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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4

우리 아가, 10개월

by Bani B 2024. 8. 7.

10개월 된 게 벌써 2주 전인데 이제야 기록을 한다. 10개월 검진에서 측정한 키는 78센치, 몸무게는 9.6킬로. 

 

먹는 것

하루에 세 끼 이유식을 먹고, 중간중간에 분유나 스무디 같은 간식을 먹는다. 그리고 자기 전에 200밀리 정도를 원샷하고 잔다. 이빨이 여덟개나 나서 그런가 이제 갉아먹는 것도 꽤 잘하고, 과일도 적당히 잘라주면 알아서 잘 뭉개서 먹는다.

 

그러던 어느날....(은 지난 주 목요일이었다.) 그날은 다행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남편과 내가 둘다 집에 있었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기는 늘 먹던 시판 이유식을 냠냠 먹고 있었는데, 낮잠을 못자서 그런가 온갖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레가 들렸는지 켁켁 대길래, (평소에도 있는 일이므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켁켁...을 꽤 오래해서 남편이랑 나랑 둘다 잠시 숟가락질을 멈추고 빨리 아기의자에서 애를 꺼냈다. 남편이 하임리히법을 해서 좀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다시 앉히니 또다시 켁켁거리기 시작했고, 남편이 '112 부르는게 좋겠다'해서(스웨덴은 경찰도 구급차도 112다) 재빨리 휴대폰을 가져와 전화를 했다. 남편은 열심히 애 등을 퍽퍽 치면서 자기는 정신없으니 나보고 통화하라고 하는데, 아니 나라고 뭐 정신이 있겠어? 현지인이면서 간호사인 네가 통화를 해야하는게 아닐까? 간신히 정신차리고 '애가 점심먹다가 목에 뭐가 걸렸다'라고 내뱉긴 했는데 그 후엔 정말 정신이 없어서 남편에게 토스했다. 혼자 있다가 이런 일이 생겼으면 나 진짜 어떻게 했을까...? 

   통화를 하는 중에 아기가 갑자기 멀쩡해졌다...>_< 그래서 '괜찮은 것 같으니 안와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음식물 뱉어냈어? 딱히 뱉어낸 게 없어? 그럼 혹시 폐로 들어갔을수도 있으니 가서 진찰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 끊자마자 사이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우리집과 병원은 도보 10분...) 밖을 내다보니 구급차가 두 대나 왔다. >____< 건장한 아저씨 네 명이 온갖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데 우리 아기는 그 사이에 정말 멀쩡해져서 활짝 웃으며 아저씨들을 맞이했다. ...민망한 것은 엄마아빠의 몫.....>_< 간호사 아저씨가 청진기로 요리저리 진찰을 하고, 맥박을 재고, 체온을 잰 후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의사랑 통화를 좀 해봐야할 것 같다'며 통화를 하고, 그 사이에 나머지 아저씨들은 아기와...놀았다 >_< '엄마 민망하니까 너무 그렇게 웃지마'라고 한국말로 말했지만 아기가 들을리 없고 그냥... 온갖 개인기를 다 꺼내놓음... 

   '어쨌든 이렇게 신고한 거 정말 잘한 일이다'라고 하며 아저씨들은 떠나고, 아기는 완전 신났고, 우리는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털...썩. 아기가 켁켁 대는 그 1분동안 얼마나 놀랐나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아가 앞으로 그러지마ㅠㅠ 밥먹을 땐 가만히 앉아서 꼭꼭씹어 먹는거야 아가... 

 

어쨌든 뭐, 그런 사건이 있긴 했지만 아가는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자는 것

미드섬머 때 시골집에 며칠 다녀온 이후+감기를 일주일 앓은 이후로 잠시 껌딱지가 되나보다 했다. 밤에 깨서도 자꾸 우리를 찾으며 울고, 결국 우리 침대에 셋이 자게되고 그래서 '이제 분리수면은 이렇게 끝났구나...' 했는데, 다행히 다시 혼자서도 잘 자기 시작했다. 재우는 건 우리 침대에 같이 누워서 재워야하지만, 잠들고 나서 후다다닥 옮기면 어쨌든 아침까진 쭉 잘 자고, 중간에 깨서도 다시 잠드는 것 같다. 휴우. 분리수면 절대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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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

10개월을 며칠 앞두고 걷기 시작했다!!! 9개월 조금 지나서 혼자 점점 오래 서있기 시작하더니, 세발짝 정도 가기 시작한지 며칠만에 꽤 오래 걷기 시작했다. 손에 장난감쥐고 걷는 걸 보는데 그냥...너무 신기했다. 저 거실 한구석에 누워서 모빌이나 쳐다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애기 언제 이렇게 컸어ㅠㅠㅠㅠ 재빨리 가야할 때는 (갑자기 식기세척기가 열린 걸 봤다거나... 냉장고문이 열린 걸 봤다거나...) 기어서 재빠르게 가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면 걸어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가끔 넘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안아프게 알아서 잘 넘어짐.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거는, 문을 열고 닫는 데 재미를 느껴서 문에 손이 끼일까봐 계속 보게 된다... 

   집에 있는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면 그걸 떼려고 집중하는 게 꽤 귀엽다. (떼고 나서 입으로 바로 가져가므로 계속 봐야함...) 염소도 아닌데 종이를 뜯어먹어서 큰일이다. 집으로 날아온 청구서를 가지고 노는 걸 아무 생각없이 뒀는데, 나중에 보니 귀퉁이가 꽤 많이 뜯겨 있었다. 재빨리 입을 열어 좀 꺼내긴 했는데 아무래도 약간 먹은 것 같다... 

   블럭 가지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쌓는 건 못하지만 엄마가 쌓아놓은 블럭을 무너뜨리는 건 누구보다도 잘한다. 책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 걍 물고 뜯을 뿐... 놀이터에 있는 그네 타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그것보다는 풀밭을 걷고 돌아다니는 걸 더 좋아한다. (한국가면 더워서 안되겠지..?) 박수치고 잼잼 하는 건 꽤 잘 따라하고 곤지곤지도 기분내킬 땐 한다. 엄마 아빠라고는 하지만... 기분좋으면 아빠, 뭔가 필요하면 엄마 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파파라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고, 아빠,엄마를 자주 말한다. 아니면 '티따!'

   티비를 틀어놓으면 티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리모컨에만 관심이 있어서 열심히 찾아다닌다. 소파에 숨기기도 하고 선반에 숨기기도 하고... 줬다가 빼앗으면 운다. 아주 애기애기할 때는 지가 손에 뭘 들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고, 줬다가 빼앗아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난리가 난다. 티비에 관심을 보이는 건 딱 하나, Babblarna 를 틀었을 때 >_< 나는 최대한 미디어 노출을 피하고 싶었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남편이 열심히 보여주는 것 같다... 남편말로는 애가 포켓몬에는 전혀 반응이 없는데 Babblarna만 틀면 애가 티비 앞으로 가서 열심히 들여다본다고 한다. (눈나빠져 아가...) 자장가도 딴 거 다 필요없다. 애가 엄청 흥분해있을 때 Babblarna vaggvisa 틀면 바로 얌전해진다. 신기해...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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