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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베를린 여행기 - 1.왜 나는 독일을 좋아하는가 / 박물관 / 베를린장벽길

by Bani B 2017. 6. 13.

독일.


살아본 적도 없고 독일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항상 독일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뛰곤 했다. 매우 어릴 적부터 그랬다. 피아노학원에 가서 바이엘 떼고 체르니 칠 때 쯤 누구나 알게 된다는 부르크 뮐러도 독일사람이고, (모른다고? 부르크 뮐러의 '아라베스크'를 검색해서 한 번 재생해보시라.) 어른들이 유럽 패키지여행 가면 꼭 사온다는 쌍둥이칼도 독일제이고... 뭐 어쨌든, 사실 그런 것보다도, 나에게는 독일문학의 영향이 컸다. 


1. 독일문학과의 만남


초등학교 때 우리집은 도서관이랑 조금 먼 곳에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가득 실은 도서관 버스가 아파트 단지로 왔었다. 버스가 왔다고 안내방송이 나오면 엄마랑 버스에 가서 책을 빌리곤 했는데, 한국 동화책도 있었지만 외국 동화를 번역한 것도 많았다. 무민도 이때 처음 책으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무민보다 훨씬 재밌었던 것은, 독일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쓴 동화들이었다. 1928년에 출간된 '에밀과 탐정들'이, 70년 후 어떤 한국 어린이의 심금을 울렸다는 것을 캐스트너는 모르겠지...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에밀 작전'을 읽고 또 읽으며 나중에 꼭 베를린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캐스트너가 쓴 자서전 '내가 어렸을 때에'를 읽으면서 드레스덴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드레스덴은 멋진 도시였다.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아니, 내 말을 꼭 믿어야 한다! 여러분이 아무리 부자 아버지를 두었어도, 내 말이 맞는지 알아보려고 기차를 타고 드레스덴으로 갈 수는 없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는 이제 없기 때문이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단 하룻밤 사이에, 단 한 번의 손놀림으로 그 도시를 완전히 없애 버렸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움이 만들어지기에는 수백 년이 걸렸지만, 그 도시를 땅 위에서 날려버리기엔 두어 시간으로 족했다. 1945년 2월 13일의 일이었다. 전투기 팔백 대가 수류탄과 폭탄을 퍼부었다. 그리고 허허벌판만 남았다. 뒤집힌 원앙 어선처럼 보이는 몇 무더기의 거대한 잿더미와 함께." ('내가 어렸을 때에' 중에서)


이걸 읽고, 더이상 그 '멋진' 드레스덴에 가볼 수 없다는 게 슬펐다. 하지만 드레스덴은 캐스트너가 사망한 후 잘 복원되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캐스트너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기뻐서 또 책을 썼을텐데... 


어쨌든 캐스트너가 쓴 동화책을 모조리 읽어치우고 난 다음은 미하엘 엔데였다. '모모'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그 다음에는 '끝없는 이야기'를 읽고, 조금 더 커서 '자유의 감옥'을 읽었다. 그 다음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와 '비둘기', 그리고 '향수'였다. 그리고 그 다음엔 헤르만 헤세. 이런 식으로, 도서관 독일문학 책장에 있던 책들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2. 독일어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백과사전 전집을 사주셨는데, 제일 먼저 찾아보았던 단어는 '피아노'였고, 그 다음은 '독일'이었다. '독일어' 항목에서 독일 사람들은 숫자를 ein, zwei... 이렇게 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막연하게 독일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캐스트너의 동화책 '하늘을 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독일어 받아쓰기 시험을 불태워버리는 장면을 읽고 이 언어가 참 어려운가보다 하고 짐작은 했다.)


그러고 나서 대학에 갔는데, 인문학부로 입학했기 때문에 1학년 때에는 교양을 듣고 2학년 때 전공을 정할 수 있었다. 신입생 OT는 독문과 사람들과 함께했고, 자연스럽게 독문과 엠티도 따라갔고, 독일어랑 독일문화 수업을 들었다. 학회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학과 사람들이 독일어 연극을 할 때 가서 보기도 했고 같이 어울렸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중간고사를 거치면서 그 생각은 점점 사라졌다. 독일어는 정말이지... 내가 배워보려고 시도해본 언어 중에 두번째로 어려웠다. (제일 어려운 것은 아랍어였다. 글자 외우다가 때려치웠다.) 지금 배운다면 조금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명사에 성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인칭에 따라 동사의 형태가 변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명사에 따라 형용사나 관사의 형태가 변한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언어공부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암기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2학년이 될 때, 독일어 대신 역사학으로 전공을 택했다. 


그 이후로 독일어를 공부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베를린을 여행하면서 광고판을 주욱 읽어보니, 스웨덴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많아서 놀랐다. 스웨덴어를 공부한 다음에 독일어를 공부했다면 쉬웠을까. 글쎄... 


3. 독일 음악


........에는 처음에는 1도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영어를 가르치던 교수님이, 자기 어머니 쪽 사촌이 람슈타인 멤버라는 말을 했었다. 어머니가 독일 사람이라는 말을 몇 번 했었기에 굉장히 사실처럼 들렸다.(사실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때는 람슈타인이 누군지를 몰랐고 영상을 보고도 그리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사실 몇몇 곡은 굉장히 중독성이 있...



사실 나는 Tokio Hotel 데뷔 음반을 좋아합니다만... 독일문화 수업에서 교수님이 한번 영상을 보여줬는데, 교수님의 의도는 '이런 애들도 독일에서는 인기가 있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걍 보자마자 '내 스타일인데' 하면서 집에 가서 찾아서 들었다. 내가 이 아이들을 중학교 때 알았더라면 일본 아이돌 덕질 안하고 독일 아이돌 덕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좋았다. 그 후로 독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와, 너 독일에서 왔어? 나 도쿄 호텔 좋아해" 했더니 다들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왜! 뭐 어때서! (사실 지금도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있다.)


4. 독일 영화


원래 영화 자체를 잘 안보기 때문에 별로 본 게 없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참으로 나에게는 졸린 영화였지만, 그래도 베를린의 전승기념탑이 궁금해진 영화였고, '파니 핑크'는 누가 재밌는 영화 추천해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이고, '굿바이 레닌'이랑 '타인의 삶'을 보면서 동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5. 드디어 여행 이야기 - 박물관


그래서 이번에 DDR박물관에 간 것이지만... (한숨) 결론부터 말하면 DDR박물관처럼 정신없고 정리 안되어있는 곳은 처음 봤다. 그러면서도 입장료가 참 비싸고 줄도 길었다. 줄이 길기 때문에 '분명히 가볼만한 곳일거야'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시 설계가 엉망이라 동선이 엉켜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줄이 길어지는 것 같다. 



동독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전시하고, 동독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았으나... 전시물을 보려면 저렇게 문을 열거나 서랍을 열거나 해야했다. 그래서 누군가 저걸 열고 있으면, 통로가 좁아서 그냥 지나가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동선이 꼬여버리곤 했다. 입장료가 비쌌으니 최대한 많이 꼼꼼히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러기 전에 지쳐버렸다. 박물관 규모는 절대 크지도 않다. 


차라리 독일역사박물관에 가서 하루종일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길 간 다음에 독일역사박물관에 갔는데, 훨씬 크고, 전시도 잘 되어 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게 도표도 잘 만들어놨고, 둘러보기에 쾌적했다. 동독에 대한 전시 역시 DDR박물관보다 오히려 나았다. 




(강철의 연금술사...)


(나는 왜 독일 박물관에서 이런 사진을 찍어온 것인가)



6. 베를린에서의 행군 - 베를린장벽길 걷기



뭘 할까 고민하다가, 관광 가이드지도에 이런 루트가 있어서 따라걸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저 거리가 얼마나 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야간버스를 타고 막 도착해서 거리 감각이 없었다. 막상 걸어보니 이스트사이드갤러리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5~6킬로 쯤 되는 것 같았다. 



이스트사이드갤러리까지는 전철을 타고 가서, 이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너무 더워서 중간중간에 앉아서 간식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다리가 아파서 '이제 그만하고 전철탈까?' 생각할 때마다 나타났던 이 표지판. 사실 베를린 장벽이 남아있는 곳은 이스트사이드갤러리 정도이고, 이 베를린장벽'길'은 예전에 장벽이 있었던 곳을 따라 걷는 코스라, 막상 장벽은 없고 걍 주거지가 나온다. 슬슬 중간쯤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는데, 주거지역이라 공공화장실도 없고... 포츠다머플라츠까지는 걸어보기로 했다.



또다시 벽 등장. 



포츠다머 플라츠역 앞에 있던 한국스타일 정자. 왜 저기에 저게 있는지 궁금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팠으므로 길을 건너가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브란덴부르크문. 뿌듯하기는 했으나 다음날부터 아직까지도 무릎통증이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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