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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616

2016, 한 해가 간다. 1월과 2월에는 비록 일은 하긴 했지만 딱히 그리 힘들게 야근한 기억은 없다. 2월 말, 퇴사하자마자 3월 중순까지 엄마랑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또 혼자 일본에 가서 2주동안 여행을 했다. 그렇게 일본에 있던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4월에는 짐을 싸며 틈틈이 한국에 있는 친구들, 친척들한테 인사를 하고 4월 말에 스웨덴에 왔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잘 했고 무엇에 게을렀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은 하지 않았고 즐겁게 논 기억이 많은 8개월이었다. 놀기도 열심히 놀았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그렇게 소홀하지도 않았던 8개월, 좋은 시간이었다. 2016년,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고, 정말 멀리도 이사를 왔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 2016. 12. 30.
크리스마스 이브 :) 스웨덴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같이 저녁을 먹는데, 족발을 먹고 감동받은 남친이 "족발 맛이 크리스마스 음식이랑 봄 비슷한데, 그걸 해보면 어때?"라고 해서 열심히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다 아팠다. 우리는 이미 2주 전에 감기를 한차례 앓았는데, 그 다음엔 어머님이 아프시고, 이번엔 아버님이랑 남친누나가 앓아누웠다. 입맛이 없는지 다들 잘 먹지 않았는데 족발엔 더더욱 손을 대지 않았던 그들ㅠㅠㅠㅠ 내가 남은 거 가져와서 다 먹어야지. ​​ 밥을 먹고 나니 SVT에서 디즈니 영화를 틀어줬다. 50년대에 SVT에서 처음으로 도날드덕을 크리스마스 때 보여준 후로,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도날드덕을 보는 게 일종의 전통이 되었다고 했다. 시청률이 엄청 높아서 해마.. 2016. 12. 25.
성 루시아의 날, 그리고 루시아 콘서트Luciakonsert 매년 12월 13일은 성 루시아의 날이라서, 성당이나 학교 등 곳곳에서 '산타루치아'를 부른다고 한다. 이 날 즈음해서 합창단들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13일 당일 아침 7시에는 SVT에서 생중계로 루시아 공연을 보여준다. "루시아"라는 말이 스웨덴어로 "빛ljus"이라는 말과 비슷하고. 크리스마스 즈음에 즐겨먹는 간식인 사프란 빵Lussekatter랑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루시아 공연에는 여자애 한 명이 촛불 왕관을 쓰고 등장하고, 사람들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보면서 루쎄카터를 먹는 모양이다. 루시아의 날 바로 전 주말에, 룬드대성당에서 하는 루시아콘서트에 다녀왔다. 미리 표를 예매해야했는데 남친 아버지께서 재빠르게 제일 앞줄로 구해주셨다고 해서 정말 좋은 자리에서 잘 보고 왔다. 맨 처음에 무반주로.. 2016. 12. 15.
2016.11.11. Kent 마지막 콘서트 - 말뫼 공연 후기 1995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꾸준히 앨범을 냈던 그룹. 특히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인기가 많았고, 히트곡도 꽤 많은 그런 락 밴드. 우리나라에서도 Socker 등의 몇몇 곡이 BGM으로 사용되면서 은근히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러던 켄트Kent가 올해 초, 갑자기 해체를 선언하고 연말에 마지막 투어를 한다며 티켓팅을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적, 나쁘게 말하면 중2병을 연상케하는 가사, 그리고 우울한 멜로디까지, 겨울에 듣기에는 딱이라 매년 가을겨울만 되면 열심히 들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니.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말뫼에 갔다. 19시 30분 시작이었고 19시쯤 말뫼 아레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제시간에 못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소지품검사를 빨리빨리 해.. 2016. 11. 14.
1031-1101, 교황님의 스웨덴 방문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 프란치스코가 스웨덴을 방문해, 루터파 교회의 수장을 만나고 갔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므로 아래에서는 교황님이라고 쓰겠다.) 룬드에는 룬드대성당Lunds domkyrka이라고 하는 오래된 교회가 하나 있다. 옛날에는 가톨릭 성당이었지만 지금은 루터파 스웨덴교회의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북유럽에 있는 교회 중에서 유명하고 오래된 교회이기 때문인지, 다른 큰 도시들도 아닌 룬드에서 교황님은 루터파 교회 인사들을 만나기로 했다. 10월 31일에 예정된 그 행사 전부터 성당 근처에 바리케이드와 경찰들이 쫘악 깔렸고, 당일에는 그 근처 길을 막고 지키고 있었다. 스웨덴 국왕과 총리도 와서인지 정말... 경계가 삼엄했다. 룬드대성당에서 진행된 그 자리에는 일반 시민들은 참.. 2016. 11. 9.
스웨덴, 4개월.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게 두 달 전이다...( ..) 게을렀던 걸까 바빴던 걸까. 노느라 바빴다, 사실은. 스웨덴에 온 지도 4개월이 지나고, 지난 달에는 감사하게도 가족들이 와서 약 일주일간 놀다 가고, 이번 달에는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한국에서 친구들이 온다. 스톡홀름도 아니고 이런 작은 동네까지 굳이 날 보러 온다니... 9월도 역시 최선을 다해 놀아야겠다. 거의 버려둔 블로그이지만 가끔 덧글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4개월동안의 일을 짧게 간추려서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SFI 워킹홀리데이든 삼보비자든 처음 스웨덴에 오시는 분들의 최고의 관심사가 아닐까. 나도 주민번호 받자마자 이것부터 신청하고 기다렸다. SFI는 굳이 아이디카드 없어도, 주민번호만 받으면 바로 신청이 가능하다. .. 2016. 9. 3.
독일에서 알콜 쇼핑 - Border shop in Puttgarden 스웨덴에서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팔긴 파는데 3.5% 이하의 도수가 낮은 술만 판매하고 있다. 주류판매를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이라는 곳에서 독점하고 있는데, 세금 때문인지 독점 때문인지 술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다. (온갖 종류의 술을 판매하고 있어서 구경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그래서 스웨덴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덴마크나 독일에 가서 술을 사오고는 하는데, 남자친구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에 덴마크 놀러 갔을 때도 술을 잔뜩 사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올 계획을 하고 당일치기로 독일에 다녀왔다. 스웨덴에서 출발해 덴마크의 두 개의 섬을 지나 독일에 있는 보더샵에 가는 일정. 새벽 4시, 룬드 출발. 여름이라 역시 환하.. 2016. 6. 29.
스웨덴의 하지 축제(미드섬머 Midsommar) 크리스마스, 부활절과 함께 '하지'(미드솜마 midsommar)는 스웨덴에서 큰 명절에 속하는 것 같다.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지만 올해는 6월 25일이 미드섬머였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다들 그 전부터 휴가를 내서 별장이나 가족 집으로 모여 준비를 했다. 우리도 목요일에 기차를 타고 스몰란드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 검표를 하더니 'Glad midsommar!'를 외치고는 사탕을 하나씩 주고 갔다. 출발부터 명절 느낌난다고 좋아하며 스몰란드에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보통 하지 때에는 각종 소스에 절인 청어sill와 감자를 먹는 것이 전통인데, 친척 중에 청어 싫어하는 어린 애들이 있어서, 애들이 좋아할만한 꼬치를 준비했다. 고추장이랑 케첩으로 닭꼬치를 만들어봤는데 꽤 호응이 좋았다. 딸기 케이크! 안에도 .. 2016. 6. 29.
자전거를 도둑맞다ㅠㅠ 제목이 곧 내용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어젯밤에 기분 나쁜 꿈을 여러 개 꾸면서 잠을 설쳤다. 더운 날씨 탓인가 하면서 잠이 들다 깨다를 여러 번.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스스로 다독이고, '그래도 화창하네!'하면서 기분좋게 학교에 가려고 했다...만은, 자전거는 어디 가고 바퀴만 홀로 덩그러니.....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자물쇠를 두 개 걸어놨었다. 프레임이랑 뒷바퀴랑 묶어서 하나, 그리고 앞바퀴랑 자전거 거치대랑 묶어서 하나. 그런데 앞바퀴에 묶어놨던 건 아무래도 자물쇠를 못 자르겠던지, 앞바퀴를 덩그러니 남기고 나머지만 들고가버렸다>_ 2016. 6. 8.
6월 1일. 드디어 아이디카드 발급. 5월 12일에 ID-kort를 신청했는데 5월 31일에 우편이 왔다. 카드를 보내주는 건 아니고, "네 아이디카드를 말뫼 Skatteverket으로 보냈어. 그러니 이 편지 들고 찾으러 가렴"이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또 43크로나 x왕복=86크로나를 내고 말뫼 다녀왔네:-) 1주일만에 받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결국 3주 정도 걸렸다. 그래도... 이제는 이 속도에도 아주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그래.. 나온 게 어디야. 400크로나 떼인 줄 알았네'하고 말았다. 내일은 대망의 은행계좌 개설에 도전해야지. * SFI는 의외로 빨리 시작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몇 달씩 기다려야한다지만, 난 다행히 신청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메일이 왔고, 그 다음 주에 코스 시작해서 다니고 있다. 룬드에.. 2016. 6. 2.
[맥주리뷰] Founders KBS (Kentucky Breakfast Stout)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맥주를 마셨는데, 그래봤자 카스 아니면 하이트, 아니면 가끔 마트에서 수입맥주 사다가 마시는 정도였으므로 딱히 '모든 종류를 다 마셔봐야지'하는 도전의지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스웨덴에 오니 마실 수 있는 맥주의 종류가 너무나 많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 대신(3.5% 같은 낮은 도수는 팔지만...)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 에서 독점해서 파는데, 이게 오히려 주류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느낌은 나만 드는 건가..? 여튼, 스웨덴 술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와인과 맥주 등을 파는 시스템볼라겟에 가면, '이걸 하나하나 다 맛보려면 얼마나 걸릴까...'하는 생각과 함께 도전의지도 생긴다. 물론 나는 그냥 맥주를 좋아하는 평범한 처자에 불과하.. 2016. 5. 26.
스웨덴 생활 19일째.(부제: 스웨덴의 느린 행정) (며칠전 기차에서 찍은 사진. 지금 이곳은 유채꽃이 한창이다.) 4.27. 입국. 4.28. 세무서 같은 기관인 Skatteverket 가서 주민등록'신청' - 그래도 이건 룬드에서 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번호표를 뽑고, 살짝 멍때리다가 다들 안내데스크 같은 데서 페이퍼 받아가길래, 나도 다가가서 "주민등록 하러 왔는데 뭐 써야되나요?"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런 종이를 주고 내 차례 될때까지 작성하라고 함. 작성해야할 종이가 앞뒤로 두장이어서 꽤 적을 게 많았다. 삼보 비자로 가는 거면 미리 남자친구 주민번호도 알아가야하고 연락처나 주소도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이 좋다. 중간에 헷갈리는 것은 일단 비워놓고, 내 차례 되었을 때 접수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서 적었다. 여튼... 이날 접수는 성공. 우.. 2016.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