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생활 팁

스웨덴에서 운전면허 따기 (수동운전)

Bani B 2021. 3. 27. 08:54

...를 지난 여름에 조금 썼지만 아예 그 글이랑 합쳐서 새롭게 써보겠다. 면허딴지 한달됐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글쓴다.

 

1. 시력검사 및 연습허가 발급

2018년 초에 남자친구가 시력검사하러 간다길래 따라가서 나도 같이 했다. 안경점에 간 날 바로 하지는 못하고, 그날은 가능한 시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만 하고 왔다. 우리나라처럼 안경점에 검안사가 항시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예약한 날 다시 가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안경점에서 직접 교통관리청으로 결과를 보낸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우편으로 운전연습을 5년동안 허가한다는 편지가 날아왔다. 비용은 300크로나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보통은 이런 과정을 통하지만 요즘은 운전학원 등록하면 이걸 공짜로 해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내가 등록한 학원이 그랬다.... 리셉션에 눈 검사하는 기계가 있었고, 학원 등록하면 시력검사 포함이라고 써있었다. 에잇.

2. 운전학원 등록

여튼 2018년에 이미 운전연습 허가는 받아놓았지만 집에 차도 없고 동승자도 없으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2020년에 드디어 면허를 따리라 결심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 상당수가 온라인이 되었고, 학교 왔다갔다할 시간을 벌었으니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학기가 빡세게 돌아갈 줄은 몰랐지...) 나는... 학원 평판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았고, 그저 가격비교+거리비교+STR등록학원인지만 확인했다. 그래서 집에서 제일가깝고 제일싸고 STR가입 학원에 등록했다.

Elevcentralen

STR은 스웨덴 운전교육협회 같은 건데, 이거에 가입한 학원들은 공통적으로 elevcentralen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한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하고 나서 elevcentralen에 로그인할 수 있었고, 거기에서 강사들의 시간표를 확인하고 스스로 수업 시간을 예약할 수 있었다. 보통 수업 전 24시간 전에는 무료취소가 되어서, 한꺼번에 쫘악 예약해놓았다. 모든 학원이 이런건지 이 학원만 이런 건지, 수업을 다들 미리미리 예약해놔서 당장 한 달 내 수업을 예약하는 게 힘들다. 8-9월 들을 수업을 이미 7월에 다 예약했는데 정말 잘한 짓이었다. 여튼 다른 일이나 학교와 병행하면서 운전면허를 따고 계시다면 원하는 시간에 운전연수 받는게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시간예약을 쫙 해놓고 나중에 취소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잘해도 못한다고 트집잡아서 교육을 더 받게 하고 돈쓰게 하는거 아닌가'했는데, 나름 평가기준이 있어서 매 교육마다 어떤 부분을 가르치고 평가했는지 선생님들이 작성하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모든 항목이 '패스'로 표시되면 실기시험을 예약해주는 듯. 그리고 선생님들이 매번 바뀌어도 진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오늘 이런 것들을 했고, 다음 연습 때 요런 부분을 어디서 연습시켜보면 좋겠다"하는 것도 시스템에 입력을 한다. 그래서 80분 수업이면 마지막 5-10분 정도는 그날의 운전을 평가하고 저걸 작성하는 데 쓴다. 그리고 학생도 자기  페이지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피드백을 읽을 수 있다.

운전 수업 후에 저렇게 어떤 부분을 연습했는지 선생님이 피드백을 입력한다. 평가항목이 15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항목을 잘하면 초록색, 더 연습이 필요하면 노란색이다. 사진은...남친의 페이지. 그는 100%를 다 채우고 면허를 땄지만 나는... 한 60%가 초록색으로 되어있을 때 시험을 봐서 면허를 땄다. 저게 엄청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3. 안전교육1

안전교육1(riskettan)은 학원등록하고 얼마 안되어서 바로 들었다. 4시간동안 앉아서 음주, 약물, 핸드폰 사용에 대해 토론하고 영상보고 하는 그런 이론적인 교육이었다. 토론이 많아서 그리 졸리지는 않았다. 

4. 안전교육2

우리나라에 꼭 도입되었으면 하는 안전교육2...>_< 실제로 운전을 하면서 체험하는 교육이라 아예 생초짜가 들을 수는 없고 운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신청할 수 있었다. 나는 학원을 통해 신청했는데, 교육장이 도시 외곽에 있어서 혼자 가기에는 힘들었고 학원에서 단체로 차를 타고 가서 편했다. 

교육장은 정말 휑.....한 곳에 있었다. 바깥에는 나름 '빙판길'을 조성한다며 물을 계속 뿌리고 있었다. 실내에서 먼저 교육을 한 후 바깥으로 나갔는데, 실내에서도 체험형 교육을 했다.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저기에 우리를 태우고는 안전벨트 매라고 하더니, 버튼을 눌러서 차를 180도 거꾸로 돌려버리더라 >_< 피가 머리로 쏠려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안전벨트의 위력에 감탄했다. 그게 이 교육의 포인트였겠지.... 

그리고 이 차를 보면서 '어떻게 해서 이 사고가 났는지, 이 차는 몇 킬로로 달리고 있었는지' 등등 토론하게 했다. 

 

이거 말고도 이것저것 실내에서 교육을 하고는 밖에 나가서 우리를 차에 태웠다. 처음으로 동승자 없이 혼자 차를 타보는 순간! 바깥에서 선생님이 무전기로 이야기를 하면 차 안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전달이 되는데, 내가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할 방법은 없다. 원웨이 통신........ 자동차는 오토매틱이었는데, 그날 같이 갔던 사람들이 다 수동면허를 따는 사람들이었어서 오히려 '오토는 어떻게 운전하냐'고 물어봤다. 우와 역시, 수동운전이 메인인 나라에서는 오토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구나..... 여튼 그렇게 차에 타고 지시사항에 따라 순서대로 가속페달을 밟다가 '멈춰!'라는 소리가 들리면 브레이크를 끼익 밟는 그런 교육이었다. 그러면 길이 미끄러우니까 빙글빙글 도는데, 그걸 차를 바꿔타서 또 해보고 "왜 아까 그차보다 이 차가 덜 도는가"를 토론하고... (겨울타이어의 중요성을 이렇게 배웠다)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이미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면 차가 그냥 휙 돌아버린다는 걸 체험하는 교육이었는데, 이건 정말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면 좋겠다. 이거 체험하면 절대 빙판길에서 속도 못낼 거임.... 

5. 필기시험

필기시험은 운전학원의 도움을 받아 예약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늦어질거 같아서 그냥 따로 trafikverket 홈페이지에 가서 예약했다. 보통 1-2개월씩, 심하면 몇달씩 풀부킹 되어있으므로 미리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전날까지였나 무료취소가 가능하다. 7월에 조회했을 때 9월말에 자리라 있길래 바로 예약해놨는데, 그때까지 준비가 안될 것 같아서 11월 초로 미뤘다. 룬드는 그래도 9월말에 조회했을 때 10월 시험도 자리가 아직 널널했는데 스톡홀름 쪽 사는 친구는 그때 다 자리가 차서 다음 해에 시험봐야한다고 했었다. 그러니 미리미리 자기가 살고 있는 코뮨의 시험 상황을 확인하고 예약해놓는 게 좋겠다. 시험보기 전까지 안전교육 1,2를 다 해야하지만 시험신청은 미리 할 수 있다.

https://fp.trafikverket.se/Boka/#/

필기시험을 제대로 공부한 것은 6월부터였고, ikörkort라는 유료앱을 결제해서 그 안에 있는 내용을 한번 정리했다. 그런다음 문제를 마구마구 풀었는데, 남자친구가 예전에 운전학원에서 패키지로 결제해놓은 게 있어서 그걸로 로그인해서 풀어보기도 하고, 그게 너무 쉬운 느낌이어서 ikörkort앱에 있는 문제도 풀었다. spotify에 körkortpodden이라는 팟캐스트가 있는데 그것도 들었고, 인스타에서 매일매일 문제 내주는 운전학원계정들을 팔로우해서 보기도 했다. 

한국어로 노트정리를 좀 해봤는데,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궁금하시면 참고해주셔도 좋다.  www.notion.so/260a5ab78200455aa85cf26d9af47568?v=28bf09b2b44449b49fda400f2fbd601e

6. 주행수업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 중에 내가 아마 제일 많이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 >_< 보통 운전못하는 사람은 오토를 따던가 해서 비용을 줄이는데 나는 운전도 못하는 주제에 수동면허를 따겠다고 해서 돈이 많이 들었다. 80분씩 59회를 들었다 무려...>_< 하지만 저 중 다섯번은 솔직히 좀 낭비했던 것 같은데 그건 구차한 변명이니 넣어두고....

 

  보통은 집에 차가 있고 파트너가 이미 면허를 가지고 있어서 같이 개인연습을 많이 하면서 운전수업비를 아끼는 것 같은데, 우리집은 차도 없고 집사람은 면허를 작년에 따서 동승자 자격이 안됐다. 집사람 부모님께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부탁드리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차를 빌려서 타도 기름값이 비싸니까, 그냥 돈을 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빨리 면허를 따자는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오래걸릴 줄은 몰랐다. 

 

   내가 제일 힘들어했던 것은 멈추지 않고 서행하면서 가는 거였다. 양보 표지판이 보이면 무조건 섰다가 좌우를 살피고 가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였고, 슬금슬금 가면서 좌우를 살펴야했다. (그것이 바로 에코드라이빙...) 근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오는데 무조건 멈춰서곤 했다. högerregeln도, 머리로는 잘 알았지만 정작 내가 먼저 가도 되는 상황이 와도 왼쪽에서 오는 차에게 무조건 양보하고 싶었다. 그걸 극복하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속도 높이는 것도 무서웠고ㅠㅠ 그리고 큰길 빼고는 중앙선이 없으니까, 차폭감에 자신이 없어서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양방향에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인데도) 무조건 서곤 했다. 그러니 나같이 소심한 분이 아니라면 60번까진 안들어도 될 것이다. 내 블로그 보고 '와 수동운전 돈 진짜 많이 드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따야하는 상황이면 도전해보시면 좋겠다.

 

   그리고 학원수업을 들었는데 선생이 영 별로라고 생각되면 바로 바꾸는 걸 권한다. 나는.... 원래 좀 소심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좀 윽박지르고 성질이 급해도 그러려니하고 다섯번을 그 사람이랑 같이 탔는데... 수업 한번당 거의 천크로나인데 다섯번이면 5000크로나....ㄷㄷㄷ 내가 왜 이렇게 돈주고 스트레스 받아야하나 싶어서 선생님을 바꾸었는데 그때부터 마음편하게 더 잘 배울 수 있었다. 참지 마시고, 자기한테 맞는 선생님 찾아가시길....!!!!

   주행시험을 앞두고는 일부러 선생님을 계속 바꿨다. 낯선 사람의 말을 듣고 길을 찾아가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좀 많이 도움이 되었다. 

유튜브에 uppkörning 영상 찾아서 엄청 많이 봤는데 이게 좀 도움이 되었다. 

7. 주행 시험

운전학원의 최대 단점은, 주행시험을 보는 날을 나 혼자 못 정하고 선생님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보기에 내가 준비가 안되어있으면, 주행시험 예약을 자꾸 미루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온다. 나는 이미 11월부터 "나 필기시험 붙었어. 이제 실기만 보면 됨"하고 슬금슬금 압박을 했는데 선생님은 아랑곳하지않고 "너 아직도 옆에서 차 나오면 무조건 브레이크 밟잖아" 하며 수업을 더 들을 것을 권유했다. (근데 내가 생각해도 그땐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었다.) 

   하지만 12월에도 아직 준비는 안되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학원을 다니게 될 것 같았고, 선생님한테 "3월에 한국에 가니 늦어도 2월에는 따야한다. 2월초로 예약해달라"고 했다. 한국에 간다는 건 물론 뻥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예약을 해줄 것 같았다. 역시나 선생님은 "2월말은 어때?"라고 했지만, "2월초에 시험을 봐야 떨어져도 2월말에 볼거 아니야"라고 우겨서 2월초로 시험예약을 드디어 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봤을 때 이게 정말 잘한 것 같았고, 1월에 한번 봤어도 좋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한번은 떨어진다 생각하고, 주행연습 한번 한다 생각하고 좀 일찍 시험을 봐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첫번째 주행시험

   그렇게 2월초가 되어 주행시험을 봤다. 시험 시작하기 전에 40분동안 운전연습을 했고, trafikverket 사무실까지 학원차로 선생님이 데려다줬다. 그리고 선생님은 잠깐 산책하러 떠나고, 학원차에 나혼자 잠시 앉아있노라니 채점관이 와서 옆자리에 앉았다. 시험은 정말 짧게 본다. 30분 정도? 하지만 룬드에서 가장 악명높은 회전교차로가 Nova 옆 회전교차로인데 trafikverket은 바로 그 근처에 있으니... 시험 시작하자마자 노바 교차로를 지나게 되는데 이게 압박이 좀 상당했다. 다행히 회전교차로를 무사히 통과하고 주차테스트도 잘했으나... 보통 외곽에서만 돈다던데 나는 그날 시내로 들어가야했고, 평소 안가던 골목길을 지나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라고 했는데, 내가 들어간 차선이.... 버스전용차선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그전에 거기가 huvudled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오른쪽에서 나오던 차한테 양보도 하려고 했고... 그래서 떨어졌다. 

   떨어진 것 자체는 괜찮았다. 어차피 한두번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다음 예약이었는데... 학원에서 찾아준 시간이 무려 4월초였다. 2월초에 떨어졌는데 다음 시험이 4월초라니. 일단 그렇게 예약을 하고 집에 왔는데 두달동안 이 불안함을 안고 싶지는 않아서 trafikverket 홈페이지에서 또 열심히 찾아봤다. 학원이 보는 예약상황이랑 개인이 보는 예약상황이 달라서, 개인으로 예약하려니 4월은커녕 5월까지 풀부킹이었다. 룬드에서 시험보는 걸 포기하고 스코네 전체로 검색했는데도 상황이 그리 낫지는 않았다. 그러다 근처 스몰란드와 블레킹예까지 검색범위를 넓혔고, Sölvesborg에서 2주 후에 자리가 하나 났길래 바로 예약했다. 학원에서 예약해준 날짜랑 중복예약은 안되고, 그걸 취소하고(학원에 말할 필요 없이 그냥 trafikverket에서 취소하면된다) 개인예약을 해야했다. 

 

두번째 주행시험

   구글맵으로 솔베스보리 지도를 보고, 회전교차로의 위치, huvudled인 길들, 고속도로 들어가는 곳들을 대강 파악하고 갔다. 동네는 룬드보다 훨씬 작은 곳이라 길이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차였다. 학원을 통해 예약하면 학원차를 빌려서 가는 거지만, trafikverket에서 개인예약을 하면 trafikverket에 있는 차를 빌리게 된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차 모델을 알아내서 유튜브를 좀 보고 갔지만... 실제 승차감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브레이크가 얼마나 예민했던지....... 조금만 밟아도 차가 덜컥 서버렸다. 그렇게 시험 시작하자마자 시동을 꺼먹음........>_< 그러고 나니 브레이크를 밟는 게 무서워졌고, 급커브에서도 브레이크를 덜 밟아서 차가 휙 돌았다. (거기서 나는 떨어졌구나...하고 생각했다.) 회전교차로를 들어갈 때도, 차가 저 멀리서 오면 나는 일단 서서 기다리지만, 브레이크 밟아서 갑자기 차가 멈추는 게 더 무서운 상황이었으므로 그냥 과감하게 들어갔다. >_<... 거기서부터는 정말 떨어졌다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30분동안 주행시험을 보고 다시 돌아왔는데, 채점관이 "음... 어떤 곳에서는 네가 좀 급하게 운전한 곳이 있었고 어떤 곳은 참 잘했는데... 그래도 난 널 패스시키기로 결정했어"라며 아이패드 화면에서 '합격'을 눌렀다!!! >_<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를 좀 해도 '앞으로 조심조심 운전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면허를 주는 것 같다. 진짜 복불복..... 솔직히 이날보다 룬드에서 시험봤을 때 운전을 훨씬 잘했다. 

 

8. 시험 그 후

합격한 것은 목요일이었고, 면허증은 그 다음 주 화요일에 받았다. 우편으로 면허증 발급비 고지서와 함께, 면허증 찾으러 오라고 안내문이 같이 왔다. 그걸 들고 가서 면허증을 받아오면 되는 거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스웨덴 면허는 2년동안 '시험기간'이라, 2년안에 약간의 잘못을 해도 바로 면허취소를 해버린다. 보통 벌금형으로 끝날 일도, 이 2년 안에 하면 무조건 면허취소다. 그래서 운전을 2년동안 하지말까 생각했지만, 안하면 또 까먹고 장롱면허가 될 것이므로, 일주일에 한번씩 집사람 부모님차를 빌려서 운전연습을 하고 있다. 

운전학원을 거의 60번이나 다녔지만 후회하지 않는 포인트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1) 여름끝무렵부터 겨울까지 다니면서 별별 날씨를 다 경험해봤다. 맑은날, 이슬비내리는날, 장대비내리는날, 눈오는날, 눈보라치는날...... (제일 운전하기 싫은 날은 의외로 해가 쨍쨍한 날이다. 눈이 부셔서 운전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겨울에는 날이 짧아서 3시만 되어도 어둑해지므로, 4시 수업을 예약하면 야간수업을 듣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야간운전도 연습해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난 주였나 고속도로 달릴 때 비가 갑자기 쏴 쏟아졌는데, 약간 놀라긴 했지만 그리 겁이 나지는 않았다. 60번 수업 들은 보람이 있다......

 

2) 60번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해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다 해봤고, 그때마다 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었으므로...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 그의 잔소리가 먼저 생각이 난다 >_< 그래서 그 잔소리를 혼잣말로 따라하며 차분히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뭐 그런 효과가....

 

3) 몇번이고 '오토로 바꿀까' 했지만 결국 수동 면허를 따냈고, 덕분에 집사람 부모님 차를 당당하게 빌려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오토였으면 면허 땄어도 이 차를 못 몰았을텐데! 

 

4) 수업을 하도 많이 듣다보니 중간에 선생님이 뭔가 잡지식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주유소에서 기름넣는 법을 알려준다거나, 차 타이어 바람이 없다고 소리가 띵띵 울려서 갑자기 타이어 바람 넣으러 간다거나... 

 

5) 60번 수업을 듣다보니 룬드와 룬드 근처에 있는 길은 정말 다 가본 것 같다. 면허 따고 나서 가는데 다 길이 낯이 익음...... "아 저기는 모퉁이 돌면 바로 신호등 나와" "저기는 맨날 길 공사해" "저기는 갑자기 버스전용차선 나오니까 주의해야돼" 뭐 이런 거....... 

 

6) 주차연습 하도 많이 해서 다 자신있음.

 

7) 한국에서는 다섯 번 연습하고 시험을 봐서, 내가 차를 다루는 게 아니라 차가 나를 끌고 가는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차에 대해 무지했고, 내가 원하는 속력을 내려면 클러치를 어떻게 밟고 어떤 기어를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면허를 땄다. 여기서는 처음에 무조건 서행운전부터 마스터해야하고, 기어도 완벽한 타이밍에 잘 바꿔야하므로 >_< 정말로 내가 차에 대해 좀 잘 알고 차를 잘 다루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면허를 따자마자 고속도로 타고 50km 떨어진 곳에도 가보고, 늘 궁금했던 숲에도 구글 내비 켜놓고 가보고, 막연하게 무서웠던 지하2층 주차장도 조심조심 잘 내려가보고 그랬다. 한국에서 면허따고 나서는 운전하는 게 무섭게 느껴졌는데, 여기서 면허를 따고나니 "나 이제 운전은 진짜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고 운전이 재밌다. 그래서, 60번의 수업비 낸 게 물론 매우 큰 돈이긴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못해서 좀 돈이 들긴 했지만, 결국에는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기술 하나를 배운거니까.

 

운전이 재밌긴 하지만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놀러가서 술을 못먹는거 >_< 

 

비용 요약 (단위: SEK)

필기:  325 

안전교육1: 650

안전교육2: 2300

학원수업: 56200

주행시험 첫번째: 학원차 대여 950 + 시험전 uppvärming 450 + 시험비 800 = 2200

주행시험 두번째: 1300 (시험비 + trafikverket 차대여)

총 62975 크로나 (약 820만원)

 

타임라인 요약

2020년

6월 : 학원 등록, 필기 공부하기 시작함

8월 17일 : 주행 첫 수업

8월 18일 : 안전교육1

11월 3일 : 안전교육2 

11월 10일 : 필기시험

2021년

2월 10일: 주행시험1

2월 25일: 주행시험2

 

 

인생에서 했던 일 중에 제일 힘들었던 일 탑3을 말하라고 하면 자신있게 스웨덴 운전면허 딴 일을 말하겠다. 그 정도로 너무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이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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