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신이 없다… 회사 중요한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내가 맡은 일을 끝내야하는데 inskolning(어린이집 적응기간) 때문에 100프로 일을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해도 받을 수 밖에ㅠㅠㅠㅠ
어린이집 일주일. 아가는 어린이집 놀이터를 아아아아주 좋아한다.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나오는데 노느라고 쳐다도 안봄…
어린이집 놀이터는 적당히 작고, 콘크리트가 아닌 흙이고, 아기가 좋아할만한 게 많아서 마음에 든다. 선생님은 세 명인데, 한 분은 좀 차가운 것 같지만 아기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친절하고 늘 여유가 있어보여 안심이다. 세 분 중 두 명이 외국인인데, 나도 외국인이니 귀를 더 쫑긋 세운다. 그분들의 언어능력이 어떻든 아기를 잘 보살펴주시니 최고.
예전에 modersmålslärare로 일할 때, 스웨덴 어린이집이랑 초등학교에서 일하며 느낀 거지만(그때는 어린이집도 모국어수업을 지원했었다) 스웨덴 교육의 기본 방침은 방목하며 자립심 기르기가 아닌가 싶다. 애들이 나무를 타고 놀아도, 좀 위험해보이는 상황이어도, 아주 위험한게 아니면 걍 냅두는 거 같다… inskolning하면서 남편이 이틀, 내가 이틀동안 어린이집에 몇시간동안 있으면서 지켜봤는데, 남편도 나도 애들 넘어지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걸 한두번 본게 아님… 밥도 일일이 안먹여주고 일단 스스로 스푼이랑 포크로 먹어보도록 지켜봄… 처음에는 너무 걱정이 되었는데, 어차피 바뀔거도 아니니 차라리 우리애를 강하게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이집 일주일을 겪고 나니 아기가 스스로 포크로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지는 못하지만… 모래밭에서 넘어지고도 재빨리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이구 기특해
https://youtu.be/BR9a-HARiug?si=bACSm6sjiRv78-VS
첫날에 이쁜 옷 입혀 갔는데 애들 다 저런 옷 입고 놀이터에서 노는 거 보고 바로 방수옷 입혀 내보냈다. 비가 오든 말든 애들은 축축한 흙 가지고 노니까 이쁜 옷 소용 없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어린이집 등원룩이라며 선물 많이 줬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못입힘… 금세 더러워지므로 중고로 산 낡은 옷만 주구장창 입히고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어렵다. C++는 아직도 어렵다.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고 싶은데 그것도 참 어렵고, 사수한테 설렁설렁 배운 지식으로 일을 하려니 속도가 안나서 스스로 답답하다. 그와중에 팀에서 육아휴직한 사람이 많아 인력부족이고, 그러다보니 스크럼마스터를 맡게 됐다… 그냥 프로그래밍만 하고 싶은데 참석해야할 회의가 많아져 더욱 정신이 없다. 스웨덴 회사 회의의 특징은, 말은 많이 하는데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가 많은듯… 같은 안건으로 회의 네 번 하고 나니 도대체 다들 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나 ‘회의’가 들고… 지난 수목은 아예 육아휴가를 쓰고 어린이집에 따라갔는데, 팀 상황 땜에 금요일이랑 월요일은 50프로로 일한다. 일이 되겠냐… 8-12시 일하고 점심먹고 나니 애 데리러 갈 시간… 남편은 당분간 14-21:30 일해서 애 잘때까지 계속 내가 케어…ㅠㅠ 화요일부터는 시부모님 찬스를 조금 써볼 생각이다.
아가가 요즘 좋아하는 것:
- 놀이터에서 모래장난: 플라스틱 삽을 하나 사줬는데 엄청 좋아한다.
- Babblarna….스웨덴 어린이들의 마약… 리모콘을 가리키며 ‘바바’라고 함. 어린이집에도 곳곳게 붙어있고 애들이 캐릭터 이름 기가 막히게 다 알고 있더라.
- Arne Alligator
https://youtu.be/B-RR9wsa12Q?si=uIp7NX9h7yTKsYvU
핀란드 스웨덴어라서 가사가 바로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아기는 엄청 좋아함… 나도 이제 율동 다 외웠다…
- 피노의 일기: 너무 스웨덴어 컨텐츠만 보여주는 거 같아 콩순이, 호비, 뽀로로, 블루이 등을 보여줬지만 아직 그 수준이 아닌 듯. 그러다 문득 ‘피노의 일기’가 한국어로 더빙됐다는 게 기억나 보여주니 분량도 적절하고 단순해서 엄청 집중해서 본다.
https://urplay.se/program/237458 제작에 참여하신분들 모두 복받으세요.
모국어교육은 갈수록 고민이다… 아기한테는 절대로 스웨덴어를 쓰지 않고 한국어만 쓰겠노라 다짐했지만 어린이집이나 놀이터에서 또래 애들을 만나 놀다보면 스웨덴어를 안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아예 스웨덴어 못하는 척 할걸 그랬나 싶기도.
봄에 정기검진하면서 간호사가 아기 사시가 의심된다고 소견서를 써줬다. 사시? 난 모르겠는데? 남편도 시부모님도 가끔 애가 사시가 아닐까 생각했었다고. 네?
그렇게 반년 정도를 기다려 마침내 대학병원 안과에서 연락이 와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소아전문 안과인지 대기실도 아기들 장난감이랑 책이 가득했다. 의사선생님은 나이 지긋한 그리스 사람이었는데 아기를 보자마자 ‘콧대가 낮아 사시처럼 보이는 ‘거짓사시’인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 검사는 해보자‘며 두시간에 걸쳐 아주 꼼꼼하게 검사해주셨다. 결과는 역시, 사시 절대 아니고 걍 콧대 땜에 그렇게 보이는거. 한시름 놓았는데 “근데 엄마가 여덟살 때부터 안경을 쓴 초고도 근시면 아기도 근시일 수도 있으니 8개월 후에 다시 시력검사를 하면 좋겠다”며 예약을 잡아주겠다 했다. 제발 우리 아기는 안경 안썼으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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