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3박 4일로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아빠 생신이 다가오기도 했고, 엄마한테 상당한 금액의 여행상품권이 생기기도 했어서 다같이 어딘가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지를 고르면서 제일 최우선으로 한 것은 '걷는 시간이 짧을 것' '관광지보다는 휴식'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본 온천여행으로 알아보았고, 예전에도 가본적이 있는 유후인과 벳부로 가게 되었다.
우선, 여행일정과 여행경비.
...식비를 뺀 금액이 1인 65만원이었고, 일정상 외식하는 횟수가 4-5번밖에 없으니... 식비+군것질이랑 쇼핑이랑 다 합쳐서 1인당 75만원 정도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전해갔다. 원래 계획에는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이 없었고, 쇼핑만 아니었으면 그 요금에 딱 맞게 쓰고 왔을 것이나... 술도 사고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초콜릿도 사고>_< 밤에 기분낸다고 이자카야에서 막 사먹고... 편의점에서 군것질 열심히 하고.... 그래서 총 20만원 더 인출했으니 1인당 5만원 정도 더 쓴 셈인가? 그래서 결론은 항공숙박교통입장료식비쇼핑 다 합쳐서 1인 총 80만원 정도 든 셈.
그 다음에 이제 숙소 후기.
2012년에 이미 엄마와 외숙모와 함께 유후인에 갔었다. 그때는 유후인의 료칸에서 1박, 후쿠오카에서 2박하면서 다자이후와 야나가와에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당시 후기: http://banisblogg.tistory.com/177) 이번에는 아빠가 같이 가니까 그것보다도 덜 걷는 일정으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유후인과 벳부만 가기로 했다. 유후인에서의 숙소는 다른 료칸을 알아볼까 하다가, 더 알아보는 것도 귀찮고 약 6년전 그 료칸에서 엄마랑 외숙모랑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그 곳으로 정했다.
1. 유후인 : 에노키야 료칸
그래서 6년만에 다시 가게 된 에노키야 료칸.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했다. 6년 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있었다. 주인이 바뀌었나...? 6년 전에는 문을 열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오셔서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고, 방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스미마셍-"하고 말을 걸어보았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고 있노라니 매니저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왔는데, 인사도 없이 대뜸 영어로 "뒤에 있는 저 남자 둘과 일행이냐"를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 "여권 주세요"라는 굉장히 사무적인 말이 돌아왔다. 여권을 보여주고 예약을 확인한 후, 열쇠를 받아서 방으로 이동했다...만은, 별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호텔이면 이해하지만 료칸이면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료칸식 호텔...도 아니고 '료칸'인데...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 '서비스'를 기대한건데 여기서부터 조금 실망이었다. 6년 전에 굉장히 황송할 정도로 대접받은 그 느낌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어서 선택한 료칸인데ㅠㅠ
어쨌든 방으로 이동했다. 나는 분명 바깥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방을 예약했는데, 바깥이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 다시 프론트에 가서 매니저에게 "저기... 리버뷰 예약했는데요"라고 했더니 확인해보겠다며 들어가셨다. 다시 나오더니 "제가 실수했네요. 방을 다시 바꿔드릴테니 조금 기다리세요. 다만, 지금 저희가 열쇠가 없어서... 열쇠는 저녁식사할 때쯤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부킹 실수도 모자라서 열쇠를 바로 주지 않으니;; 방을 바꾸고 나서 바로 산책을 나갈 생각이었는데, 문을 안잠그고 나가니 부모님은 좀 불안해하셨다. 왜, 내가, 비싼 료칸을 예약해서, 이런 불안함을 느껴야 하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하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이때 기분이 좀 안좋았던 것은, 체크인할 때부터 계속 매니저가 영어를 쓰길래 나도 영어로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불친절했다. 그러다가 저 객실 얘기를 다시 하면서 일본어를 하니, 뭔가 표정과 말투가 바뀐 그런 느낌? 자기가 실수해서 민망하니까 갑자기 좀 친절해진건가 아니면 일본어를 하는 외국인에게만 친절하겠다는 건가?
산책하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이게 6년 전과는 굉장히 많이 다른 부분이었다. 6년 전에는 미닫이문이 있는 개별 공간에서 밥을 먹었었다. 우리 가족만 조용히 앉아있었고, 아주머니가 음식을 코스로 순서대로 가져오셔서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해주셨었다. 식재료에 대한 설명과 일본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주시던 모습이 기억이 나고, 엄마도 그때 "남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을 먹으니 참 좋다"며 두고두고 이야기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끼리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고,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웅성웅성 좀 시끄러웠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가져다주시는 게 아니라 이미 상 세팅이 모두 되어 있었다. 메뉴가 샤브샤브였는데, 뭐부터 넣으라고 직원이 와서 얘기하고 휙 떠나는데 예전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게다가 닭고기 샤브샤브가 그닥 맛이 없었다! ㅠㅠ 무엇보다 짜증났던 건, 아직 우리 먹고 있는데 들어와서 그릇치우더라-_- 들어와서 묻지도 않고 그릇을 치우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목욕탕...... 사람이 많았고, 가족탕도 다른 곳과는 달리 시간예약제가 아니라 적절히 알아서 확인하고 비어있으면 들어가는... 그러니까 딱히 가족 개인탕에 대해 예약관리를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용으로 쓰는 목욕탕에 갔는데 사람들이 북적였다. 6년 전에는 이곳에 대한 후기가 한두개였을 정도로 별로 알려져있지 않았지만, 점점 유후인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지고, 이 곳이 료칸 치고 요금이 저렴하니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많아진 것 같았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도코노마! 난 아직도 기억이 난다. 6년 전에 엄마랑 외숙모는 객실의 도코노마를 보고 엄청 좋아했었다. 도코노마는 일본 집 한켠에 꽃꽂이랑 족자 같은 것을 두고 장식하는 공간인데, 집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고 집 분위기를 결정하는 그런 공간이다. 6년 전에는 객실의 도코노마 말고도 료칸 곳곳의 꽃꽂이가 예뻐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 그런데, 지금의 이 에노키야료칸에는, 고풍스러운 도코노마가 없었다! 선반...이 있었고 그 위에 꽃꽂이가 덩그러니 하나 놓여있었다. 복도에도 꽃꽂이...라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화분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는데, 매니저한테 "잘 묵었어요. 감사했습니다"라고 하니 "네, 감사합니다"라고 말은 하는데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얘기하더라;;; 그러니까 이 곳은 아예 서비스마인드가 글러먹었다. 일본에서 이렇게 안 웃는 숙박업소 직원을 본 적이 처음이었다.
일본에서 한번도 료칸을 가본 적이 없고, 별로 큰 돈을 쓰고 싶지 않고, '한번쯤 체험해보고 싶다'는 분에게는 이 곳이 괜찮다. 홈페이지 공식 가격으로 1인 15만원 정도인데 부킹닷컴 같은 데서 하면 좀더 싸게 예약되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괜찮은 료칸에 이미 몇번 가본적이 있다면 이 곳은 예약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2. 벳부 : 노가미 혼칸
위의 에노키야료칸을 1인 15만원 정도에 예약하고, 벳부의 '료칸형 호텔'이라는 노가미혼칸을 1인 6만원에 예약했다. (후기를 읽어보니, 잘 찾으면 더 싸게도 예약이 가능한 것 같다.) 그런데 노가미혼칸이 훨씬 좋았다. 우리 부모님도 노가미혼칸이 에노키야료칸보다 훨씬 나았고 음식도 더 맛있었다고 하셨다. 무엇보다도, 노가미혼칸은 모든 직원분들이 굉장히 친절하셨고, 서비스에 있어서 에노키야료칸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노가미혼칸은 나름 호텔! 복도에 자판기가 있었는데, 커피와 녹차를 마음껏 무료로 뽑아마실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다.
저녁 가이세키 요리도 먹었는데, 에노키야료칸보다 맛있었다. 같은 샤브샤브였지만, 에노키야료칸은 4인분을 한꺼번에 넣어먹는 식이었다면 노가미혼칸에서는 보통 료칸에서 주는 것처럼 개인별 작은 냄비와 화로를 다 놓아주고 불을 붙여주셨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방법과 음식 이름을 하나하나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음료가 서비스! >_< (에노키야료칸은 커피가 500엔이었다;) 옆 테이블에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 가족이 있었는데, 그분들한테도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탕! 체크인할 때, 언제 가족탕을 쓰고 싶은지 물어보고 예약해주셨다. 그래서 50분동안 엄마랑 오붓하게 둘이서 가족탕을 쓸 수 있었다. 이런 프라이빗한 온천욕...이 료칸의 장점인데! 물론 공중 목욕탕도 있어서 아침에도 입욕이 가능했다.
어쨌든, 괜히 노가미혼칸이 가성비 갑!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고, 에노키야료칸보다 노가미혼칸 호텔이 낫다고 생각한다. 괜히 에노키야료칸에 10만원 넘게 쓰지 말고, 벳부일정이 있다면 노가미혼칸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3. 벳부 : 카메노이 호텔
마지막날은 어차피 석식도 조식도 밖에서 먹을 거니까, 최대한 저렴하고 깔끔한 숙소로 잡기로 했다. 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카메노이 호텔에서 묵었는데, 건물이 높아서 벳부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이고 :) 프론트 직원분도 굉장히 친절하셨다. 마지막날에 이 숙소를 잡아서 좋았던 거는, 1층에 기념품가게가 있는데 거기가 밤 10시까지 열어서... 낮에 깜박하고 안 산 기념품을 이 곳에서 늦게라도 살 수 있었다ㅎㅎ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드럭스토어 모리랑도 가까웠고, 바로 건너편에 편의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4인실 기준) 침대 머리맡에 하나씩 콘센트가 있어서 각자 충전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숙소에는 콘센트가 두세개밖에 없고 막...ㅠㅠ) 다음 날 공항버스 타러 기차역에 가기에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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