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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4

11월

by Bani B 2024. 11. 8.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아기의 첫 작품… 색칠 대신 과감한 펜터치가 예사롭지 않다



1월에 입사해서 한동안 두 개의 스크럼팀에 50대 50으로 일했었다. 말이 5:5지, 근무시간을 그렇게 칼같이 반으로 잘라서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건 신입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둘다 잘 하고 싶었던지라 끙끙 애쓰면서 점점 지쳐갔고, 마침 둘 중 하나를 더 빨리 끝내야한다며 인력을 다 거기다 투입했던지라 프로젝트 하나에 몇달 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 프로젝트가 슬슬 마무리되어가면서 새로운 팀도 생겨나고 이런저런 변동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 프로젝트가 좋았다. 적절히 C++과 C# 둘다 해볼 수 있고 사람도 많아서 물어볼 사람도 많고 스탠드업미팅이 좀 길긴 했지만 그래도 북적북적한 게 좋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는 데에 남으면서 슬슬 C# 역량을 키워 사내에서도 ’쟤는 C#하는 애‘라고 불리도록 포지셔닝을 해볼 계획이었는데, 올스탑되었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 빨리 끝내야한다고 팀장이 날 거기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 스크럼팀은 개발자가 달랑 셋이다…ㅎㅎ 할 게 진짜 엄청 많은데 셋… 그것도 그 중 한명은 다른 팀에서 빌려와서 50프로만 일함 >_< 그분이 진짜 오래 일하셨고 고급인력이라 그 분을 영입한 팀장에게 박수를 조금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직 제대로 일인분을 못하는데 셋이서 데드라인 맞추는 게 가능할까… 내가 스크럼마스터지만 잘 모르겠다… 게다가 머신러닝 진짜 안하고 싶은데 모델을 새로 만드는 계획이 있어서 예감이 안좋다… 아무래도 저 일이 나한테 올 것 같…

   그래서 1:1 면담시간에 약간 항의를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날 원래 C#시키려고 뽑았고, C++시키려고 S(6년 경력자)를 뽑았잖아. 그리고 걔가 어느정도 적응되면 날 원위치 시킨다며. 근데 걔가 들어온지 반년이 넘었는데 왜 날 여기에 배치하고 걔를 저어기 C#위주로 하는 데에 넣었어? 솔직히 내가 잘 못하는 걸 계속 붙잡고 있으니 힘들고…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는 있지만 나도 빨리빨리 팀에 기여하고 싶어서 스트레스받는거 같아”까지 말하는데는 성공했다. 근데 매니저는 역시 매니저였다… 말을 너무 잘함… 결국 내가 항복…ㅠㅠ 하지만 “알겠어 그럼 내가 여기 남아서 어떻게든 배운다고 쳐. 근데 날 이끌어주는 사람이 너무 적은거 아니야? A는 50프로만 일하고 B는 할일이 너무 많아서 지쳐보여. 인원 추가로 뽑아주면 안돼?”라고 했지만 그는 또 C# 인력을 보충했… 아니 왜ㅠㅠㅠㅠ

   내일까지 꼭 고쳐야하는 버그가 있는데 안잡힌다… 왜 잘 돌아가던게 하필이면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안돌아가는 걸까… B가 고치려고 하다가 나보고 일단 버그를 숨기는 코드를 쓰라 해서 썼는데 그 대신 새로운 게 다섯개가 나타나서 결국 A까지 셋이서 어제오늘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약간 끈끈해진 것 같기도>_< 여튼 내일까지 다 잡든가 숨기던가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아기 픽업을 부탁드렸다. 근데 아직도 두 개가 남았다… 어떻게 숨기지. 내일 돌렸을 때 뿅 하고 잘 돌아가면 좋겠다.

   아기 어린이집 등하원도 은근히 빡세다. 7시반이 어린이집 아침식사시간이라 그 전에 등원시키면 아기 아침 안먹이고 보낼 수 있어서 제일 쉽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올빼미형인간인데다가 아침은 먹고 보내고 싶어서 준비하고 나면 8시 정도가 된다. 그때부터 나갈 준비를 하고 애 옷입히고 도보 10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가서 드롭하면 8시반. 집에 다시 돌아와 자전거타고 회사 가면 9시다. 아기는 4시반에서 5시 정도에 하원을 시키고 있다. 제일 이상적인건 남편이랑 내가 등하원을 번갈아하는 것인데 3교대 간호사와는 이게 쉽지 않다. 특히 밤근무하는 날이면 등하원을 모두 내가 다 시켜야하는데 그러면 8시간 근무는 못챙긴다. 눈치가 안보이는 회사에 다녀서 다행인데 와 진짜 9-6 근무하는 사람들은 (특히 한국) 애 어떻게 키워여…?
   남편이 오후근무 하는 날도 좀 빡세다. 등원을 그가 시키고 내가 하원을 시키는데, 8시간 근무를 하려면 못해도 7시반에는 회사에 도착을 해야하지만 난 절대 7시 전엔 못일어난다….ㅠㅠㅠㅠ 뭐 여튼간에 8시-8시반쯤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아기 데리고 와서 저녁먹이고 놀다가 재우는데… 하루종일 쉬는 시간이 없는 느낌… 남편도 힘들겠지만 한편으로는 ’하지만 쟤는 아침에 애 보내고 나서 일 가기 전까지 네시간 정도는 쉬잖아?‘라는 생각도 들면서 매우 억울해진다…. 주말근무가 있으면 거의 폭발함… ’너는 평일에 쉬니까 애 어린이집 가는 시간에 놀지, 난 언제 쉬어?‘라는 생각이 든다… 휴우. 쓰다보니 또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밤근무하고 있을 남편도 힘들테니 참아야지…

   이러다보니 정말 운동은 회사에 있는 시간 아니면 못한다. 너무 피곤했지만+버그를 빨리 잡아야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에 나가서 30분동안 달리기를 했다. 어제는 사내 요가동호회에 참여해 점심시간에 요가를 했고…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회사에 있는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놀아야겠다<

지지난 주말에는 시댁에 아기 맡기고 달리기대회 뛰고 지난 주말에는 수영을 하고 왔다. 살기 위해 운동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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