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진달래 타이머

Bani B 2020. 3. 27. 06:28

 

봄이 오면 다들 벚꽃엔딩을 듣는다지만 나는 스무살 때부터 봄이 오면 미선이의 '진달래 타이머'를 들었다.(사실 같은 앨범 그 다음 트랙인 '치질'이란 노래를 더 좋아한다고 속삭여본다.)

 

가사를 좀 인용해보자면,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저 밑으로 우리나라
떨어지네
세상은 아직도 자꾸 미쳐가네 떨어지네 우릴
조여오네 그들은

이땅에 봄이 오네 겨울을 밀어내고
다른 세상이 피네 진달래 처럼 진달래 처럼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꿈을 꾸네 눈물없는
이 세상을
하지만 언젠가 나는 노래하네 눈물없는 
진달래 피는 봄에

지금 사는 곳에는 진달래가 없지만 (개나리와 벚꽃이 있다는 데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한국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다고 소식이 전해질 때쯤 이 노래를 듣곤 하는데 스무살 때부터 매년 들을 때마다 가사가 어쩜 그리 와닿는지. 특히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이 부분이. 스무살 때에는 이명박이 당선이 되었고 그 다음에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내 이십대를 오롯이 이명박근혜와 보내서 그런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저 가사가 너무 와닿네....... 이 와중에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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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지금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을 기록해보고 싶다.

 

온라인강의는 그런대로 들을 만하다. Zoom이라는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사용하는데 선생님 얼굴도 보이고 슬라이드도 잘 보이고, 무엇보다도 강의 듣는동안 채팅방에서 애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데 이게 나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언어를 배울 때 청각적인 부분을 먼저 배우는 사람이 있고 시각적인 부분에 강한 사람이 있다는데 나는 무조건 시각이다. 그래서 문자로 저렇게 애들이 서로 묻고 답하고 하는 걸 보는게 나에게도 엄청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하는 동안 계속 구글로 검색하고 나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역시 실기수업. 실기수업이 없으니 영 갈피를 못잡겠다. 프로그래밍 수업은 실기수업에 가서 조교한테 물어보고 배우는 게 정말 많은데 그 조교를 만날 수가 없고, 온라인으로 물어보기엔 뭔가 (아직 1주차이지만) 벌써부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실기수업에 대해서는 선생님들도 아직 고민하시는 것 같다. 

 

온라인 강의 그런대로 들을만하고 좋다고 하지만 내가 온라인강의를 하는 입장이라면 그게 좀 달라지겠지...

 

매주 Folkuniversitetet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것도 온라인으로 돌리라고 해서 이번주에 처음 했다. 사실 지난 3년동안 스웨덴어 과외를 꾸준히 했어서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수강생분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익숙하고 이때까지 딱히 불편함이 없었는데, 수강생이 여러명일 때는 좀 다르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

두 그룹이 있는데, 생기초반은 영상통화를 원하는 사람이 두명밖에 없어서 그냥 내가 집에서 녹화한 비디오를 올리고, 따로 질문하는 시간을 정해서 그때만 30분간 원하는 사람만 영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녹화하고 영상 편집하는 건 의외로 쉽고 시간도 별로 안걸렸는데, 녹화하고 나서 들어보니 내 목소리는 왜 이렇게 낯설고, 와 나 스웨덴어로 설명할 때 진짜 불필요한 말 겁나 넣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이제라도 그냥 영상통화 수업으로 돌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올렸다... >_<

다른 그룹은 그보다 윗 레벨인데 수강생이 셋밖에 안되는 데다가 셋다 영상통화 괜찮다고 해서 이번 주에 처음 해봤다. Microsoft에서 만든 Teams를 사용하라고 하길래 급하게 사용법을 익히고 해봤는데 그런대로 쓸만했지만 나는 그래도 Zoom에 한표 더. 근데 문제는 뭐 다같이 따라 읽어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시간차가 날 줄이야ㅋㅋㅋㅋ 게다가 대답해보라고 하면, 수업에서는 서로 눈치보면서 적절히 이번엔 누가 대답하고 다음엔 누가 대답하고 이런 게 정해지는데 영상통화다보니 다 말이 겹치고ㅋㅋㅋㅋㅋ 그래도 꺄르르꺄르르 재밌긴 했다. 담주엔 제가 좀더 잘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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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은 안하고 있는데 며칠동안 집에서만 공부하니까 너무 좀이 쑤셔서 오늘은 밖에서 공부하기로 하고 나갔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오랜만에 한국스타일 프라푸치노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일하는 곳은 늘 열려있으니 거기 가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방역하는지 의자를 다 올려놓고 청소하고 있더라... 역시 그냥 집에서 공부해야하나 생각했다가 혹시나 하며 학교에 갔는데, 평소에 바글바글한 곳에 딱 네 명이 멀찍이 앉아있었다. 그래서 나도 멀찍이 앉아서 공부를 했는데 확실히 집보다 학교에서 집중이 훨 잘되고 공부가 잘된다. 학교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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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스웨덴 정부는 언제까지 저렇게 여유로울까. 유럽 다른나라에서 저렇게 퍼지고 스웨덴도 이제 이천명이 넘어서 슬슬 불안할만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정부가 뭘 하는 게 없다. 이전 포스팅에서 썼지만 나는 사실 모든 나라가 한국같은 방역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다. 한국이 잘한 거긴 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럴 여건이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나름의 비전과 대책을 제시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지난 주에 드디어 총리가 대국민연설한대서(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웨덴 역사상 두번째라며...) 뭔가 좀 기대했는데 역시나 그냥 뻔한 소리 하는 대국민담화였다. 그리고 이나라 질본은 '그래도 스웨덴 꽤 안정적인 상황이야'... 그래 뭐 이태리만큼 죽지는 않으니까? 근데 스웨덴아 니들이 국경 통제를 할 거였으면 제일먼저 이태리 같은 나라를 막아야하는 게 아니었을까. 국경을 막는데 EU국가한테는 문을 열어놓는다면, 이 국경통제의 목적이 사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이유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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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예테보리로 나들이를 간다. 스웨덴에 4년 살면서 예테보리에 처음 가본다. 이 시국에 돌아다니는 게 맞나 싶고, 사실 예약한 기차가 어제 갑자기 취소되었긴 한데 이미 저옛날에 예약한 이태리여행이 취소되어서 이 예테보리 나들이라도 완행기차를 타고서라도 꼭 가고 싶었다. 기차 안에서는 목도리로 코와 입을 꼭꼭 싸매고, 웬만하면 한적한 곳으로 돌아다녀야겠다고, 그리고 다녀와서는 스스로 자가격리 며칠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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