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지난 7월에 블로그를 닫으며 쓴 말을 인용해보겠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지나 2018년이네요. 그동안 여행기도 많이 올렸고, 스웨덴에서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많이 기록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저의 목적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 가득한 블로그 만들기'였고, '도움이 되었다'는 덧글이나 메일을 받을 때마다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덕분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요.
> 그럼요.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제 블로그를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알찬 정보성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뭐... 일상글이라고 해도 어떤 분께는, 스웨덴에서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튼 이것저것 다시 써볼까 합니다.
하지만 올드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힘들고, 그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소심병도 도졌고, "스웨덴 이민 어떻게 가나여" "탈조선하고 싶은데 도와주세여" 따위의 메일에도 질린 데다가, 도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르스트뢰밍 글에 가끔씩 올라오는 일베스러운 악플에도 질렸고, 그리고 SNS활동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블로그 폐쇄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라고 했더니 몇몇 친구들이 "그러면 덧글을 닫으면 되는 게 아니냐" "정보 업데이트가 힘들면 그냥, '이 정보는 -년에 작성된 것이니, 그 후 변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위의 문구를 넣으라"는 아주 귀중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맞네요. 덧글 기능을 차단하고 '일방향적' 소통을 하면, 굳이 덧글 따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저같은 소심병 환자에게는 아주 귀중한 조언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으면서 스웨덴으로의 이민을 준비할 때에도 블로그랑 각종 홈페이지를 많이 찾아봤었는데요. 'SFI다니는 것까지는 뭔가 사람들이 블로그를 많이 써서 대충 알겠는데, 그 이후에는 다들 어떻게 학업이나 취업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되는 블로그를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다보니 좀 벅차네요.
> 그래서 벅차지 않도록 그냥 제가 쓰고 싶을 때만 드문드문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1. 처음에 스웨덴에 와서 블로그를 하면서 저는, '뭔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블로그를 했던 것 같아요.
2. 그리고 SFI 이후에 이런저런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는 식으로 블로그를 썼던 것 같네요. 김민식PD도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남에게 '자랑'하는 거고, 그러기 위해 본인도 블로그를 하셨다고 했죠. 저도 뭐,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적고, 남에게 '잘 하고 있어요! 화이팅!' 같은 덧글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아요.
3. 그런데 막상 각종 파트타임 일들을 시작하고 공부가 바빠지니 이제 진짜 시간이 없더군요.
4. 첨엔 이질적이고 모든게 신기했던 스웨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뭐 이젠 신기한 것도 없고 블로그에 쓰고 싶은 것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5. 그와중에 '그래도 이런 걸 쓴 블로그는 없었지' 하면서 대학 입학 관련 정보들을 틈틈이 올렸는데, 제가 올린 정보가 혹시 틀린 건 아닌지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에 대해 추가질문이 메일로 오면 또 찾아봐드리기도 했었어요. 다 제가 즐거워서 한 일이긴 하지만, 가끔 좀 무례한 메일이 오면 기운이 쑥 빠지기도 하면서, '아 이제 진짜 SNS 하지 말자'고 생각하곤 했네요.
6. 아는 사람 만나서 놀 시간도 없는데 왜 내가 일면식도 없는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시간을 쏟고 있지,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작가는 못될 것 같네요.
7. 그리고 대망의 대학입학을 앞두고서는, '이제 진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작년에는 인스타를 끊었고, 얼마 전에는 네이버 각종 카페에서 탈퇴하고, 네이버 어플을 스마트폰에서 지웠습니다. 페북은 메시지 기능 땜에 지우지는 못하고 있지만 최대한 안보려고 하고 있고요. 이제 블로그 차례인 것 같아요.
> 그래서 블로그를 닫았던 것인데... 종이 일기를 써보려고 해도 제 손은 이제 키보드에 익숙해졌는지 전처럼 잘 되지가 않더군요. 사진을 첨부할 수도 없고요. 블로그에 비공개로 써야겠다,해도 아무도 이걸 안본다고 생각하니 전처럼 열심히 쓰지도 않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남친의 불만도 한몫했고요. 어딘가 가면 '너의 블로그에 도움을 주겠다'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양반인데 제가 올리지 않으니 시무룩....>< 그리고 사실 지금 이 일주일이 제 인생에서 제일 한가한 기간인데 할 게 없으니 심심해서...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에는 대학을 다시 시작하는데, 그러면 뭔가 쓰고 싶은 말도 많아지지 않을까 해서 다시 블로그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7월에 블로그를 닫겠다고 했을 때, 메일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던 분들을 포함해, 저의 블로그를 열심히 읽어주시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말을 번복하려니 부끄럽네요. 하지만 학업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그리고 저의 음주가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심심할 때 적절히 취미삼아 블로그 활동을 이어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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