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가라앉고 있던 나를 건져 올려준
한국 가요.
노래방에 가면 90년대 가요와 2000년대 초 가요는 어찌어찌 잘 따라부른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97년에 이미 담임선생님이 매일 종례시간에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게 했고, 다들 약속한 것처럼 에쵸티 노래를 불러서 그냥 그렇게 외워졌었지. 중학교 때 시험이 끝날 때마다 노래방에 가서 에쵸티지오디신화를 열창하지 않았나.
한국가요를 잘 안 듣게 된 것은 J-pop을 접하면서였다. 매일 사랑타령하는 K-pop에 질렸는데 일본노래는 뜬구름 잡는듯한 가사(...소위 '중2병'이라 하는...)가 많아 그런 게 좋았다. 물론 그때 일본 아이돌 덕질도 열심히 했지.
대학에 가서는 그냥 고루고루 들었다. 한국노래도 듣고 일본노래도 듣고 가사가 영어인 노래도 듣고 독일노래도 듣고 러시아 노래도 듣고...... 그런데 한국노래 중에서 이상하게,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는 노래는 그냥 듣기가 싫었다. 그런 노래치고 사랑노래 아닌 게 없었고, 사랑노래는 정말 너무 질렸었다. 그래서 나름, 독특한 가사와 멜로디로 창의적인 음악을 찾겠다고 이것저것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플레이리스트를 채워나갔고, 20대 초반에 듣던 노래랑 지금 듣는 노래랑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말 너무 놀랍다. 몇 번 누르다보니 진짜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딱딱 찾아서 띄워준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한국 가요들을 유튜브를 통해 접하게 됐었는데, 그것도... 내 취향의 가사와 내 취향의 멜로디를 어쩜 이렇게 잘 찾아주는지.
너무 힘들었던 2월과 3월, 특히 지난 2주동안 정말 너무 지쳐서 그냥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휴학을 할까 하는 고민까지 할 정도였는데,
그냥 이 노래가 이번에 나를 건져올려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아요
One day it will stop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 아닌가요
햇빛을 쬐고 숨 쉬어 봐도
쉽지는 않네요
One day it will stop
이제 그만 울 거야 나올 거야 나를 더 아껴줄 거야
And I'm gonna stop
화분에 꽃이 웃을 만큼 맑은 날
왠지 나 혼자 울상인 얼굴을 짓네
그 때 한 소녀가 내게 친절히 다가와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했다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했다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모두가 지나가고 난 후에야
머리를 내어 소릴 내
안길 품 없는 온몸에는 얼룩이 번지네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어디론가 사라질 거잖아
난 어쩌면 분주한 사람들 틈에
더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웠어
간신히 2주 만에 우울을 깨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지금. 한국가요 만세를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