎㅎ 일하러 온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로지 공부를 위해 여길 온 사람들도 꽤 있나보다. 천안 노잼인데 왜 여길... 차라리 대전엘 가세요<
내가 사는 동네는 이미 몇년 전부터 러시아쪽에서 온 사람들이 생기더니 이제는 완전히 그쪽 사람들 커뮤니티가 생긴 것 같다. 골목에 있는 러시아 식당만 벌써 세 개고, 러시아 슈퍼마켓도 서너개 있다. 우즈벡 식당도 한번 가봤다. 러시아어로 써놔서 못읽는 간판도 있음. 사실 러시아어랑 몽골어가 같은 글자를 쓰니까 그게 러시아어인지 몽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집 바로 앞에 놀이터가 있는데 거기서 노는 애들 중에 한국어를 쓰는 애보다 외국어를 쓰는 애들이 더 많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이 동네에서 한국어 쓰는 애보다 외국어 쓰는 애들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편의점 밖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보면 외국어를 쓰는 아저씨들이 옆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신다. 국제화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것 같았던 이 동네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롭다. 그들에게 이 동네는 살기 좋은 곳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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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졸업논문을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 논문이라. 한국에서 역사학과를 다녔던 나는 학사 졸업논문을 쓰기는 했지만... 교수님 면담은 한번도 하지 않았고 (내가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교수님이 메일 답장도 안주시고 전화도 안받으셔서 포기했었다) 논문제출을 교수님께 직접 해야했어서 언제 뵈면 좋을지 메일로 여쭤봤는데 그것마저 답장을 안주셔서 결국 제출 마감일 전날 교수님 연구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교수님은 "대학원 갈 거예요?"라고 물어보셨고, 안갈거라고 하자 "그래요. 졸업 축하해요" 한 게 끝...ㅎㅎ 내 논문 아마 안읽어보셨을거야... 여튼 논문을 쓰는 과정이나 쓴 후에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아니 그런데 갑자기 석사논문을 쓰라고요? >_< 샬머스공대는 3학년 끝나고 학사논문쓰고 5학년때 석사논문 또 쓴다고 하지만 LTH는 학사논문은 안써도 되고 5학년때 석사논문 하나 쓰면 된다. 굳이 그 학사논문을 쓰는 애들도 몇몇 있었고 그때 나는 '참 열성적인 친구들이로군... 왜 굳이 사서 고생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한번 써볼걸 그랬다.
여튼 스웨덴에서는 이제 그 exjobb을 찾는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 나라 이공계는 졸업논문을 쓸 때 회사와 컨택해서 거기서 일하면서 그 프로젝트에 대해 논문을 쓰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가?) 학생들이 학교다니면서 알바하는 것을 exjobb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논문을 쓰기 위해 회사에서 일하는 걸 exjobb이라고 한다. 그리고 혼자쓰기보다는 둘이서 쓰는 게 일반적이라 회사에서도 같이 쓸 파트너는 있냐고 물어본다. 다행히 같이 쓰기로 한 친구가 있어서 그 걱정은 덜었음ㅠㅠ
여튼 공고도 슬슬 나오고 있고 헤드컨팅 회사에서도 링크드인으로 메시지가 막 날아오는데, 스코네 회사들은 다 어디가고 왜 자꾸 스톡홀름이나 예테보리에 있는 회사들에서만 연락이 오는지 모르겠다... 룬드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아 그럼 우리 코펜하겐에도 사무실 있으니까 연락해봐"하면서 연결해주는데 스웨덴 비자로는 덴마크에서 일을 못합니다 하하ㅎㅎ 어떻게든 스코네에서 해결해야하니 매일매일 링크드인을 뒤져서 채용공고를 찾아내고, 공고는 안냈지만 exjobb 받아줄 것 같은 회사들을 검색하고, 그들의 프로젝트와, 그 회사에서 이전 졸업생들이 썼던 논문들을 검색하고, 그들에게 어떤 주제를 제안할건지를 또 생각하고, 그러고 나서 커버레터를 쓰면 시간이 금방 간다. 머신러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기로 친구랑 정하긴 했는데, 머신러닝은 우리 과 뿐만 아니라 수학과나 의생명공학과나 다른 과들에서도 배우니까 경쟁자가 많은 느낌이다. 10월말까지 이게 대충 정해진다면 11월 말까지 한국에 더 있다갈 생각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뭐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있을 취업박람회에 참석하러 11월 초에 스웨덴에 가야한다. 아마 가야겠지... 오늘도 회사 최소 두 군데는 더 지원해보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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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장에서 한달동안 수영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 두 달째인데 평영은 제법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도 썼지만, 올해 초에 약 세달동안 스웨덴 수영장 기초반을 다녔는데, 두 나라의 강습 방법이 굉장히 다른 게 재미있다. 스웨덴 수영장도 동네마다 다를 거니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다닌 곳은 1주일에 한 번 다녔고, 봄학기/가을학기 이렇게 운영되는 곳이었다. 수영못하는 이민자들이 대거 신청을 하지만 수강인원은 10명밖에 안되어서 수강신청 몇초만에 마감되어버리는 그런 코스ㄷㄷ...
한국에서는 수영장에 가면 발차기 연습을 엄청 시키고, 킥판 쥐어주고 발차는 거 시키고, 음파음파도 킥판을 쥐어주고 시킨다. 하지만 스웨덴 수영강습에서는 킥판을 쥐어본 적이 없다.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안줌... 물 속에서 숨 쉬는 거 배우고, 바닥에 오래 앉아 버티는거, 물건 주워오는 걸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난 후 스웨덴 수영코스의 학습목표는 물 위에서 오래 버티는 것인데, 헤엄을 치다가 힘들면 등으로 떠서 배영 비슷한 걸 하다가 다시 헤엄을 치다가... 뭐 이런 걸 가르친다. 그래서 팔다리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든 물 위에서 오래 잘 놀고 있으면 선생님이 좋아한다. 근데 한국 수영장은 자세를 제대로 배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 위에서 그냥 떠 있으면 "뭐하세요!"하는 곳임...ㅎㅎㅎ 선생님 마음에 안들게 하면 다시 킥판이 등장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물에서 친해져서 좋았고, 한국에서는 그동안 늘 궁금했던 '자세'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한국 수영장 수심이 너무 얕은 것... 1.3미터는 너무 낮은 게 아닐까요. 스웨덴에서 우리 바로 앞시간에 유아반 강습이었는데 그 꼬맹이들이 1.5미터에서 수영을 했었다. 한국에서도 발이 안닿는 곳에서 연습을 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수영장이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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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건강검진을 한다. 나도 7년만에 종합검진을 하지만 남편은 생애 최초 건강검진을 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놀라지. "간호사인데도 병원에서 건강검진 안해줘?" ...네, 스웨덴은 아예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아파서 병원가도 돌려보내는 곳인데 안아픈 사람이 검진해달라고 하면 해주겠나여. 외국인이라서 엄청 비쌀 것 같았지만 어차피 종합건강검진은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나는 심지어 올해 검진대상인 항목이 좀 있어서 비용이 빠지는데도 남편과 비용이 별 차이가 없다. (1인 45만원 정도..ㄷㄷ)
예약에 좀 애를 먹었다... 서울에 KMI라는 곳에서 하면 외국인한테는 결과지가 영어로도 발급이 된다고 해서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예약을 너무 늦게 시도한 게 문제였다. 우리가 주말에만 갈 수 있다보니 토요일 오전 예약을 해야했는데 수면내시경 예약은 미리미리 해야한다는 걸 이때 알게 되었다. 친구가 추천해준 다른 곳도 전화를 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천안에 있는 병원들도 수면내시경은 11월까지 다 찼다는 말에 '아 망했다'싶었는데, 예전에 대전에서 건강검진 했던 게 생각나서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전화했더니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단기체류 외국인이라고 했을 때 어떤 병원에서는 '아 그럼 안되세요'라고 거절했는데, 다행히 이 곳은 비용도 바로 계산해서 알려주고 친절하게 예약해줬다. 다음에는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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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친구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


지지난주까지는 반팔에 7부바지 입고 잘 돌아다녔는데 지난주부터 갑자기 쌀쌀해졌다. 단풍도 들어가기 시작했고 한국에 있을 날도 거의 3주 남았다. 까먹기 전에 병천순대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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