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와서 사무실에 사람이 정말 없어졌다. 다들 휴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휴가가 연간 25일, 즉 5주인데 우리 회사는 5일 더 줘서 연차가 30개가 있다. 근데 어쩌다보니 벌써 다섯개를 썼다. 부활절 때 하나 쓰고 미드솜마 때 또 하나 쓰고 뭐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여름 휴가는 벌써 1월에 계획을 하고 비행기표도 일찍 사놨는데, 3주나 4주냐를 두고 고민했더랬다. 남편은 한국여행 3주는 짧으니 4주로 하자고 했지만, 나는 나중에 아기 어린이집 시작할 때 적응기간을 생각해서 연차를 아껴두고 싶었다. 나중에 따로 어딘가 나들이갈 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달까.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름휴가 3주만 낸 게 너무 아쉬워지더라. 3주... 아니 그렇게 힘들게 애기 데리고 가는데 고작 3주? 이런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연차 뒀다가 나들이를 간다니, 가을겨울 어차피 어둑어둑 어두워서 뭐 어디 가고나 싶겠어? 어린이집 적응기간에 그냥 육아휴직 쓰면 되는거 아님? 아껴놨다 뭐해 그냥 한국갈때 써!
게다가 팀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본 4주를 쉬고, 어떤 사람은 육아휴직까지 붙여서 아예 두달을 내리 쉬기도 하니ㅠㅠ 휴가일정을 조정하고 비행기표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는데 마침 보스는 휴가중이고... 그녀의 여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다가, 그가 스웨덴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 혹시나 해서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봤다. 다행히 바로 "그럼! 일주일 더 쉬어도 되지! 표 바꾸면 알려줘"하고 회신이 왔다ㅠㅠ 그리고 나도 바로 에미레이트에 전화해서 표를 바꿨다. 야호! 비록 변경수수료가 꽤 많이 들어서 가슴이 좀 아프지만... 휴가계획을 미리 잘 세워야한다는(+'너 후회할거야'라던 남편말을 좀 진지하게 들을걸 하는...) 교훈을 얻었다.
헤헤 한국행이 이제 한달도 안남았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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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다닐 맛나는 이유는 휴가 때문에 사람이 적어서 더 쾌적한 것도 있지만 나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머신러닝으로부터 (당분간) 벗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프로젝트에 그렇게 엄청 필요한 것 같지 않은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놓은 걸 걍 '에이 안되겠다 이거 그냥 빼자'했던 전적이 있어서 더욱 의욕이 없었다. 그래서 ' (절대 내가 이거 하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 다른 거 더 중요한거에 집중하는게 어때여'라고 프로젝트매니저를 설득하여 다른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재밌어서 시간이 금방 간다. (그리고 사실 이게 원래 내가 하기로 되어있던 거였음...) 그리고 성과가 눈에 보이니 뿌듯하다. 다시는 나 그런 거 시키지 말아요...라고 하고 싶지만 그런 말은 해도 되는 걸까 안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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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열심히 하다보니....가 아니라, 아기가 하도 이것저것 만지고 씹고 하는 바람에 번쩍번쩍 들어 옮기느라 그랬는지, 어깨부터 시작해서 손끝까지 너무 아파서 잠도 못들 정도였다. 그래서 물리치료사를 찾아가서 침을 맞긴 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결국엔 운동이 답인데, 일하고 애 보다가 재우고 나면 그냥 기운이 너무 없어서 암것도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겠지?
그 영향인지, 지난 주말부터 턱근육이 으어엄청 아팠다. 첨엔 위아래 어금니가 아파서 이빨이 썩었나보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위아래 어금니가 동시에 이렇게 아픈게 좀 이상했고 아픈 부위도 자꾸 바뀌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그건 교근(저작근)이 뭉쳐서 그런 걸 수 있으니 마사지를 하라고... 일주일 내내 틈날 때마다 마사지를 했더니 좀 풀어진 것 같긴 한데, 내가 자면서 이를 꽉 악무는 습관이 있어서 그걸 고치지 않으면 계속 이렇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데, 나는 도대체 어디서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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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남편이랑 아기가 닷새동안 시골에 가 있어서 나 혼자 집에 있었다. 첫날은 좀 신이 났었는데 이튿날부터 조금 허전함을 느꼈다.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각종 청소를 하느라 심심하진 않았지만... 특히 마지막 이틀동안에는 아기가 열이 39도까지 올라갔었다는데 (돌발진이었던 것 같다) 아기가 멀리서 아프다는 게 괜히 안쓰럽고ㅠㅠㅠㅠ
닷새만에 돌아온 아기는 나를 보고 웃기는 했지만 뭔가 낯을 가리는 느낌이었다. 너 아직 기억력이 그거밖에 안되는거야 아가? 고작 닷새 떨어져있었다고 엄마를 보고 긴가민가 하는거야? 그리고 닷새만에 부쩍 커서 왔다. 시골 가기 전에 잠깐 손을 놓고 몇초동안 서있는 걸 할 수 있는데, 다녀오고 나서는 아주 그냥... 틈만 나면 서서 놀고 있다. 에구 우리 애기 너무 빨리 크는 거 아니야? 배시넷은 정말 물건너감...
한국여행을 앞두고 백신을 뭘 맞으면 좋을까 간호사한테 얘기했더니, 12개월에 맞는 접종은 미리 10개월 검진할 때 맞을 수 있도록 조치해준다 했고, 그 밖에 A형간염 백신을 미리 맞힐 수 있을지 따로 알아보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래서 백신 접종하는 곳에 예약하고 갔는데 그곳 간호사는 매우 심드렁했다. "한국 어디 가는데? 뭐 도시에만 있을거면 굳이 미리 맞을 필요 있나? 맞히고 싶으면 맞혀줄 수는 있지만 아직 돌도 안되었고... 뭐 부모가 정하는 거지 뭐!" 이런 반응이라... 나도 고민하다가 그냥 안맞히고 왔다. 한국 가서 맞힐 수 있으려나? 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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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지난 주에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다. 룬드 공설 수영장이 여름내내 공사중인데, 옆동네 셰블링예에 지은지 얼마 안된 모던한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친구 가족과 다녀왔다. 스웨덴에서 자유수영을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한쪽은 수심이 1.2미터였지만 다른 한쪽은 3.8미터였...ㄷㄷ 중간에 25미터쯤 가면 갑자기 확 깊어지는데, 물이 맑아서 그 깊어지는 게 선명하게 잘 보였고 그걸 보니 좀 무서웠다... 처음에는 진짜 너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계속 헤엄쳐서 갔는데, 나중에는 다행히 적응이 되어 그렇게 왔다갔다 평영과 배영연습을 하고 왔다. 수영강습 다닌지 3년만에 드디어 발 안닿는 곳에서 자신있게 헤엄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매우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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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일단, 걱정하던 비행기표 변경을 순조롭게(돈은 좀 깨졌지만) 했으니 오늘 밤은 좀더 잘 잘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밤에 아기 땜에 한번 깼는데, 아기는 금방 다시 잠에 들었지만 나는 1시반부터 4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오후 4시반이네. 금요일이니 이제 로그아웃하고 퇴근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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