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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에로플로트 수하물 지연 보상 후기

by Bani B 2017. 12. 24.

   현지시간으로 20일에 비행기를 타서,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맛있었고,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줘서 간식도 준다며 좋아했더랬다. 립밤이랑 칫솔 같은 것들도 줘서, 가격도 싼데 주는 게 많다고 좋아했었다. 사실 나는 그 전부터 아에로플로트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여행사에 다녔을 때에도 손님이 항공권 있냐고 물어보면 러시아항공부터 먼저 조회해서 팔았고 (가격이 쌌으니까...) 2년동안 다니면서 러시아항공을 태웠던 손님 중에 수하물지연을 경험한 사람은 한 명이었다. 다른 항공사를 탄 손님들도 종종 수하물지연이 있었으므로, 수하물지연이 단순히 러시아항공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러시아항공으로 출장을 갔던 선배가 짐이 늦게 왔다고 했을 때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가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 짐이 없더라고 했을 때도, '운이 안좋았네, 하지만 그건 어떤 항공사든 그럴 수 있지'하고 생각했다.


   지금도 물론, 수하물지연이 러시아항공'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짐이 아직도 집에 안오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상상해봐도, 도대체 이들이 짐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이제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보상규정에 대한 안내도 매우 부족하다. 일단 그동안 일어난 일과 찾아본 정보를 써보겠다.


12월 20일 


   코펜하겐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아주 여유롭게 짐을 부쳤다. 참내, 그런데도 여기서부터 짐을 안싣는 일이 일어나다니.


12월 21일 오전 11시


   인천공항에 도착, 수하물을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다. 스무명 남짓한 사람이 남아 기다리고 있었다. 벨트에 아직도 가방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그 가방과 사람이 매칭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었다. 벨트가 멈추고, 담당자님이 "남아있는 사람이 많은데 남아있는 가방도 많다"며 무전을 하고 계셨다. 더이상 내보낼 가방이 없다는 무전이 오자, 수하물 분실데스크로 가라고 하셨다.


   그래도 바로 찾아서 가지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길래, 나도 저 중 하나이기를 바라보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회되는 게 없으니 인천에는 없는 거 같고 모스크바에서 환승할 때 안 실은 것 같다고 하셨다. 4시간 대기였는데 그걸 못 싣나...? 했지만; 어쨌든, 연락처와 주소를 남기고 집으로 왔다. 수하물 태그를 달라고 하셔서 그것도 드리고, 대신 수하물분실신고서를 들고 왔다. 


   그 안에 든 짐도 많고, 당장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나눠마시려던 크리스마스 와인도 있었어서 굉장히... 심란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스크바에서 오는 거면 다음 날 비행기로 올거라 믿었다.


12월 22일 


   모스크바에서 한국에 도착하는 비행기들이 보통 오전에 도착하니까, 인천에 오전도착이면 천안에 있는 집까지 당일배송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짐이 인천에 도착하면 연락주신다고 했는데... 그래서 홈페이지로 조회를 해보았다.

http://www.worldtracer.aero/filedsp/su.htm


여기에는 분실신고서 파일번호를 넣어야하는데, 인천공항에서 받은 신고서에 안 써있어서 지연된 수하물 관리하는 사무실(032-742-5124)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파일번호와 이름을 영문으로 쓰고 누르니, 내 수하물 정보가 나왔다.



여기에서 Forwarding information을 누르니 내 가방을 어떻게 보낼 것이라는 메세지가 떴다. 



Original flight는 원래 이 짐이 탔어야 하는 비행기 편명과 날짜이고, New flight는 앞으로 이 짐이 타게 될 편명과 날짜인데... 뭐? SK995? 스칸디나비아항공? 그리고 짐이 또 환승해서 아시아나334편을 탄다고? 이걸 보고 알게 되었다. 내 짐은 모스크바에서 안 온 게 아니라, 아예 코펜하겐에서 출발할 때부터 싣지 않았었다는 것을... >_<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어떻게?


그래서 그 다음에는 SK995편과 OZ334편이 언제 뜨는지를 https://ko.flightaware.com/ 에서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코펜하겐 공항에서 22일 밤에 출발해서 베이징으로 간 후, 베이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23일 오후에 싣고 저녁 6시쯤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아... 나는 이미 21일에 한국에 왔는데 짐은 23일에 도착할거라니! 


12월 23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수하물 조회를 해보았더니 똑같은 메시지가 떴다. 잘 오고 있으려나,싶었다. 관광간 게 아니라 부모님집에 있으니 그나마 불편이 덜했지만, 어쨌든 내 짐은 모두 그 가방 안에 있고 부모님집에는 사실 내 짐이 별로 없어서... 옷도 엄마 옷을 빌려입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속옷 같은 게 문제였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하루에 50달러 정도 이내에서 산 생필품은 나중에 보상해준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때까지 딱히 돈 쓰는 게 싫어서 뭔가 사고 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껏 생필품 샀는데 돈 안물어줄까봐 걱정도 됐다. 검색해보니 "연고가 없는 관광지에 간 사람이어야 그런 보상이 된다더라"하는 말들이 있어서 더 그랬다. 그런데 이쯤되니 굉장히 괘씸해서, 아니 무엇보다도, 처음 출발지에서부터 내 짐을 안 실었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보상관련해서 물어보기로 하고 러시아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어로 하고 싶은지 영어로 하고 싶은지 묻길래 한국어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약간 대기가 길었다. 끊고 다시 걸어서 영어로 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연결이 되었는데... 도대체 어느나라 사무실에다가 연결을 한 건지, "수하물이 안왔는데 보상 규정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에 자꾸 "23킬로까지 수하물 실을 수 있고, 기내용은 규격이 어떻게 되고..." 라고 대답을;;; 다시 묻고 물어서, 그 분이 (아마 일한지 얼마 안되셨는지)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 보상은 없다는 말을 했다. 다시 끊고 한국어로 연결을 하자, 한국어를 할 줄 아시는 외국인 담당자님으로 연결이 되었다;;; 그래도 한국어를 하시니까 나도 꿋꿋하게, 최대한 쉬운 한국어로 질문을 드렸건만 동문서답하시고ㅠㅠ "담당자님, 영어가 더 나으실까요?" "네, 사실..." 그래서 다시 영어로 돌아가서 물은 결과, 어쨌든 지연 수하물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짜증이 확 났다. "저 죄송한데요, 보상 없는 게 확실한가요? 사람이 여행가서 짐이 없어서 물건을 사야되는 상황인데, 이거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되고요. 네이버에서 러시아항공 치면 이거랑 관련된 얘기가 좌르륵 나오고, 다들 영수증 청구해서 생필품 보상 받는다고는 하는데 지금 러시아항공 고객센터에서 정확히 얼마 범위다, 말씀도 안해주시고 아예 보상 없다고 하는 게 너무 이상하거든요." 라고 했더니 그제야 "아, 그러면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영수증을 챙겨주세요" ....보상해준다는 거야 만다는거야. 


   러시아항공 홈페이지에 보니, 보상을 원할 경우 수하물 태그 원본이 있어야한다고 써있었는데 그걸 인천공항 수하물분실센터에서 가져가셨다고 했더니 "그럼 인천공항에 연락하셔서 받으세요" ...그래서 다시 그 지연수하물 관리하는 곳으로 전화걸었더니 "이건 저희가 가져가는 게 맞는 거구요, 러시아항공에 다시 문의해보세요." 뭐야? 


12월 24일


   원래대로라면 수하물이 어제 아시아나334편으로 북경에서 한국으로 왔어야 했는데 오전에 연락이 없었다. 인천공항에 짐이 도착하면 연락주신다고 했는데... 누락됐나? 홈페이지를 다시 열어서 조회해보니 다른 메시지는 없었는데, 내 전화번호가 잘못입력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잘못적었나 했는데, 수하물신고서에는 똑바로 적었건만-_- 이거를 수정할 겸, 수하물 위치도 파악할 겸, 지연 수하물 관리하는 곳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정말 안받는다. 통화중이거나 안받는다. 30번 정도 전화를 걸었더니 드디어 연결이 되었다. 내 짐은 인천에 안 왔다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본 대로 아시아나를 타고 어제 오는 게 맞았는데, 내 짐이 그걸 안 탔다고>_< 뭐냐, 내 짐이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누가 또 안 실은 거지. "그럼 오늘은 올까요? 어떤 비행기를 타고 오는지 혹시 확인되세요?" 했더니 그 분도 딱히 확인되는 건 없다고 했다. "아마 베이징에서는 빨리 보내주려고 할 거예요... 짐 오면 연락드릴게요." 정말요? 베이징에서 빨리 보내줄까요? 제 짐이 어딨는지 누가 신경은 쓰고 있을까요? 그대로 제 가방이 거기 영원히 쓸쓸하게 놓여져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 제 짐이 베이징에 있긴 한가요? 아직도 코펜하겐에 있는 건 아닐까요?


   인천에 가방이 오면 당일배송은 가능하냐고 여쭤봤더니, 오후 3시 전까지 한국에 온다면 오늘 가방이 집까지 올테지만 그 이후로 한국에 온다면 가방은 내일 집으로 배송될거라고 하셨다. 그 안에는 크리스마스 와인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사프란 빵이나 구울까 하고 가져온 베이킹재료들과... 내 겨울옷과.... 남자친구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한테 전해드리라고 하셨던 선물과... 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빈손으로 맞이하게 생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래.. 수하물 늦게 올 수 있지...'하면서, 비록 이번에 러시아항공이 이런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좋은 가격의 티켓이 있다면 러시아항공을 또 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

  오후에 또 러시아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 러시아항공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콜센터 번호 0808-220-244 는 보통 러시아에 있는 콜센터로 연결이 되는 것 같다. 한국어로 상담이 가능하다고 나와있기는 하지만, 세 번 중 두 번은 한국어를 조금 하시는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서, 동문서답답답답..... 답답했다. 게다가 이 번호로 전화해서 연결되는 상담원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내 짐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보상규정도 잘 모르고, 무엇을 위한 콜센터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인천공항에 있는 사무실로 연락해서 물어보라고만 하더라-_-

- 032-744-8672 여기가 인천공항에 있는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이긴 하지만 100번은 걸었는데 정말 안받았다. 

- 차라리 메일을 보내는 게 빠르다. 메일을 보냈더니 다음 날 전화가 왔다. selapsu@naver.com 여기로 문의하는 게 제일 답이 빨랐다.


*

  드디어 오후 다섯시쯤 넘어서, 수하물을 찾아서 보내주시는 쪽에서 전화가 왔다. 가방이 세관을 통과했고 내일 배송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상신청할건데 Baggage tag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Lost & Found 쪽에서 러시아항공에 수하물태그를 모두 넘기기 때문에, 러시아항공 쪽에서 갖고 있을 거니까 보상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12월 25일


   아침에 러시아항공에서 전화가 왔다. 메일을 확인했고 이에 대해 답변을 하기 위해 전화하셨다고 했다. 우선, 한국 국적인 사람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짐이 늦게 온 케이스는 보상이 안된다고 하셨다. 아니 근데 저는 진짜 여기에 제 짐이 없다니까요? 제 옷은 다 스웨덴에 있고 여기에는 양말 한짝, 속옷 한 장 없는데요...? 정말 버티다버티다 속옷이랑 바지 한벌 샀는데 이것도 보상 못받나요?라고 하니 담당자님이 되게 미안해하면서 "그런데 원칙적으로는 그게 보상이 안되는 거라... 본사에다가 직접 컴플레인을 하시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하물태그는 러시아항공 한국지사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므로,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다고 하셨다. 굉장히 친절히 얘기하셨지만 어쨌든 요약하면 "한국사람이 한국 온거라서 보상안되지만 직접 한번 해봐라" 


*

  그리고 오후 세시쯤, 드디어 가방이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캐리어도 깨지지 않았고 안에 있던 것들도 무사했다. 아에로플로트 홈페이지에 가서 양식에 맞춰 보상 문의메일도 보냈다. 별로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스칸디나비아항공을 탔었던 친구는 수하물이 늦게 왔을 때 하루 1000크로나를 받았다고 했다. 온갖 후기를 읽어보니 에어프랑스 같은 데서도 수하물 지연에 대한 보상을 그렇게 박하게 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러시아항공은 정말... 사고가 발생한 후 보상대책이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구리다. 본사 콜센터조차 '보상 없어요'하고 딱잘라 얘기할 정도니. 아무리 한국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라서 짐을 살 필요가 없다고 '여길 만하지만' 이런 지구촌시대에 그런 기준에 맞춰서 보상해주겠다는 건 너무 구식이지 않나? 어쨌든 나는 거의 닷새동안 짐 없이 얼마나 불편했는데. 크리스마스에 구워보려던 빵도 재료가 없어서 못 굽고, 크리스마스 와인도 이미 너무 늦게 와버렸고, 그저께 만난 친구한테 선물도 못 건네줬다. 이런 것에 대해 보상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필요해서 산 물품들조차 보상이 안된다고 말하니 그저 어이가 없었다. 이미 왕복표를 샀으니 다시 스웨덴 갈 때 또 타기야 하겠지만, 다시는 러시아항공은 타지 않을 예정이다. 


12월 28일


   아에로플로트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컴플레인 했던 것 답변이 왔다. 뭐... 얼마나 보상해주겠다는 그런 내용은 아니었고, 영수증과 수하물지연신고서 등을 챙겨서 한국지사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1월 7일


   일본여행 갔다가 인천공항으로 온 김에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에 들려서 방문접수를 하려고 했는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중간에 우편물 누락될까봐 걱정돼서 방문접수를 하려고 했던건데... 어쩔 수 없이 1월 8일에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1월 15일


   우편물을 받았다는 피드백 따위는 없어서 한국지사 메일주소로 확인메일을 보냈더니, 우편은 잘 받았고 나중에 답변 주겠다는 간결한 답장이 왔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과연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2월 25일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아에로플로트 홈페이지에 가서 피드백을 다시 한 번 보냈다. 


3월 11일


   드디어 아에로플로트 한국지사에서, 보상을 진행할테니 통장사본을 보내달라고 메일이 왔다. 은행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계좌개설확인서를 받아 보냈다.


3월 16일


   아에로플로트에서 입금이 되었다. 그런데 청구한 금액은 137,000원인데 입금된 금액은 122,200원이었다. 만오천원 정도가 차이가 나는 것이니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이렇게 사람 신경쓰이게 해놓고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보상을 한건지는 알아야겠어서 어떤 이유로 저 금액을 보상한 것인지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3월 19일


   아에로플로트에서 답장이 왔다. 1인당 금액 USD 100가 최대한도이고,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50% 지급이 되었다고 써있었다. 이렇게 비행기 탑승 후 약 3개월에 걸친 보상과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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