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동안의 한국살이가 끝나간다. 목요일 밤에 다시 출국이라 이제 내일부터는 청소와 짐싸기를 해야하는데 짐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아니, 올 때 가방 하나를 선물로 채워왔으니 오히려 비어야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옷과 책을 많이 샀고 음식도 좀 사서 갈 예정이고 전기장판도 들고 갈 예정이다. 아버지가 전기장판 사업을 하시는데 얇고 가볍고 전기 잘 안먹는 탄소섬유소재의 전기장판이라 다섯 개 정도 들고 가서 스웨덴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예정. 다섯개.... 가방 하나에 다 넣을 수 있겠지. 더블 매트는 무려 양쪽 각각 따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온도차가 다른 남편과 함께 쓰기에 딱이다. (궁금하시다면 메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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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 10주간의 한국어 수업도 끝나고 남편은 글쓰기상을 수상했다! :)) 말도 많이 늘어서, 아까는 내 친구한테 '저는 외국인이라서 한국어 못해요'를 한국어로 말했다. '...라서', '...지만', '...이고' 등을 구사한다니 그저 감동이다. 외국인 파트너가 단기간 빨리 한국어를 습득하길 원한다면 그냥 한국와서 한국어학당 집어넣는 게 제일 빠르다고 생각한다. 숙제도 매일 나오고 시험도 거의 이틀에 한번 보는 것 같고... 공부를 안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쪼끔 더 많이 한 것 같지만... 그리고 학교에 회화모임이 없어서 한국인 친구를 못 사귄게 조금 아쉽지만... 어학원과 함께 취미활동을 한국인과 했다면 한국어 엄청 많이 늘었을 것 같다. 진작 풋살 동호회에 집어넣었어야 했어...
한국인 친구는 별로 사귀지 못했지만 그는 어학원에서 친한 친구를 서너명 쯤 사귀어서 자주 어울렸다. 그래서 한국어수업 끝나던 날도 치맥으로 시작해 2,3차는 술로 달리고 4차를 노래방에서 마무으리... 집에 세시 넘어 온 거는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고서 오늘 그는 친구들과 하이킹을 다녀왔다... 나 없이도 잘 노네 남편... 외롭지 않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는 완전히 이 동네 주민 행세를 하고 있다. 우선 단골집이 늘었다... 단골 술집이 생겼고 단골 떡볶이집이 생겼고 단골 호떡집이 생겼다. 집 뒤에 있는 산은 하도 많이 가서 오히려 내가 그에게 길을 물어봐야했다. 학교 근처에 멋진 은행나무가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고, '너 여기서 초중고 나왔다면서 왤케 길을 모르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나는 한번도 못보고 말로만 들었던 천안천 수달도 그는 세 마리나 보았다. 천안 마라톤대회에도 나가서 기념 메달까지 야무지게 받아왔다. 편의점에 갔더니 마침 뭐 사러 오셨던 삼겹삽집 사장님이 알아보시고 인사를 해주셨다. 다음에 오면 갈 데가 많구나. 다들 그때까지 문닫지 마시고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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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새 강의를 지난주에 등록해서 온라인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전혀 안하고 있다. 1월부터 할 논문 프로젝트가 자연어처리 관련이라서, '뭐...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언어심리학 강의를 교양 과목으로 듣고 있다. 재미는 있는데... 에세이를 쓰고 시험을 치려니 넘나 귀찮네. 그리고 논문 쓸 회사만 찾으면 끝인 줄 알았더니 지도교수도 직접 컨택해서 정해야하고 논문을 심사해줄 교수도 직접 찾아야해서 부랴부랴 컨택을 했다. 지도교수님은 오케이했는데 아직 심사 교수님 컨택을 못했네... 그것도 그럴 게, 교수님들 중에서 자연어처리 관련해 활발히 연구하시는 분은 한분이라, 그분을 지도교수로 삼고 나니 심사할 교수님은 누굴 컨택할지 모르겠다. 다른 애들이 채가서 선생님들 바빠지기 전에 얼른 정해야할텐데. 내일 해야지... 공부는 스웨덴 가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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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직도 가을 날씨다. 오늘은 심지어 19도였다. 해는 다섯시반 정도에 지는데 스웨덴은 눈도 오고 해도 빨리 지니까 가기시러......... 한국 맛있는 거 많은데 스웨덴 가기시러..... 그래도 삼개월 잘 놀았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이번 주말이면 대림 첫주니까 크리스마스 장식도 기대가 되고 glögg가 마시고 싶긴 하다. 가기 전에는 생굴을 사먹고 가야지. 막창도 한번 더 먹고 공차도 사마시고 가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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