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215 12월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정말 요즘 그게 실감이 난다. 다다음주면 벌써 2023년이라니, 정말인가... 2018년에 입학을 했을 때 내가 대강 몇년도에 졸업을 하게 될지 계산해보고는 눈앞이 캄캄했다. 2023년 여름 졸업이라니. 그때로서는 아직 2020년도 멀게 느껴졌을 때라 2023년이 되어야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된다는 게 정말 먼 미래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한학기가 지나고 학사시스템에 들어갔는데 '총 300학점 중 30학점 이수했음'이라고 써있어서 더욱 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고작 10퍼센트를 마쳤다니. 언제 300학점 다 채우나 정말 막막했다. 이제 나는 300학점 중 262.5학점을 채웠고, 다음 달이면 7.5학점이 들어와서 270학점이 될 예정이다. 이.. 2022. 12. 16. 긴 방학이 끝나고 스웨덴에 돌아왔다 지난 목요일 밤에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 아침에 스웨덴에 왔다. 밤비행기라서 낮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을 여유도 있었고, 짐을 싸다가 갑자기 슈퍼에 가서 뭔가 더 사와서 채울 여유도 있었고,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구두 수선도 가서 할 수 있었고, 집앞 미용실에 들러서 삼천원 내고 앞머리를 자를 여유도 있었다. 우리가 있었던 삼개월동안 비가 온 날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늘 포근하고 좋았는데, 마지막 날 역시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쏟아져서 공항에 가기 전에 산책을 했다. "이런 햇빛은 앞으로 반년은 기다려야하니까 지금 많이 햇빛을 쬐야해." 조금 이른 저녁식사까지 하고 공항에 가는 버스를 탔다. 지방출도착 공항버스가 다시 재개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전날 서울 올라가서 잤겠.. 2022. 11. 30. 한국살이, 세 달 세 달동안의 한국살이가 끝나간다. 목요일 밤에 다시 출국이라 이제 내일부터는 청소와 짐싸기를 해야하는데 짐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아니, 올 때 가방 하나를 선물로 채워왔으니 오히려 비어야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옷과 책을 많이 샀고 음식도 좀 사서 갈 예정이고 전기장판도 들고 갈 예정이다. 아버지가 전기장판 사업을 하시는데 얇고 가볍고 전기 잘 안먹는 탄소섬유소재의 전기장판이라 다섯 개 정도 들고 가서 스웨덴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예정. 다섯개.... 가방 하나에 다 넣을 수 있겠지. 더블 매트는 무려 양쪽 각각 따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온도차가 다른 남편과 함께 쓰기에 딱이다. (궁금하시다면 메일로 연락주세요) - 지난 주 금요일에 10주간의 한국어 수업도 끝나고 남편은 글쓰기상을.. 2022. 11. 20. 11월 첫날, 한국 살이 두 달 ...이 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토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에 돌아가야했지만 결국 비행기표를 바꿔 11월 하순까지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막상 남편과 함께 부모님집에 얹혀서 살아보니 여기가 나에게도 내집같지 않은데 나 없이 남편이 여기서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엄마도 의사소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11-12월을 어떻게 보낼까 하며 생각해본 옵션 중에 '학교 가서 오프라인을 수업을 듣겠다'는 옵션은 지워버렸고, 11월 중순에 학교에서 있을 취업박람회도 계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비행기표를 바꾸고 난 며칠 후, 졸업논문 프로젝트를 구했다. 제때 못구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력서를 보낸 여섯 회사 중 네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지난 주에는.. 2022. 11. 1. 한국살이 한 달, 그리고 졸업준비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 남편이 어학당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시간이 안가는 것 같더니 (항상 그와 놀아줘야했으므로...) 그가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사귀어서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주 3회 수영강습에도 다녔고, 재택으로 알바도 했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 한국어학당은 진도가 확실히 빠른 것 같고 숙제도 엄청 내주는 것 같다. 매일 단어시험을 보기 때문에 남편은 집에 와서도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숙제를 하며 공부를 한다. 너무 열심히 해서 저러다 번아웃이 올것 같아 걱정이지만... 학교 다녀와서 이것저것 조잘조잘 물어볼 때면 그냥 흐뭇하다! 자식 학교 보내면 이런 마음일까... 한.. 2022. 10. 12. 2022 스웨덴 선거 2022년 9월 11일은 스웨덴 선거가 있었다. 스웨덴은 4년에 한번씩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하는데,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지방선거를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아직 2년밖에 살지 않았어서 투표를 못했고, 올해는 선거권이 있어서 지방선거를 할 수 있었다. 8월 하순부터 사전투표기간이라서 한국오기 전에 집 근처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고 왔다. 우리나라는 사전투표기간이 짧게 정해져있지만, 이 나라는 사전투표기간이 굉장히 길어서 벌써 2-3주전부터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투표소에 가면 신원 체크하고 투표지를 주는데, 여기는 투표지를 그냥 내가 아예 집에서부터 들고 갈 수가 있고(정당에서 엄청나게 우편물이 날아온다... 자기네 정당 투표지를 넣어주는데 그걸 들고 가도 .. 2022. 9. 12. 올해 두번째 한국 입국 5월 한달을 한국에서 보내고, 9월 1일에 또 한국에 왔다. 지난 봄에는 아버지가 편찮으시대서 갑자기 온 거였지만(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치료가 잘 되었다) 이번 가을여행이야말로 우리가 1년에 걸쳐 준비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내가 그의 모국어를 배웠듯이, 그도 내 모국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그도 정말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했지만 독학체질은 아닌 것 같았고, 학원에 보내기에는 간호사 3교대 근무에 맞지 않았다. 과외는 싫고 꾸준히 학교에 가서 숙제도 하고 시험도 보고 다른 사람들이랑 으쌰으쌰하면서 배우고 싶어했다. 그러면 한국가서 어학당 가는 게 최고인데, 대학부설 어학원은 한 코스에 10주로 수업을 해서 아무리 스웨덴 휴가가 길더라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내 남은 학점을.. 2022. 9. 6. 6월 4월 말에 한국에 가니 철쭉과 영산홍이 활짝 피어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그 달콤한 꽃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봄밤에 맡는 꽃냄새가 가끔 그립곤 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이렇게 봄에 한국에 오기도 하는구나… 그렇게 철쭉이 진 후 라일락이 피고, 라일락이 지고 장미가 피자 스웨덴에 가야할 날이 되었다. 그리고 스웨덴에 오니 이제 여기도 집집마다 장미가 활짝 피기 시작했다. 한 달동안 운전을 정말 많이 했다. 한국에서 뭐했냐고 누가 물으면 운전밖에 기억이 안난다… 주 2-3회를 서울로 왕복해서 다녀오고 천안,아산에서도 운전을 했다. 스웨덴에서 운전을 익힌 자에게 한국 고속도로는 마치 아우토반처럼 느껴졌고, 갑자기 오토바이가 번쩍 나타나고 앞에서 깜박이도 안켜고 당당히 끼어들어오는 시내는 마치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2022. 6. 14. 스웨덴 6년, 그리고 귀국 2016년 4월 27일에 스웨덴으로 이사를 왔고, 올해 4월 27일에는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원래는 가을에 집사람과 갈 계획을 세웠고 이번 봄에는 갈 계획이 없었다. 당장 다음 주에 친구들과 하이킹을 갈 예정이었고 다음 달에도 주말마다 온갖 약속을 잡아놨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걸 다 취소하고 갑자기 한국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 가족이 아픈 일을 블로그에 쓸지말지 고민을 조금 했다. 그렇게 좋은 일도 아닌데 괜히 동네방네 소문내기 싫으니까. 하지만 스웨덴에서 6년을 보내고 7년차를 맞이하는 소감을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상황을 조금은 설명해야할 것 같다. * 6년 전, 스웨덴으로 이민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부모님의 건강과,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동생이 짊어질 부담이었다. 부모님은 .. 2022. 4. 26. 4월의 거짓말 운전연습을 틈틈이 하고 있다. 다음 주에 멀리 사는 친구가 놀러와서 며칠 자고 가는데, 누가 이렇게 멀리서 오는 게 오랜만이라 설레기도 하고 뭘 보여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차를 빌려서 Ales stenar 같은 관광지에 갈까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두 명이 더 같이 가게 될 것 같다. 세 명을 책임지고 운전을 하게 되다니 >_< 게다가 그 중 한명은 임산부인데... 책임감이 커져서 운전연습을 안할 수가 없다. 저번에 조금 썼지만, 룬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 기반' 렌트카 서비스는 두 개다. 그린모빌리티 아니면 M. 가격은 M이 더 싼데, 가입하려고 했더니 연 수입 150,000크로나 이하는 가입 안된다더라ㅠㅠ 학생은 여기서 차도 못빌리는구나. 그린모빌리티는 면허딴지 1년 지나면 된.. 2022. 4. 8. 스웨덴어에 있었으면 하는 한국어 표현들 이 글은 한국어/스웨덴어 표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들어가있다. *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단어가 스웨덴어에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Bra jobbat'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왠지 그 말은 '잘했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Tack för ditt hårda arbete'는 좀 무겁고 길지 않나? 집사람이 일하고 와서 힘들었던 얘길 늘어놓을 때 쓸말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그냥, '수고했어' 한마디를 하고 싶은데... 그리고 남들 수고할 때 먼저 떠나는 상황에 그냥 가볍게, '그럼 수고해!'를 외치고 싶은데... '수고했다, 고생했다', 이런 말들은 '苦'라는 말이 들어가서 그런가, 힘듬을 견딘 것에 대해 칭찬하는 느낌이 더 들어서 좋다. 그리고 '수고하세요'라던가 '수고해'라는 .. 2022. 4. 5. 3월의 마른 모래 가사를 잘 들어보면 사실 가을이 배경인 노래, 가을방학-3월의 마른 모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이미 2월 중순에 하얗고 노란 봄꽃이 피었고 그때부터 약 한달동안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제는 더이상 날씨로 스웨덴을 디스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할 정도. 12월부터 헬스장을 끊어놓았지만 날씨가 좋아서 2월부터는 거의 안가고 집근처 공설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했다. 새로 장만한 겨울 트레이닝복이 마음에 들어서 더 따뜻해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써먹고 싶었다. 물론 이러다가 또 눈이 오겠지만 그래도 좋다. 낮이 길어져서 좋고 따뜻해져서 좋고 봄꽃이 피어서 너무 좋다. 오늘은 심지어, 무거운 겨울외투 대신 두툼한 스웨터와 겉에 봄자켓을 입고 나갔는데 딱이었다.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니 영수증이 .. 2022. 3. 1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