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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3

아기, 3개월

by Bani B 2023. 12. 23.

오늘로 아기가 90일을 맞았고 곧 백일을 맞는다. 지난 한달동안 무럭무럭 자란 아기는 이제 키가 65센치에 몸무게가 6.3킬로 나가고, 기저귀는 리베로/팸퍼스 3단계를 쓰고 있다. 옷은 이제 62는 작고 68을 입고 있는데 얼마나 더 입힐수 있을까… 50/56 딱 한달 입혔고, 62를 입힌지 얼마 안되어서 68로 건너뛴 느낌이다. 거의 모든 옷들이 중고라서 쪼그라들어서 그런 걸수도 있지만.

1. 산책

영하5도. 유모차만 타면 곯아떨어지므로 안 나갈 수가 없다

11월말-12월초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영하 5도 정도였는데 이 동네는 겨울에도 보통 0도 언저리이므로 영하 5도 이하의 날씨에 어떻게 입혀 나가야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 한국 정보를 찾아보니 방풍커버, 온열매트 등의 장비를 갖추고 나가던데 여기서도 밖에서 유아차 방풍커버를 본 적은 있지만 당장 나한테 없는 아이템이었고… 결국 평소 입는 옷+모자양말+저 두꺼운 åkpåse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근데 아기는 정말 아주 잘 잤다… 추웠으면 깨서 울었겠지? 요즘 남편과 내가 많이 하는 말은 “괜찮을까? 안 우니까 괜찮겠지?”이다. 감기 안걸렸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

엄마가 스웨덴 왔을 때 함께한 산책. 할머니는 손자가 감기걸릴까 전전긍긍이었지만 정작 손자는 매우 잘 잤다.

https://www.lindex.com/se/p/7233164-5866-vit-vadderad-akpase 똑같은 건 아니지만 대충 이렇게 생긴 거에 넣어 다니는데 아주 대만족이다. 더 추워지면 평상복 위에 후리스 오버롤을 더 입히고 저기 안에 넣어 다니면 될 것 같다.

2. 독서

독서…에는 아직 흥미가 그닥 없는 것 같다. 한국의 국민템이라는 아기코끼리 코야에도 아직 그리 관심이 없다. 저 거울책에 쪼끔 관심을 보이고,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건 동물소리 나는 사운드북이긴 한데 금방 질리는 듯. 하루에 한두번씩 보여주고는 있다.

3. 바운서와 장난감

바운서에는 아직도 잘 앉아서 논다. 근데 타이니모빌은 벌써 좀 질린 것 같다… 아니, 보여주면 잘 보긴 하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면 모빌을 안보고 사람을 본다. 그래서 내가 옆에 있음 안됨…
이제 저런 장난감 쯤은 잘 잡긴 하지만 놓치고서 다시 잡는 건 잘 못하는 것 같다. 침을 진짜 으어어어엄청 흘려서 가제손수건을 목에 끼워줬더니 저렇게 잡고 흔드는 데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흔들기만 하면 다행이게, 아주 그냥 물고 빨고 난리다… 하루에 가제손수건을 몇 장을 쓰는지 모르겠다. 이곳저곳에서 받은 턱받이가 이제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중고로 더 살까싶다.

4. 잠

저것도 유아차 안에 넣고 쓰던 åkpåse였다. 아기가 잘 때 한동안 아기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불이 아기 얼굴을 덮고 있어서 식겁했고, 그 후로 아기이불은 거실에서 놀때 좀 춥다 싶으면 ‘내가 볼 때만’ 덮어준다. 밤에 잘때 방이 좀 추워서 sovpåse나 수면조끼 같은 걸 사야하나 생각했는데 sovpåse가 은근히 비싸더라… 그래서 유아차에서 저걸 꺼내서 침대에 넣고 쓰니 딱이었다. 아기도 안정감을 느끼는 듯 했고.
하지만 이번주부터 저걸 못쓰고 있습니당… 아기의 발차기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발을 90도까지 마구마구 들어올리는데 저거 지퍼 닫은 채로 그렇게 발버둥을 마구마구 치다가 답답해서 울고 깨고… 지퍼를 열고 자면 결국 다 차댕겨서 이불 역할이 제대로 안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이불없이 재우고 있다. 더 추워지지 않기를…
   그나저나 90일이 된 오늘, 처음으로 아기가 여덟시간 통잠을 잤다! 어제 밤 10시반에 재웠는데 아침에 깨보니 거의 7시라서 놀랐다…세상에. 아가야 덕분에 엄마가 세달만에 여덟 시간을 쭉 자서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았어!! 앞으로도 이렇게만 가자….
   하지만 오늘 아침에 3개월 접종(로타바이러스2차+파상풍,디프테리아 등 접종)을 하고 와서 저녁에 열이 38.5도까지 올라서ㅠㅠ 해열제 먹이고 겨우 재우긴 했는데 아무래도 이따 또 깨겠지? 통잠은 내일부터 다시 잘 해보자 아가…

5. 쪽쪽이
우리 아가는 쪽쪽이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2개월이 지나고 나서부터 쪽쪽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안쓸 생각이었는데 우는 게 잘 안달래질 때 가장 효과적인 건 젖을 바로 물리는 거고 그게 안되면 쪽쪽이를 쓸 수밖에 없더라ㅠㅠ 원래는 잘 때 침대에 눕혀놓고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재우는 습관을 들였으므로 딱히 안아서 재우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리고 쪽쪽이도 잘 때 물려주면 중간에 빠져도 안울고 잘 잤었는데… 이제는 쪽쪽이가 빠지면 빼액 울거나 칭얼댄다. 그리고 누워서 잠드는 걸 거부하고 자장가도 거부… 낮잠은 눕혀서 재울 수 있는데, 밤잠은 이제 눕혀서 자장가 부르면 더 울어서 요즘에는 아무말 안하고 안아서 쪽쪽이 물린 채 흔들흔들 하다가 눈이 감기려 하면 잽싸게 내려놓고 방을 재빨리 나온다. 그러면 좀 칭얼대다가 잠드는 것 같다. 다행히 중간에 쪽쪽이가 빠져서 깨도 오래 울지는 않고 그냥 빼액 하고 다시 잠들긴 하는데…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어두운 방 안에서(암막커튼까지 치고 자서 정말 어둡다) 한밤중에 애가 울고 있을 때 쪽쪽이를 찾기가 좀 힘들었는데 야광쪽쪽이를 사고 나서 광명 찾았다… 필수템입니당. 이제 잠결에 쪽쪽이 찾으려다 애 얼굴 쳐서 더 울리는 짓은 안합니다…

6. 먹는 것
이제 완전히 모유수유를 끊었다. 예전에 젖몸살을 겪어서 모유를 줄이는 게 겁이 났었는데 의외로 아무일 없이 잘 끊었다. 11월까지는 거의 세시간에 한번씩 모유수유를 하고 분유 보충을 했었는데, 11월 말부터 모유를 주는 텀을 늘렸다. 즉, 한번은 모유+분유, 한번은 분유만 주는 식으로 며칠 했었다. 그러다가 한번 더 건너뛰어서 분유 두번 모유 한번 이런 식으로 했었고, 그렇게 해도 가슴이 더 부었을 때 아예 하루에 한두번만 모유를 줘봤다. 그리고 이틀에 한번으로 했다가 아예 안 준지 지금 1주일이 지났는데 가슴도 아무렇지 않고 애도 모유를 안 찾는다. 샤워할 때 조금 나오긴 하는데 그 정도쯤이야. 수유패드는 혹시 모르니 얼마간 더 하고 다닐 예정이다. 여튼 그렇게 약 한달만에 자연단유에 성공해서 다행이고 기쁘다.
그래서 아기는 요즘 하루에 다섯번 정도 먹고, 매번 150-200밀리 정도를 먹는다. 물론 주변에 재밌는게
있어서 정신팔리면 100도 안먹고 퉤 하기도 하지만. 예전에 60일쯤 되었을 때 분태기가 오는 듯했는데 며칠 안지나서 다시 잘 먹어 다행이었다. 그때 들었던 조언이, 그거는 어쩔 수가 없고 그냥 10밀리, 20밀리라도 자주 먹이는 수밖에 없다해서…ㅠㅠ 여튼 그 후로 나도 마음을 좀 내려놓은 거 같다. 적게 먹는 날도 있는거지 뭐…이러면서.
밤에는 9시쯤에 먹고 보통 새벽 3시쯤 깨서 한번 더 먹고 7시에 깬다. 어젯밤엔 저 새벽3시에 안깨고 쭈욱 자는 기적을 보였지만ㅠㅠ 앞으로도 부탁해 아가…

7. 크리스마스 사진촬영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중고로 크리스마스 느낌나는 옷을 구매했다. 그리고 사진을 신나게 찍었는데 벌써 옷이 작아져서 크리스마스날에는 못입지 싶다ㅠㅠㅠ

2주 전, 엄마랑 동생이 와서 미리 크리스마스 디너를 했을때 잘 입었다

8. 셀프 백일 사진
저번에도 썼지만, 백일을 맞은 다른 친구와 함께 미리 백일 촬영을 했다. 한복은 한국에서 중고로 산 걸 이번에 엄마가 들고 오셨다.

아기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도 의자가 맘에 들었는지 잘 앉아있었다. 웃어줘서 고마워 아가

요리를 잘 못하는데 떡을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엄마가 마침 아주 쉬운 백설기와 수수경단 ‘키트’를 가져오셔서 정말 쉽게 했다. 게다가 맛있어서 담에 한국 갈때 또 사오려고 한다.

백설기 키트:
https://riceclay.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1128&cate_no=154&display_group=1

그대로설기가루(백설기)

riceclay.com

가루를 체에 한번 치면 더 좋다고 해서 체에 치고 종이컵에 담았다.(가루만 넣으면 된다. 물 같은 거 안부음) 그리고 밥솥에 실리콘찜기 받침대를 넣고 밥솥에 물을 조금 부은 뒤 종이컵들을 받침대 위에 올리고 ‘만능찜’모드로 20분 돌렸더니 완성이 됐다. 진짜 너무 쉬웠음… 그냥 백설기도 맛있었지만 블루베리맛 백설기도 의외로 맛있었다.

수수경단 키트:
https://www.ssarijai.com/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2390

수수팥떡 재료( 반죽120g 4봉+고운팥고물200g)백일떡 돌떡 떡만들기 수수경단

마을기업 싸리재

www.ssarijai.com

이거 담에 한국가면 꼭 많이 사올거다. 백설기보다 훨 쉬웠음. 그냥 저 반죽을 주물주물 동글동글 빚어서 끓는 물에 넣고, 물 위에 떠오르면 1-2분 더 끓였다가 찬물에 식혀서 팥고물 묻혀 먹으면 끝. 너무 쉬운데다가 맛도 있음. 팥이 들어간 떡이 먹고 싶었는데 딱이었다.

9. 그밖에…
여튼 아기는 잘 크고 있다.
- 엄청 많이 웃고 목소리도 커졌고 꺄르륵꺄르륵 꺅꺅 끼윽끼윽 잘 웃는다. 사람이 앞에서 웃으면 덩달아 웃는데 딱히 엄마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사람이면 다 좋아하는 것 같다.
- 터미타임은 원래도 잘했지만 더 잘하고 있다. 뒤집기 시도는 아직 안하는데 그냥 늦게 해주면 좋겠다…
- 딸랑이에 조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라마즈애벌레를 안겨줘봤는데 그냥저냥 잘 안고 있다.
- 고리가 달린 장난감을 쥐어주면 그 고리를 꼭 쥐고 있는 걸 보니 왜 이 시기에 고리가 주렁주렁 달린 장난감을 추천하는지 알겠다.
- 한국에서 코끼리치발기를 공수해 쥐어줘봤는데 잘 쥐고는 있는데 열심히 빨지는 않는다… 아직 그게 빠는 건지 잘 모르나? 아직 그 단계는 아닌 것 같다.
- 가제손수건으로 얼굴 위를 살짝 덮어 3초 정도 눈을 가렸다가 ‘까꿍!’하는 놀이를 어제부터 시작해봤는데 좋아하는 것 같다.
- 거울에 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에 보이는 나를 보고 웃는데 자기 자신을 보면 좀 심각해진다.
- 안아서 집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여주는 방구석 투어를 좋아한다.
- 역방쿠는 여전히 잘 쓰고 있다.

와, 여기까지 썼는데 안 깬 걸 보니 오늘 밤에도 잘 자려나? 나도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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