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주말에 머리도 식힐 겸, 간만에 남자친구와 코펜하겐 나들이를 다녀왔다. 룬드에서 기차타고 한 시간밖에 안걸려서, 해외여행 느낌도 안나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덴마크는 스웨덴과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덴마크는 뭔가 더 북적북적하고 시끄럽게 잘 노는 그런 느낌...? 아니다, 이게 스웨덴과 덴마크의 차이라기보다는, 작은 도시에서 살다가 코펜하겐이라는 큰 도시에 가서 그렇게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덴마크에서는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맥주를 펍에서 판다고 하길래, 펍을 돌면서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셔보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인터넷을 뒤져서 코펜하겐의 괜찮은 펍들을 지도에 표시했고, 그 중 몇 군데를 돌아보았다. 이제 사진 위주로 올려보겠다.
*예전에 남자친구와 런던 펍투어를 하면서 블로그에 쓴 것이 있다. http://banisblogg.tistory.com/153 이번에 코펜하겐 나들이를 하면서, 이 런던 여행이 자꾸 생각났다. 그때는 3박 4일동안 11군데 펍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코펜하겐에서 하루동안 4군데를 갔지. 다음에는 기본체력을 잘 다져놓고 더 많이 다녀오리라...
1. Jernbarnecafeen
기차역 바로 옆에 있어서 술집 이름도 아주 심플하게 "기차역 카페"... 코펜하겐 중앙역 바로 뒤에 있다. 티볼리 쪽 출구 말고 그 반대쪽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인다. 아침 7시에 열어서 새벽 2시에 닫는(!), 거의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펍이라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정신없이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정겨웠다. (깔끔떠는) 스웨덴에서는 아직 이런 장식을 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덴마크는 실내 흡연이 가능해서, 들어가자마자 담배냄새가 후욱! 깔끔이고 뭐고, 무조건 주렁주렁. 천장에는 선물꾸러미가 주렁주렁, 벽에는 기차역의 모습을 담은 액자들이 주렁주렁, 머리 위쪽으로는 장난감 기차가 지나다니고; 깔끔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이는 그런 데코였다. 탁자 위에는 펍의 역사나 맥주 설명을 자세히 적어놓은 메뉴판이 꽂혀 있었고, "우린 아침 7시 전엔 안마신다고!"라고 적힌 컵받침과 엽서 등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맥주를 주문해서 한 잔 마셨다.
쪼끔 비싸기는 했다. Tuborg 생맥인데 1잔에 70DKK 정도 했었던 것 같음.
2. Tommi's Burger Joint
펍은 아니고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된 햄버거 가게이긴 하지만,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 가격이 그나마 한끼 때우기에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햄버거가 정!말! 맛있다. 치즈버거 세트를 드셔보세요 여러분. 감자튀김은 그저 그렇지만 버거가 정말 맛있고, 양도 꽤 많아서 다 먹으면 배부르다. 당연히 맥주도 판다. 역이랑 가까워서 걸어가기도 편하다.
3.Cafe Skammekrogen
건물이 공사중이라서 못보고 지나칠 뻔. 굉장히 전형적인 덴마크 펍인 듯 했다. 들어가자마자 역시 담배냄새 후욱! 담배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코펜하겐에서 펍 투어 따위는 단념하는 게 좋겠다. 어쨌든 참고 들어가서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인테리어였다. 오래되어보이는 액자가 걸려있었고, 매치 안되는 탁자와 의자가 있었고...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이 많았다. 동네 친구 만나서 한잔 하시는 듯한 뭐 그런 분위기? 동네 치킨집 느낌이었다....만 안주가 없었다.
그렇다, 코펜하겐의 펍에서는 안주가 별로 없었다. 스웨덴에서는 거의 모든 펍에서 음식을 파는데, 코펜하겐의 펍들은 정말 '걍 술만 먹고 나가라' 느낌으로... 안주 메뉴가 굉장히 작게 써있거나 없었다. 그래서 더욱 편하게, 술만 주문해서 마셨다.
4. Wessels Kro
내가 사진을 참 그지같이 찍었지만, 꽤 맘에 들었던 펍. 맥주가 다른 펍에 비해 비교적 쌌다.(아... 생각해보니 블랙프라이데이여서 할인해주는 거라 했던 것 같다.) 아담하고, 너무 시끄럽지 않아서 좋은 곳이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뭔가 게임 같은 것도 하는 모양이었다.
5. Palæ bar
재즈바인지 벽에 악기도 막 걸려있고 재즈 아티스트 사진도 걸려있고 한데, 이날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무 공연이 없었는지, 다들 맥주만 마시고 있었다. 자리 잡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운좋게 구석 빈자리를 발견해서 의자 끌어다가 겨우 앉았다. 조금 시끄럽지만 북적북적한 느낌이 들어서 신나게 마셨다. 벽에 걸린 액자와, 뜬금없이 탁자 옆에 꽂혀져있는 책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7. 들어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다시 나온 펍들
1) Taphouse
굉장히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었고, 메뉴판에는 이 맥주가 스타우트인지 밀맥인지 등등 정보를 잘 써놔서 고르기가 좋았다. 그런데 좀... 대체적으로 좀 비싼듯. 40cl 중 제일 싼 게 60DKK면....
2) Charlie's Bar
http://www.copenhagenbeer.dk/%C3%B8lbar/charlies-bar
1층에 있는 작은 술집이었는데,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들어가자마자 자리 없는 거 확인하고 바로 나왔다. 외벽에 각종 맥주 이름이 붙어있었고, 취급하는 맥주 종류가 되게 많아 보였는데 더 구경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3) Hviids Vinstue
여기도 사람이 꽤 많아서 포기... 되게 오래되고 평도 좋은 곳인 것 같았다.
8. 술만 먹다보니 배가 고파서 먹은 길거리 음식 : Rød pølse
https://en.wikipedia.org/wiki/R%C3%B8d_p%C3%B8lse
배가 고팠는데 길에서 소시지를 팔고 있었다. 현금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카드도 받더라 >_<
빨간 소시지를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Rød pølse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빨간 소시지와 빵, 머스타드, 케찹 이렇게 해서 주셨다. 그렇게 엄청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술먹고 나서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딱이었고 맛도 괜찮았다. 다만 가격이.... 가격이... ㅠㅠㅠㅠ 이게 거의 5천원이라니.
그러고 나서 다시 룬드로 돌아왔다. 굉장히 알차고 재밌었던 펍투어였다. 술만 마시고 가기에는 왠지 우리가 알콜중독자인 것만 같아서, 첫번째 펍에서 나온 후 Glyptoteket이라고 하는 조각박물관에 가서 놀았다. (https://www.glyptoteket.dk/)
그리스/로마/이집트 조각 위주였는데, 제일 예뻤던 건 바로 이, 건물 중간에 있는 공간. 나무가 많아서 순간 식물원에 온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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