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3주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스톡홀름에 있는 친구 브라이덜 샤워에 다녀왔다. 기차타고 4시간 반을 가는데 허리가 아파서 30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야했다… 비행기를 탈걸 그랬나, 하지만 그랬다면 진단서를 요구한다거나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_< 다담주에는 이 친구 결혼식을 보러 또 스톡홀름에 가는데 그땐 허리가 더 아플라나…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임산부는 아주 열심히 브라이덜샤워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호텔 잡고 파티하는 브라이덜샤워가 유행하나본데, 스웨덴의 svensexa(신랑이랑 신랑친구들이 하는 파티)나 möhippa(신부랑 신부친구들이 하는 파티)는 보통 친구들이 하루 플랜을 다 짜서 갑자기 신랑/신부의 집을 습격해 놀래키고 납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걍 납치해서 공항으로 데려가 가까운 데로 해외여행을 하는 게 맨 처음 아이디어였는데 내가 해외나갔다가 지금 애낳으면 곤란해지므로…>_< 아침에 집 밖에서 모여 쳐들어가서 자고 있던 신부를 깨우고 가방을 빨리 싸게 시켜서 일단 데리고 나감… 그리고 브런치, 미니골프, 사우나보트, 시내에서 과제수행(길가는 사람한테 행복한 결혼에 대해 묻는다거나…)하고 돌아와 저녁먹고 칵테일 마시고 노래부르고 늦게까지 놀다가 밤 12시에 방전되어 푹 잤다. 저 빡센 일정을 다 소화한 내 체력에 약간 감탄함…
사우나보트bastuflotte는 처음 해봤는데 진짜 엄청 만족스러웠다. 사실 날씨가 다 했지…

저렇게 생긴 사우나를 작은 보트가 끌고 간다… 그래서 보트 운전하는 분들이랑은 별로 마주칠일이 없고 우리는 그냥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사우나를 하다가 나와서 스낵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수영하고 싶으면 보트 운전하는 분들한테 멈춰달라고 해서 거기서 수영하고 그런 식이었다. 우리가 탔던 거는 3시간동안 아주 천천히 ulriksdals slott 근처를 돌았고, 보트가 멈추자마자 친구들은 아주 신나게 물에 풍덩풍덩 뛰어들었다. 사우나를 하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다가 다시 사우나하는 걸 반복 >_< 나도 수영을 도전해볼까 했는데 일단 물이 너무 깊었고 물이 생각보다 잔잔하지 않아서+바람이 좀 불어서 가만히 있어도 저 사우나가 물에 살짝 떠내려가는 느낌이라, 사우나에 치이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부지런히 헤엄을 쳐야했다… 수영 잘하는 친구들이 ‘와 좀 빡센데?’라고 하는 거 보고 바로 마음 접음… 그래도 밖에 샤워기가 있었어서 사우나 하고 샤워기로 찬물샤워하면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수영을 좀더 연습해서 자신있게 바다 한가운데서 수영을 해보고 싶다.
보트에서 제공된 기본 안주 중에 치즈랑 햄이 있었는데,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하고 주워먹었다가 이제야 약간의 후회와 걱정을 하는 중이다… 임신 중에 먹지 말라는 브리 치즈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잠깐 눈이 돌았었다 >_< 스웨덴에서 리스테리아 감염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니 괜찮겠지…? 이렇게 걱정할 거면 왜 먹었을까, 앞으로 7주동안은 그러지 말아야지…
여름 되고 일만 하느라 이렇게 신나게 논 게 오랜만이었다. 친구들은 내가 무리할까봐 짐도 들어주고 지하철에서 자리도 양보해주고 걱정해주었지만 나는 그냥 내 체력따위 뒷전이고 이렇게 노는 게 너무 신났다. 그리고 이제 9월 이후로는 이런 기회가 잘 없을 거란 생각에 좀 슬프기도 했다. 부모가 될 준비가 되긴 한걸까? 치즈 좀 먹었다고 애가 걱정되는 걸 보니 얘가 싫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애가 배를 뻥뻥 찰 때마다 엄청 사랑스럽다거나 그런 감정이 드는 것도 아니다. 길에서 작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 뱃속 애가 나와서 같이 살아갈 날이 궁금하기도 한데 가끔은 과연 내가 애를 안 다치게 하고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이렇게 자신없는데 부모가 되는게 맞는 걸까? 그래서 가끔은 미안함, 죄책감 같은 것도 드는 것 같고 혼란스럽다.
-
구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여름이라서 답장이 안온다. 지원을 하면 바로 자동응답으로 ‘휴가철이라서 8월 이후에 검토하고 연락하겠다’고 날아온다. 9월 이사 전에 취업을 확정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그리고 IT계열 취업 쉽냐는 얘기는… 지역마다 다르고 정말 케바케인 거 같다. 나도 뭐 서른살에 대학가서 이걸 공부한 이유는 모두가 ‘너 졸업할 때면 서로 데려가려 할걸? 컴공과는 바로 취업되지’라고 해서였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 않다. 지방도시에서는 안 쉬워요… 채용공고 알림 떠서 보면 다 스톡홀름임^^^^ 물론 룬드/말뫼에도 회사는 많고 일자리는 많지만 하나같이 경력자를 뽑는다. 그리고 IT직군이라는 게 범위가 엄청 넓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라던가 일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고 나면 범위가 좀 좁아지는데 게다가 ‘경력 3년이상’ 이게 엄청 많아서 더 좁음… 신입채용이 이렇게 적나? 아니면 다 알음알음 다 뽑는건가? 이래서 논문을 아예 취업까지 염두에 두고 좀 큰 회사에서 쓰라고 했던 건가 싶다. 나는 C#/닷넷 개발로 주로 알아보고 있지만 자바나 자바스크립트/리액트 하는 데까지 범위를 넓혀서 알아보고 있고 구인공고는 꽤 많은 편인데도 다 경력자 구한다고 써있어서 쉽지 않다. 경력자 뽑는다는 공고도 일단 다 지원하고 있는데 벌써 서너군데에서는 그 다음날 바로 불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ㅠㅠㅠㅠ (휴가철이라서 8월 이후에 연락준다면서 불합격메일은 왤케 칼같이 보내줘여…?) 물론 제가 신입이긴 한데 그래도 2년동안 계속 섬머잡 닷넷 프로젝트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인터뷰라도 보게 해주심 안돼요…?ㅠㅠㅠㅠ
코펜하겐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래도 일자리가 확 많아지니까 본격적으로 찾고 컨택하고 있는데 비자 얘기만 나오면 사라진다^^ 스웨덴 영주권으로는 덴마크에서 일을 못하니까 취업비자를 받아야하는데, (취업비자 신청비만 60만원이 넘지만 까짓거 내줄 수 있는데!) 회사 입장에선 많이 귀찮은걸까…? -_- 사실 나에게도 그리 좋은 건만은 아닌게, 세금이라던가 연금 같은 것도 달라서 좀 공부해야할 게 많고, 덴마크는 스웨덴보다 육아휴직 일수가 적어서 덴마크에서 일하게 되면 휴직일수가 깎인다. 그리고 Försäkringskassan같은 국영보험도 스웨덴에서는 혜택 못받고 덴마크 걸로 가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스웨덴보다 나은 거 같지는 않다… 근데 이걸 다 감안하고 내가! 기꺼이! 편도 한시간~한시간반 거리를 통근해주겠다는데! …8월에 연락을 좀 받을 수 있음 좋겠다.
근데 이게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과 애들 중에도 링크드인에 ’오픈 투 워크‘ 뱃지 달아놓고 아직 구직중인 애들이 많다… 다 졸업하자마자 취업확정되는 거 아니고, 논문쓰고 나서 열심히 자소서 쓰고 있는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아서 약간은 안심이다.
어쩌면 8월 이후가 되면 취업이 확 풀릴텐데 내가 타이밍 못맞춰서 7월 휴가철에 지원해놓고 연락 안온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걸지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