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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6

2016.11.11. Kent 마지막 콘서트 - 말뫼 공연 후기

by Bani B 2016. 11. 14.
   1995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꾸준히 앨범을 냈던 그룹. 특히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인기가 많았고, 히트곡도 꽤 많은 그런 락 밴드. 우리나라에서도 Socker 등의 몇몇 곡이 BGM으로 사용되면서 은근히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러던 켄트Kent가 올해 초, 갑자기 해체를 선언하고 연말에 마지막 투어를 한다며 티켓팅을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적, 나쁘게 말하면 중2병을 연상케하는 가사, 그리고 우울한 멜로디까지, 겨울에 듣기에는 딱이라 매년 가을겨울만 되면 열심히 들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니.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말뫼에 갔다. 


   19시 30분 시작이었고 19시쯤 말뫼 아레나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제시간에 못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소지품검사를 빨리빨리 해서 입장도 곧 할 수 있었다. 스웨덴은 스포츠경기나 큰 공연 전에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우산은 무조건 빼앗기고, 알콜도 빼앗기는 경우가 있다.(하지만 말뫼 아레나 안에 맥주 파는 곳이 있어서 사람들은 거기서 사먹었지...) 순하리 팩으로 된 걸 가방에 넣어가보았는데, 한국어로 써있어서 그랬는지 알콜로 안보여서 그랬는지 그냥 들여보내주었다. 오예:) 


   관객 연령대는 굉장히 높았다. 우리같은 20대 후반도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았고 거의 3~40대 정도? 더 높은 연령층도 꽤 있었다. 요즘 애들은 안 듣는구나... 하긴, 주요 히트곡이 거의 2000년대 초반에 나왔고, 그 이후에는 갑자기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팍팍 넣어가며 스타일을 바꿔서 팬층이 많이 떨어져나간 케이스; 다들 옛날 앨범 생각하면서 왔을텐데 아저씨들이 옛날 노래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장 입구에 있었던 포토존... 마지막 투어라서 판넬도 좀 팍팍 세워놓고 그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스웨덴은 그런 데 돈 잘 안쓰나보다ㅠㅠㅠ 심지어 공연포스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 자리는 2층 관객석. 앉아있을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너무나 계속 앉아만 있어서 참기 힘들었다... 그래도 콘서트라며 켄트 아저씨들이 신나는 노래도 좀 부르고, 우울한 것도 편곡해서 신나게 부르고 그랬는데 다들 앉아만 있고ㅠㅠ 연령대가 높아서 그런가 했는데, 몇 년 전에 이 나라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공연중에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뒤에 앉은 사람이 앉으라고, 서있을 거면 스탠딩 끊지 일반 관객석에서 왜 일어나냐고 해서 "관객석은 계속 앉아만 있어야 하나, 일어서면 안되는 건가" 하는 그런 논쟁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욱더 소심해져서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나라는 야광봉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켄트인데... 그래도 락콘서트인데... 야광봉도 없고, 핸드폰 조명 흔드는 것도 없고, 스탠딩석 제외하면 "꺄악~"하는 환호성도 없고, 열린음악회 온 줄.... 그래도 옛날 노래(...라 함은 Tillbaka till samtiden앨범 이전을 말합니다) 나오면 사람들이 따라부르긴 했다. 이래서 외국 밴드들이 우리나라 내한공연 오면 사람들 리액션에 감동하며 눈물도 흘리고 엄지손가락 척! 세우는 듯. 

   보컬인 요케 아저씨는 의외로 라이브를 정말 잘했다. 그리고 다른 악기들도... 음향이 굉장히 훌륭했다. 무대에 나오는 스크린도 영상이 화려하고, 돈을 많이 썼겠구나 싶은 그런 무대였다.(하긴 마지막 콘서트인데... 게다가 말뫼에서만 사흘을 했는데...) 


   아쉬웠던 것은... 옛날 노래를 너무 안불러주셔서ㅠㅠㅠㅠ 첫 앨범에 있었던 Blåjeans 정도는 불러줄 줄 알았는데, 첫번째랑 두번째 앨범은 완전 안불러주고, Vapen&Ammunition앨범 이후 위주로 많이 불렀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 콘서트인데, 첫 앨범부터 차례로 타이틀곡 메들리로 불러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고, 그냥 새로 나온 앨범 발표하러 온 투어 같았다. 중간에 요케 아저씨가 멤버들 하나하나 소개하고, 옛날에 어떻게 만났는지 에피소드 얘기해주고 그랬는데, 그냥 그게 끝.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그런 얘기 없고 그냥... 멤버소개 하고 "사랑해" 그러고 끝. 

   그래도 Mannen i vita hatten 부를 때 드디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이 전원 기립해서 떼창을 했다! 드디어! 그래서 '이제 슬슬 2부 시작이군' 했는데 그냥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이 앵콜 외치고 박수 계속 치고 그러니 이제 '준비된 앵콜곡'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앵콜곡이 Den sista sången(=마지막 노래) 라서, 그거 끝나고 나니 더이상 사람들이 앵콜도 안 외치고 그냥 알아서 퇴장... 

   분명 이게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 투어인데 마지막 같지 않고 그냥... 정말... 일반콘서트 느낌. 집에 가는 길에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콘서트 자체는 참 괜찮았는데, 마지막 콘서트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 최신 노래 위주였다" 라고 말했던 걸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




   콘서트 끝나고 기념품 사려는 사람들... 티셔츠 한 장이 250크로나였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줄 서기 싫어서 그냥 왔는데 이제야 조금 후회가... 다음 날 버스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저 티셔츠 입은 거 보고 더욱....

***

   그나저나, 콘서트를 맞이해서 켄트가 앱스토어에서 어플을 출시한 게 있었고, 공연 전에 한 번 다운받아보았다. 앱스토어에서 Kent - den sista sången이라고 치니 나왔는데, 한국 계정으로도 받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은.. 



   어쨌든 다운받아서 어플을 실행하면 맨 처음에는 "콘서트가 시작되면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콘서트 중간에 켜니까 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런 화면이 떴다. 야광봉 대신 휴대폰 흔들어달라고 이걸 만든 것 같은데...그래서 콘서트 중간쯤부터 사람들이 이 어플 켜서 핸드폰 흔들고 그랬다. (어플 만들 돈으로 야광봉을 뿌렸으면 어땠을까<)

그 다음 메뉴에서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필터를 고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골라서 저장하고 업로드해서 모자이크로 켄트 사진을 완성하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켄트 콘서트가 끝났다. 공연 자체는 정말 괜찮았고 마지막 콘서트같지 않아서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제 안하겠지. 아저씨들은 이제 이거 안하면 뭐하려나. 

   마지막으로 공연에서 찍었던 영상들을 모아 보았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자유로워서 다들 찍고 있었다>< 다만 아이폰으로 찍는 바람에 화질도 구리고ㅠㅠ 내가 중간에 박수도 치고 막 그러느라 화면도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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