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중에 크면 꼭 독일에 가봐야지"하고 생각했다.
그것도 베를린이 아니라 드레스덴Dresden 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드레스덴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에리히 캐스트너Erich Kästner 때문이었다.
20세기 중반 독일의 체제를 비판하는 지식인 중의 한 명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동화(아니, 동화라고 하기엔 수준이 높으니 어린이 소설이라고 하자)를 남긴 작가.
에밀과 탐정들, 에밀과 세쌍둥이, 하늘을 나는 교실, 로테와 루이제 등등등.
초등학교 때 에밀과 친구들의 모험담을 읽으며 두근두근거렸고
에밀의 또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캐스트너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 슬펐고,
아직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는다.
어린이가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를 만든 독일의 이야기꾼:)
그의 고향이 바로 드레스덴이다.
2010년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
드레스덴은 독일에서는 동쪽 끄트머리(?), 그리고 베를린이랑 프라하 중간쯤에 있다.
캐스트너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했던 노이슈타트 역을 실제로 보고 감격ㅠㅠ
'내가 어렸을 적에'라는 책은 캐스트너가 자신의 부모와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드레스덴에 대해 쓴 책인데,
세계대전 때 드레스덴이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되었다고 슬퍼하던 페이지가 있었다.
그래도 많이 복원한 건지, 그 와중이 살아남은 건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역도, 멋진 궁전도 볼 수 있었다.
궁전에 가기 전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당연히
에리히 캐스트너 박물관!
하지만...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오더니
"입장료 내고 들어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긴 하는데, 솔직히 입장료가 아까워질거야.
여긴 캐스트너가 생전에 썼던 원고나 편지 등을 보관하는 곳이라, 독일어 못읽으면 되게 재미없거든.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다들 엄청 기대하고 와서 엄청 실망하고 가니까, 그래서 말해주는 거야.
대신 영어 팜플렛을 줄테니 읽어봐. 입장료 낼 돈으로 기념품 사는 게 나을거야."
.........그래서 박물관을 쓸쓸히 나왔다..
그래도 기념품 겟! 저 그림이 그려져있는 배지를 사서 아직도 잘 가지고 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실 강은 조금 실망했음.....
소설에서는 그렇게 아름답게 묘사해놨는데 그냥....강...이잖아?
드디어, 옛날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작센 주의 큰 도시이지만,
옛날 독일이 여러 나라로 이루어진 연맹체였을 때, 작센의 왕이 살았던 곳이 드레스덴.
그래서 이렇게 웅장한 궁궐이 있었다.
츠빙거 궁전!
그 옆에 있던 무기 박물관이 꽤 볼만했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당신은 모짜르트인가요
왕의 행차를 묘사한 걸까
나무로 만든 공예품이 유명하다는 이 곳.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비쌌다....ㅠㅠ
광장에 갔더니 갑자기 엄청나게 많아진 사람....
그것도 모두들 악기를 들고 연습하고 있었다.
어린이들도, 청소년들도,
심지어 방송국에서 나와서 인터뷰도 함
연세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아줌마아저씨들도 각자 악기 연습하고 있는 이 풍경;;;
플래시몹이었다>_<
플래시몹을 하려고 광장에 나와서 각자 팀별로 연습하고 있는 거였다.
아이디어가 꽤 좋았는데, 시민들이 다 나와서 하는 대규모 플래시몹이라
지휘자가 잘 안보이는 것을 예상해, '풍선'으로 지휘하는 거였다.
예를 들어... 흰색 풍선이 두둥~실 떠오르면 바이올린이 연주하고
각 색깔의 풍선을 올리고 내리면서 지휘한다는 아이디어
.............는 좋았으나
결국은 뭐가 뭔지 모르는 노래가 되면서 다같이 웃고 끝났다ㅋㅋ
플래시몹 구경 잘하고 걷다보니 등장한 정체불명의 시설물
응? 벤치인가?
놀이터였다>_<
저 말린 다시마 같이 생긴 거에서 어떻게 노는지 궁금했는데 아이들은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드레스덴에도 이렇게 현대적이고 독특한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신호등에도 암펠만이 있었다><
절대로, 뒤에 있는 삼성 핸드폰을 찍으려던 게 아니다.
드레스덴 중앙역에서 공연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발견.
하프는 정말.. 큰 악기였구나.
그리고 뒷모습 설정샷 한 컷.
드레스덴에도 호스텔이 있어서 하루 자고 오려고 예약해뒀었는데,
이미 드레스덴에서 볼 건 다 봤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소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드레스덴 나들이 끝. 소원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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