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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이 서른, 그래도 여기선 아직 스물여덟. 새해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각자 음식을 하나씩 해와서 모였는데, 나만 빼고 모두 장금이들이라 메뉴가 화려했다. 비빔밥, 족발, 김밥 등등.... 배불러도 계속 입으로 넣게 되는 그런 음식들. 덕분에 새해부터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많이도 마셨다. 파티가 열렸던 집에서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다. 3년 전에는 룬다고드에 가서 카운트다운을 하고 봤는데, 역시 이 도시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멀리서도 불꽃놀이가 잘 보였다. 집 근처에서도 빵빵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해피뉴이어~"를 외치고, 동갑인 친구들과 함께 "ㅠㅠ우리 이제 서른이야ㅠㅠ"하며 사진 한 장 찍었다. 한국인이거나 한국문화를 잘 아는 친구들이 모인 파티여서, 88년생이면 지금 당장 서른이 .. 2017. 1. 4.
2016, 한 해가 간다. 1월과 2월에는 비록 일은 하긴 했지만 딱히 그리 힘들게 야근한 기억은 없다. 2월 말, 퇴사하자마자 3월 중순까지 엄마랑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또 혼자 일본에 가서 2주동안 여행을 했다. 그렇게 일본에 있던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4월에는 짐을 싸며 틈틈이 한국에 있는 친구들, 친척들한테 인사를 하고 4월 말에 스웨덴에 왔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잘 했고 무엇에 게을렀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은 하지 않았고 즐겁게 논 기억이 많은 8개월이었다. 놀기도 열심히 놀았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그렇게 소홀하지도 않았던 8개월, 좋은 시간이었다. 2016년,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고, 정말 멀리도 이사를 왔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 2016. 12. 30.
크리스마스 이브 :) 스웨덴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같이 저녁을 먹는데, 족발을 먹고 감동받은 남친이 "족발 맛이 크리스마스 음식이랑 봄 비슷한데, 그걸 해보면 어때?"라고 해서 열심히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다 아팠다. 우리는 이미 2주 전에 감기를 한차례 앓았는데, 그 다음엔 어머님이 아프시고, 이번엔 아버님이랑 남친누나가 앓아누웠다. 입맛이 없는지 다들 잘 먹지 않았는데 족발엔 더더욱 손을 대지 않았던 그들ㅠㅠㅠㅠ 내가 남은 거 가져와서 다 먹어야지. ​​ 밥을 먹고 나니 SVT에서 디즈니 영화를 틀어줬다. 50년대에 SVT에서 처음으로 도날드덕을 크리스마스 때 보여준 후로,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도날드덕을 보는 게 일종의 전통이 되었다고 했다. 시청률이 엄청 높아서 해마.. 2016. 12. 25.
성 루시아의 날, 그리고 루시아 콘서트Luciakonsert 매년 12월 13일은 성 루시아의 날이라서, 성당이나 학교 등 곳곳에서 '산타루치아'를 부른다고 한다. 이 날 즈음해서 합창단들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13일 당일 아침 7시에는 SVT에서 생중계로 루시아 공연을 보여준다. "루시아"라는 말이 스웨덴어로 "빛ljus"이라는 말과 비슷하고. 크리스마스 즈음에 즐겨먹는 간식인 사프란 빵Lussekatter랑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루시아 공연에는 여자애 한 명이 촛불 왕관을 쓰고 등장하고, 사람들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보면서 루쎄카터를 먹는 모양이다. 루시아의 날 바로 전 주말에, 룬드대성당에서 하는 루시아콘서트에 다녀왔다. 미리 표를 예매해야했는데 남친 아버지께서 재빠르게 제일 앞줄로 구해주셨다고 해서 정말 좋은 자리에서 잘 보고 왔다. 맨 처음에 무반주로.. 2016. 12. 15.
SFI C와 D 시험 후기 5월 초에 퍼스널넘버가 나오자마자 학교를 신청하고, 운이 좋게도 일주일만에 연락이 와서 5월 16일부터 다녔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하는 과정이었던 데다가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섞여있어서, 진도도 팍팍 나가고 뭔가... 빠른 느낌이었다. SFI는 몇 달, 몇 주 이렇게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 수업하다가 선생이 '쟤는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고 생각이 들면 졸업시험을 보게 하고 끝내는 식으로 운영이 된다. 9월에 선생이 "말하기만 좀더 연습하면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고 얘기해주었고, 10월 12,13일에 C시험, 11월 7,8일에 D시험을 보게 되었다. D시험이 곧 SFI 졸업시험이다. SFI 시험Nationellt slutprov는 이틀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다. 장소에 따라서 다른 것 같은데 나는 C시험.. 2016. 11. 20.
2016.11.11. Kent 마지막 콘서트 - 말뫼 공연 후기 1995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꾸준히 앨범을 냈던 그룹. 특히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인기가 많았고, 히트곡도 꽤 많은 그런 락 밴드. 우리나라에서도 Socker 등의 몇몇 곡이 BGM으로 사용되면서 은근히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러던 켄트Kent가 올해 초, 갑자기 해체를 선언하고 연말에 마지막 투어를 한다며 티켓팅을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적, 나쁘게 말하면 중2병을 연상케하는 가사, 그리고 우울한 멜로디까지, 겨울에 듣기에는 딱이라 매년 가을겨울만 되면 열심히 들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니.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말뫼에 갔다. 19시 30분 시작이었고 19시쯤 말뫼 아레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제시간에 못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소지품검사를 빨리빨리 해.. 2016. 11. 14.
1031-1101, 교황님의 스웨덴 방문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 프란치스코가 스웨덴을 방문해, 루터파 교회의 수장을 만나고 갔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므로 아래에서는 교황님이라고 쓰겠다.) 룬드에는 룬드대성당Lunds domkyrka이라고 하는 오래된 교회가 하나 있다. 옛날에는 가톨릭 성당이었지만 지금은 루터파 스웨덴교회의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북유럽에 있는 교회 중에서 유명하고 오래된 교회이기 때문인지, 다른 큰 도시들도 아닌 룬드에서 교황님은 루터파 교회 인사들을 만나기로 했다. 10월 31일에 예정된 그 행사 전부터 성당 근처에 바리케이드와 경찰들이 쫘악 깔렸고, 당일에는 그 근처 길을 막고 지키고 있었다. 스웨덴 국왕과 총리도 와서인지 정말... 경계가 삼엄했다. 룬드대성당에서 진행된 그 자리에는 일반 시민들은 참.. 2016. 11. 9.
스웨덴의 발효음식, 수르수트뢰밍Surströmming 도전기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음식으로 소문난 수르수트뢰밍(Surströmming)은 사실 스웨덴 사람들도 그리 반기는 음식은 아닌 듯하다.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니까. 스웨덴 북쪽지방은 옛날에 겨울이면 바다가 얼고 고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청어를 잡아다가 삭혀서 먹은 것이 수르수트뢰밍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남쪽지방에서는 별로 자기네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9~10월 정도가 되어야 그 해 봄에 생산된 수르수트뢰밍이 마트에 진열되는 것 같다. 7월에 이걸 도전해보려고 마트에서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고 가을이 되어서야 마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걸 먹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는, 사람이 별로 없는 숲속이지만... 10월 말은 너.. 2016. 11. 9.
스웨덴의 성인 진로상담센터, Vägledningscentrum 스웨덴에 오기 전 이것저것 정보를 찾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정보는 SFI와 Arbetsförmedlingen이었다. 아무래도 이 곳에 오면 가장 배워야할 것이 언어니까 SFI 신청도 중요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려면 Arbetsförmedlingen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그런데 하루 Vägledningscentrum(진로상담센터)로 가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 학업을 이어나간다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분야로 이직을 계획하여 관련 교육을 받고 싶다거나, 아니면 SFI 이후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모르겠다거나... 등등, 성인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해주는 곳이었다. Arbetsförmedlingen이 '현재 내 상태에서 어.. 2016. 10. 11.
스웨덴, 4개월.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게 두 달 전이다...( ..) 게을렀던 걸까 바빴던 걸까. 노느라 바빴다, 사실은. 스웨덴에 온 지도 4개월이 지나고, 지난 달에는 감사하게도 가족들이 와서 약 일주일간 놀다 가고, 이번 달에는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한국에서 친구들이 온다. 스톡홀름도 아니고 이런 작은 동네까지 굳이 날 보러 온다니... 9월도 역시 최선을 다해 놀아야겠다. 거의 버려둔 블로그이지만 가끔 덧글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4개월동안의 일을 짧게 간추려서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SFI 워킹홀리데이든 삼보비자든 처음 스웨덴에 오시는 분들의 최고의 관심사가 아닐까. 나도 주민번호 받자마자 이것부터 신청하고 기다렸다. SFI는 굳이 아이디카드 없어도, 주민번호만 받으면 바로 신청이 가능하다. .. 2016. 9. 3.
[부다페스트] 저렴하게 즐기는 프랑스 정식, Chez Daniel 예전에는 외국을 여행하면, 그 나라 음식만 먹어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 가면 당연히 일본 음식만 먹어야 하고 중국에 가면 입에 좀 안 맞더라도 중국음식을 먹어야지, 한식이나 이탈리아음식을 먹으면 '촌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스웨덴의 식당에서는 스웨덴 전통음식인 미트볼이나 청어절임을 잘 팔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동네에는 팔라펠이나 케밥, 피자 파는 곳이 많은데, 이민자들이 와서 차린 가게들이라 스웨덴에서 먹는 팔라펠이나 케밥도 그럭저럭 맛있다. 일본에서 먹은 오므라이스나 대만에서 먹은 스파게티라거나... 그 나라 음식이 아닌데도 충분히 감동하며 먹었던 음식들이 있었다. 즉, 꼭 그 나라 전통음식으로 삼시세끼 다 채울 필요없이, 우연히 .. 2016. 7. 11.
[부다페스트] 6월 13일~18일, 4박 5일 여행기 네이버 유랑카페에서도 올렸었지만, 블로그에도 한번 더 올려보기로 한다.카페에 썼던 글이라 존댓말...ㅋㅋㅋ 1. 숙박 - Gerloczy room de Lux(3성급) 2박 & 에어비앤비 2박 2인 총 37만원/ 1인 1박 92,500원 꼴로 든 셈.사실 호텔이 좀 비쌌고, 에어비엔비가 호텔의 반값 정도였네요. 호텔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시설도 괜찮았지만, 에어비앤비는 방도 더 크고 발코니도 있고 주방도 있어서 좋았네요. 호텔 조식은 포함안하고, 현지에 가서 하루만 먹어봤는데... 굳이... 그 돈주고 먹을 양과 맛은 아니었습니당.그래서 그 다음날에는 그냥 슈퍼에서 샌드위치 사다가 먹었어요. 2. 식비 또는 입장료 : 2인 총 30만원교통권은 따로 안사고 걸어서 다녔는데 이틀 이상 계신다고 하면 걸어다니.. 2016.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