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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717

2017년 안녕. 내년에는 안빈낙도. 한 해가 이렇게 또 가나보다. 내일 모레 한국에 가서 3주동안 있다 올 예정이다. 여름에 갔으니 겨울에는 가지 말까 싶기도 했는데 내년 여름에 내가 또 뭘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시간이 있고 돈도 조금 있으니 한국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항공권을 끊었던 그때 즈음에는, 이곳 생활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던 때라서 돈이 없더라도 짜내어서 한국에 가고싶은 마음뿐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늘 나 자신이었다. 무리하게 스케줄을 짰기 때문에 체력도 바닥나고 번아웃 되어버린 것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계획한 것이기 때문에 남탓을 할 수도 없었다. '안빈낙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요즘 생각한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면 산다고 생각은 하는데.. 2017. 12. 19.
9월 20일 스웨덴 생활의 큰 적은 날씨라고들 하는데, 이제 점점 낮이 짧아지는 게 확 느껴지면서 겨울이 오는 게 좀 무서워지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더 무서운 거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인 것 같다.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룬드는 정말 비가 자주 온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든, 쏴아 쏴아 내리는 비든, 어쨌든 비가 자주 오는데 지난 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왔다. 그것도 매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버스를 탈까 싶어도, 일하는 곳들 동선이 애매해서 버스도 못타고 1주일 내내 비맞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더니 요즘 몸이 으슬으슬하다. * 결국 대학교 스웨덴어 코스는 그만두기로 했다. 요즘 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재밌었고, 가장 유익했고, 재밌는 친구들도 만났지만은... 사실 이 코스가 시간을 다 잡아먹어서, .. 2017. 9. 21.
요즘 좋아하는 것 원래 바쁠 수록 더 딴짓을 많이 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매일 오전에 학교 가고, 끝나자마자 도시락 데워먹고 나서 자전거타고 휘리릭 일하러 가서 집에 오면 보통 다섯시쯤 되는 것 같다. 저녁먹고 어쩌고 해서 일곱,여덟시쯤부터 복습하고 숙제하면 두시간이 훌쩍. 디스턴스로 듣는 코스도 매일 하지 않으면 밀리니까 그거까지 하면 금세 열두시가 된다. 다다음주부터는 저녁에 일하는 날도 일주일에 2~3일 생길 예정이다. 빨래를 해야하는데... 동거인도 바쁜 건 마찬가지라서 떠넘길 수도 없네. *하지만 이렇게 지치는 와중에 그나마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있다면, 1. 김생민의 영수증 동네언니가 진작부터 들어보라 했지만 까먹고 안듣고 있다가 얼마전에 듣기 시작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더 열심히 살.. 2017. 9. 6.
과학과 나 [얼마 전 kräftskiva했을 때 매달았던 장식. 다시 봐도 무섭구먼...] 한창 영어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땐 '영어와 나', 수학공부를 할 때는 '수학과 나' 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했으니, 오늘은 '과학과 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때는 2002년,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아이큐검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30명 정도를 따로 불러서 '과학반'을 만들건데 하겠냐고 물었다. 사실 그 어린 나이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는 등의 큰 포부 따윈 없었지만, 일단 과학선생님이 참 좋은 분이었고 초등학교 때 우주소년단을 했어서(단복이 은근히 멋있었다) 그 비슷한 걸 하겠지, 라고 생각해서 손을 들었다. 그렇게 과학반이 시작되었는데, 우주소년단처럼 물로켓만들고 비행기 만들고 그런.. 2017. 9. 3.
최근에 발견한 페이버릿 드라마. 1. Fröken Frimans krig : https://www.svtplay.se/froken-frimans-krig 직역하면 '프리만 여사의 전쟁' 정도가 되겠다. 진짜 웰메이드 페미니즘 드라마>_< 스웨덴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드라마이다. 시즌1은, 다그마르와 킨나가 좋은 식재료를 파는 가게를 열고 이를 토대로 여성운동도 하자며 Svenska Hem을 여는 이야기이고, 시즌2는 여성참정권을 얻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지만 그 와중에 반대세력에 의해 벌어지는 일들, 시즌3은 매춘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야기이다. 내용이 무거워보이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오히려 코믹한 부분이 많아서 재밌다. 그래서 SVT 홈페이지에도 이 드라마 설명에 '여성운동에 관한 드라마 코미디'라.. 2017. 8. 13.
스웨덴에서 나는 행복..한가? 며칠 전에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서 갑자기 카톡이 왔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하더니 대뜸 물었다. "너는 거기서 행복하니?" 서른살이 가까워오면서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이직' 또는 '터닝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곤 했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인가, 이대로 냅두면 나는 앞으로 몇십년동안 이 일을 계속할텐데 정말 괜찮을까, 차라리 지금 뭔가 바꿔야하는 거 아닐까, 퇴사를 한다면 지금이 아닐까, 워홀을 갈까, 여행을 갈까, 유학을 갈까, 이직을 할까, 결혼을 할까 등등. 그러다보니 '이민'이라는 엄청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내가 어찌 사는지 궁금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달리기를 하면서, 걸으면서, 잠이 들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직장다닐 때보다 지금 스웨덴에서 입에.. 2017. 8. 9.
Språket i P1 (출처: Sveriges Radio. http://sverigesradio.se/sida/avsnitt?programid=411)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TV 프로그램 몇 가지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다. (http://banisblogg.tistory.com/229)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P1 에서 하는 Språket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스웨덴어 맞춤법(!)이나 신조어, 방언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고 주제가 재밌고 그리 길지 않아서 버스나 기차탈 때 듣기 딱이다. "innan이랑 före는 같은 뜻일까?" "att이랑 för att은 어떻게 구분해서 쓸까?" "prova랑 pröva는 어떻게 다를까?" 등의, 정말 평소에도 자주 .. 2017. 5. 28.
이번 학기 공부 끝! 일은 6월 중순까지 계속 하지만, 공부하고 있던 것은 오늘로 끝났다! 이제 스벤스카 끝! *작년 9월, SFI 선생이 이제 졸업시험 보라고 했을 때, 그 다음 코스는 어떻게 신청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신청해야하는지 감이 안잡혀서 이 동네에 오래 살면서 대학공부까지 시작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지금에서야 SAS1을 끝냈겠지만, 친구가 기가 막힌 조언을 해주었다. "어차피 콤북스에서 오랫동안 스웨덴어 수업 들어봤자 그리 크게 늘지 않고, 차라리 빨리빨리 끝내고 얼른 스웨덴 사람들이랑 일을 하던가 스웨덴 애들이랑 공부를 해야 빨리 느는 것 같아." 그래서 친구가 디스턴스로 공부하면 반년만에 SAS 1,2,3을 끝내는 게 가능하다고, 빡세게 대입공부 하는 셈 치고 해보.. 2017. 5. 27.
벌써 일년. 스웨덴으로 이사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다고 했을 때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아쉽긴 하지만 여튼 잘 살아라,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겠지만 그래도 종종 안부 전해라 등등.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들이 있었다. "그래도 스웨덴이 더 살기 좋겠지?" 솔직히 인정한다. 만약 다른 나라였다면 이민을 갈지말지 좀더 고민했을텐데 스웨덴이었으니까 그 고민의 시간이 좀더 짧았던 거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만 29세 미만 저소득자에게 주거비를 월 1000크로나 넘게 지원해주고,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이 나라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초기 정착비를 더 모으느라 아직도 한국에 있었을 것이다. 영주권을 받으면 스웨덴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 3000크로나씩 매달 교육보조금을 주는 나라니까 안심하고.. 2017. 4. 28.
2017 부활절 이야기 이제 다음 주면 이 나라로 이사온지도 1년이 된다. 미드섬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이제 부활절påsk까지 해서 이 나라 명절을 다 지내보았다. 음... 우리나라 설날이나 추석 때 송편이나 떡국을 제외하고는 차례음식은 별 차이가 없듯이, 이 나라도 명절 음식은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청어절임, 미트볼, 소시지, 파이를 먹고 율무스트julmust나 포스크무스트påskmust같은, 이름은 달라도 결국 맛은 같은 음료를 먹는 게 이 나라의 전통인 것 같다. 어쨌든, 스웨덴에서 처음 맞이해본 부활절 사진을 조금 풀어볼까 한다. 1. Påsköl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맥주julöl를 판다면, 부활절에는 부활절맥주påsköl을 판다. 라벨만 보면 무슨, 계란 맛 나고 치킨 맛 날 거 같지만 사실 굉.. 2017. 4. 22.
수학과 나. (친구네 가족이 기르는 염소들... 이제 써먹을 사진이 없다.) 누가 보면 수험생 블로그인 줄 알겠네... 어제 "영어와 나" 포스팅에 이어서 오늘은 "수학과 나"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번 주부터 플렉시블로 수학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각각 계획을 따로 세우고 그에 따라서 기말시험을 볼 날짜가 정해진다. 플렉시블은 콤북스에 출석해서 강의를 듣는 수업은 아니고, 집에서 자습한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을 만나서 궁금한 거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사실 수학을 좋아한다. 영어보다 훠어어어얼씬 좋아한다. 비록 고2 1학기 때 30점을 찍긴 했지만 그때는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30점 받던 시절에도 수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친듯이 공부해서, 나중에는 당연히 만.. 2017. 4. 13.
영어와 나. 이번 주에 영어6을 드디어(ㅠㅠㅠㅠㅠ) 끝낼 예정이다. 그저께에도 영어 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한숨을 백 번은 쉰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영어가 싫었는가. 영어와 나와의 이 기나긴 애증의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AFKN인지 뭔지 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말을 했다고 한다. 그냥 그걸 내버려뒀으면 내가 영어를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엔 한국어로 읽을 거리가 많았으니.. 나한테 조기영어교육은 아무래도 무리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 영어를 접할 일이 없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해 학교에서 선생님이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집 근처에 영어학원이 생겼고,.. 2017.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