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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년전 스웨덴여행기

by Bani B 2021. 6. 6.

...에 대해 써볼까 생각하게 된 건, 며칠 전 집사람과 아침을 먹으며 했던 대화 때문이었다. 10년 전, 내가 처음 스웨덴으로 여행을 오고 집사람이 처음 한국으로 여행을 왔던 그 해, 그때는 지금과는 뭔가 많이 달랐다. 고작 10년전인데도 뭔가 많이 달랐다. 딱히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그때 내가 여행했던 얘길 쓰면 좀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곧, 우리가 만난 지 10년이 되니까 블로그에 한번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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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나는, 그가 고3이고 내가 재수생일 때부터 이메일친구였다. 친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냥, '잊어버릴만하면 메일 답장이 오는' 그런 사이였다. 이메일 내용도 참 재미가 없었고, 내 영어는 그때 너무 짧아서 별로 쓸 말도 없었다. 그런 사이여서 딱히, '돈 모아서 꼭 그 친구를 보러 가야지' 이런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렇게 약 3년동안 메일이 이어지다가 나는 대학 4학년이 되었고, 1학기 중간고사를 볼 때쯤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이대로 휴학없이 칼졸업을 하기엔 왠지 아쉬웠고 그렇다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막연하게 일본 워홀을 가볼까 생각만 하고 있었고, 그냥 2학기때 대기업 공채 찔러볼까 하기엔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영어를 싫어해서, '공부를 안하니 오를 리가 없는' 토익점수를 그냥 걱정만 하고 있었고, 교직과목을 듣고 있긴 했는데 별로 자신이 없어서 교생실습 신청도 안했다. 그러니까... 졸업은 다가 오는데 도대체 졸업 후에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할지 몰라 걱정만 하는 그런 상태였다. 

 

   중간고사 기간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시험공부도 내려놓고 놀다가 문득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항공권 검색 페이지에서 클릭을 했는데 스칸디나비아항공 티켓이 굉장히 싸게 나온 것을 발견했다. 스칸디나비아라면 그동안 3년동안 메일을 보냈던 그 친구가 사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난 돈이 없는데? 그때 탁자 위에 엄마 신용카드가 놓여있었고, 나는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걸로 3개월 할부로 항공권을 결제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학기에 휴학하고, 그 등록금할 돈으로 이번 여름에 여행을 가겠다'고 통보했다........ (쓰다보니, 나 참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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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통보는 했지만 어쨌든 여행다녀와서 과외하며 갚을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여행비는 최대한 아껴야했다. 때마침 친구가 과외 두 개를 넘겨줘서 숨통이 좀 트인 상태였지만 그래도 아껴야할 상황이었다. - 근데 결국 안갚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럴거면 그냥 아끼지 말고 펑펑 쓸걸(응?)

 

   코펜하겐으로 들어가서 스톡홀름으로 나오는 걸로 항공권을 샀지만, 그 2주동안 어디를 가고 어디에서 머물지는 생각을 안한 상태였다. (물가가 그렇게 비싼 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 2주나 잡지 않았을 것이다ㄷㄷ) 인터넷에서 코펜하겐 여행기, 스톡홀름 여행기를 쳐서 몇 개 봤는데 정말 나오는 게 별로 없었다. 그나마 유랑에서 좀 봤나? 제일 문제는 스코네였다. 지금이야 '룬드'로 검색하면 교환학생이나 석사유학 등등 학생으로 온 사람들의 각종 체류기와 여행기가 잔뜩 나오지만, 그때는 네이버에서 룬드 검색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말뫼를 쳤을 때는 '말뫼의 눈물' 같은 기사나 좀 나오는 정도였다.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기엔 정말 영어에 대한 내 자신감은 바닥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책'을 보며 준비했다. 2011년에, 이미 유랑도 있었던 그때, 유럽여행을 책으로 준비하다니.... 학교 도서관에서 스웨덴에 대한 책 한권과 북유럽 여행가이드북을 빌려서 준비하면서 스톡홀름보다는 스코네를 더 길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코펜하겐 3박, 스코네 일주일, 스톡홀름 3박으로 대충 일정을 정했다. 스코네에서도 말뫼, 룬드, 헬싱보리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룬드역 뒤에 있던 기차호스텔이 너무 싸서 그냥 룬드에 숙소를 두고 당일치기를 자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나서 스웨덴에 있던 이메일친구에게 '그때 너 시간있으면 만나서 밥 한 끼 하자'고 연락했더니 룬드 오면 전화하라고 답장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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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7월이 되어 여행을 떠났고,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한 건 저녁 7시경이었다. 저녁 7시 도착이니까 '숙소 가면 어두워지겠지' 생각했었는데 밤 10시까지 안 어두워져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코펜하겐 공항에서 중앙역 가는 방법도 안 알아보고 갔었는데(도대체 무슨 패기냐) 아무나 붙잡고 '기차역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여기가 기차역이야' 해서 더 당황했었다. 생각해보니 '코펜하겐 센트럴 역'이 어디냐고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냥 '기차역' 어디냐고 물어봤으니, 그 사람 입장에선 '여기가 코펜하겐 공항역이야'라는 뜻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여튼... 나는 분명히 공항에 있는데 여기가 기차역이라고 하니 갑자기 황당해져서, '설마 코펜하겐은 공항이랑 중앙역이 붙어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거기서 가이드북을 펴고 한참 읽었었다. 

 

   그렇게, '코펜하겐 중앙역은 공항역에서 기차타고 가면 된다'는 것을 알아내고 드디어 기차를 탔다. 기차역에서 나와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그때 나는 무려 '종이 지도'를 보며 걸어갔다. 더 웃긴 거는, 그 때 나는 아이폰 유저였는데, 당시 '외국에서 아이폰 쓰면 데이터 요금 폭탄 맞는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 겁을 먹어서 심카드를 2G폰에 넣어서 쓰고 아이폰을 와이파이 터지는 데서만 쓰겠다 가져왔던 거였다. 그러니 아이폰으로 길에서 구글맵을 쓸 수 있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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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종이지도를 보며 찾아간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그날은 그냥 푹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식사거리를 사려고 근처 슈퍼에 들어갔다가 빵과 우유를 사고 벌써부터 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행 예산을 그따위로 짰는지 모르겠다. 아니, 도대체 그 나라들 물가는 왜 미리 안 알아간거야? 왜 그 이메일친구한테 미리 물어보지 않았던 거야? 지금 '덴마크 크로네' 환율 검색해보니까 1크로네에 180원 나오는데, 그때는 1크로네에 200원이었나 조금 넘었나 그랬다.  빵이랑 우유 하나 샀는데 벌써 만원이 나온 상황이었고 당시 나는 1일 예산으로 3만원을 잡은 상태였다. 1일 예산 3만원이라니 얘야.... 동유럽 가는 것도 아니고 얘야...

 

   숙소에서 나와서 본격적으로 도시를 돌아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건 생각도 못했고, 입장료가 발생하는 박물관도 딱 한 곳만 가기로 결정했다. 지도를 보는 것도 귀찮아져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뭔가 많이 봤고 뭔가 사진도 많이 찍었고 했는데 그 관광지들 이름을 대부분 나중에 사진보고 찾아봐서 알았다. 밥이 제일 문제였는데, 햄버거를 한 번 사먹은 이후로 외식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2박만 더 버티면 되니까. 아침은 빵을 샀던 걸 쪼개먹었고, 점심은 기억도 안나고, 저녁은 선물로 가져왔던 신라면 하나를 꺼내서 반으로 쪼개 저녁마다 나눠서 끓여먹었다. 정말 배고픈 날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물! 북유럽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내가 코펜하겐에서 그렇게 물을 사먹지 않았을텐데... 물이 너무 비싸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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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코펜하겐에서의 3일이 지나고 룬드에 가는 날이 되었다. 코펜하겐 역에 가서 기차표를 사고 나자 정말 적은 액수의 크로네가 남았다. 배가 고파서 그걸로 뭐라도 사먹고 싶었는데, 세븐일레븐에서 조각피자 하나를 사먹을 수 있는 돈이 되었다. 조각피자... 두툼한 한국피자를 생각하고 샀지만 그건 정말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매우 얇은 팬피자 조각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걸 먹고 기차타고 룬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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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룬드역에 도착해서 일단 예약했던 호스텔에 갔다. 문이 잠겨있었다. 약 두시간 후에 문을 연다고 써있었다. 스웨덴 물가를 파악할 겸, 역 앞에 있는 슈퍼에 갔다. 요즘 스웨덴 크로나가 1크로나에 135원 정도 하는데 그때 1크로나에 170원이 넘었다. '아 내가 어쩌자고 여기로 여행을 왔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목이 너무 말라서 음료수 하나를 샀다. 호스텔 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그 이메일친구에게 언제 전화를 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전화를 정말 해야하나? 해야겠지? 오늘 만나기로 했으니까 전화를 해야겠지? SMS는 안될까? 전화가 빠르겠지? 뭐라고 하지? 영어로 해야겠지? 그렇게 한시간을 고민하다 전화를 했고, 그렇게 호스텔로 친구가 와서 처음 만났다.


   친구는 배가 고프냐고 물었고, 나는 거기서, '아냐 그래도 아직 저녁때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며 아직 배가 안고프다고 말했다. 사실 배가 엄청나게 고팠지만ㅠㅠ 코펜하겐에서 거의 3일을 굶다시피하다가 왔지만... 친구는 내 말을 곧이 믿고는 룬드를 한바퀴 산책하며 보여주겠다 했다. 그날의 룬드는 예뻤지만, 나는 정말 배가 고팠다.

 

   저녁때가 되어서 나는 '이제 어딘가 식당에 가서 한 끼 먹을' 생각을 했는데 친구는 스웨덴 물가는 비싸니까 집에서 해먹자고 했다. 친구의 집은 참 예뻤지만 나는 정말 배가 고팠다. 그가 그날 만든 건 스웨덴 미트볼이었는데, 그걸 반죽부터 해서 만드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음식냄새까지 나니 배가 진짜 엄청 고팠지만 처음 만난 사이이므로 티를 내지 않았고, 양도 적게 먹었다. 왜 적게 먹었을까... 그냥 당당하게 '나 코펜하겐에서 굶었어'라고 말하고 처음부터 많이 먹었으면 될 것을.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인 신라면과 막걸리를 전달했는데, 그 중 신라면 하나를 코펜하겐에서 이틀에 걸쳐 먹었단 얘기는 그날 굳이 하지 않았다. 그날 나는 그냥 배가 고팠다. 그랬는데 그가 맥주 좋아하냐고 물었고, 좋아한다 했더니 온갖 맥주를 꺼내왔다. 맛이 있기도 했지만 배가 고프니까 맥주가 아주 술술 잘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내가 술을 잘 마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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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나의 계획은 그 친구를 하루이틀 정도만 만나고, 나머지는 혼자서 스코네를 여행하는 거였다. 애초에 친구가 나를 위해 그렇게 시간을 많이 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날 그렇게 미트볼과 맥주를 얻어먹고 호스텔로 돌아가려는데 '아침은 어떻게 할거야? 괜찮으면 와서 같이 먹을래? 그러면 여행경비도 아낄 수 있잖아'라고 제안했고, 웬만하면 그 말을 예의있게 거절했겠지만 1크로나 170원 환율과 슈퍼에서 봤던 가격들을 생각하니 그걸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코네 출신이라는 데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그는 이미 일주일동안 나에게 뭘 보여줄건지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정말, 그 일주일은 내가 뭘 따로 계획할 것도 없었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침도 차려주고 낮에 관광도 시켜주고 저녁에 밥과 술로 대접해주고 밤길 위험하다고 호스텔까지 데려다주는 아주 훌륭한 로컬가이드였다.

 

   근데 그런 훌륭한 가이드가 왜 룬드에서 스톡홀름 가는 기차를 미리 예약하라는 말은 안해줬을까? 나는 그때, SJ 기차가 늦게 예약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스톡홀름 가기 전날에야 SJ매표소 가서(당시에는 룬드역에 SJ매표소가 있었다) 표를 샀는데 무려 천크로나를 냈다......... 지금의 나는, 스톡홀름 가는 표가 500크로나 넘어가면 비싸다고 망설이는 그런 사람인데... 그때는 몰랐지. 원래 다 그렇게 천크로나쯤 하는 줄 알았지. 당시 환율로 20만원을 낸 거였는데, 그 표를 사고 '와 스톡홀름에서 이제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항상 둘이서 다녔는데, 스코네트라피켄 요금을 왜 각각 싱글 티켓으로 끊고 다녔을까? 듀오로 끊었으면 더 쌌을텐데... 아니, 그때 기차랑 버스를 엄청 탔으니까, 그때 섬머카드만 샀어도 본전 뽑았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 부글부글... 예나 지금이나 집사람은 이런 쪽으로는 감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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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고마운 가이드 덕분에 그 7일동안은 잘 먹고 다녔다. 아침저녁을 집에서 해결하니 내가 정한 예산안에서 여행이 가능했다. 게다가 그가 '스웨덴에서는 수돗물 그냥 마셔도 돼'라고 알려줘서 물을 사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닷가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자고 할 때, 그 아이스크림이 5천원이 넘는 걸 보고 많이 망설였고, 내가 망설이는 걸 보고 그가 "내가 살게, 먹자"라고 했을 때, "무슨 소리야, 니가 가이드해주고 있는데 고마우니 이건 내가 살게"라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나 친구에게는 '한국에 네가 온다면 정성껏 가이드해주리라' 약속하고 스톡홀름으로 떠났다. 


   아...... 스톡홀름의 물가는 룬드와는 또 달랐다. 소시지 하나를 성의없이 끼워넣은 핫도그 하나가 5천원이 넘는다니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톡홀름에서는 스칸센과 박물관을 꼭 들어가보리라 생각했는데 그 입장료가 정말 비쌌다. 그래서 트램이고 버스고 지하철이고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다 걸어다녔다. 와 생각해보니 드로트닝가탄부터 감라스탄에 가서 한바퀴 돌고, 스칸센까지 걸어가서 거길 둘러보고, 유고덴을 대충 걸어다니다가 외스터말름을 거쳐 다시 돌아왔던 건데 지금 걸으라고 하면 절대 안걷고 꼭 대중교통 탈 동선이다. 


   첫날 저녁은 이카에서 미트볼 사서 전자렌지에 데워먹었고, 두번째 날 저녁은 아마.... '저녁먹을 돈으로 블루베리 스무디를 사먹어보자'며 돈을 거기다 썼다. 그리고 그 블루베리 스무디가 정말 맛이 없어서 버렸다. 저녁먹을 돈으로 마실 걸 샀는데 그걸 버렸으니 우울해져 부엌에 앉아있었는데, 같은 방 쓰던 중국사람이 자기가 만든 국수를 나눠줘서 정말 감사히 얻어먹었다. 세번째 날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호스텔 같은 방을 썼던 캐나다사람이 나한테 '이때까지 만난 한국사람 중에 r이랑 l을 이렇게 잘 구별해 발음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칭찬해준 일이 기억난다. (그러면 뭘해, 나는 f와 p, v와 b를 잘 혼동한다) 나는 칭찬에 약한 사람이라 그냥 그걸로 배가 불렀고, '내 이때까지 영어를 정말 싫어했지만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토익을 보리'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때 그 북유럽 여행은 영어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꿔준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때 스웨덴에서 했던 최고의 바보짓은... 2G폰. 룬드에서 호스텔에 머물렀으므로, 그와 만날 약속을 정하려면 심카드를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심카드를 샀었다. 근데 왜 그걸 아이폰에 안끼우고 2G폰에 끼웠던 걸까? 아마 또... 그걸 아이폰에 끼웠다가 데이터 요금 폭탄 맞을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문자를 보내려면 2G폰으로 힘겹게 써야했는데, 그걸로 영어 문자를 쓰는 건 정말 매우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 아이폰이었으면 정말 간단했을텐데.... 그래서 스톡홀름에 가서 뭔가 물어보려고 룬드에 있는 그에게 문자를 쓸 때면 2G폰으로 꾹꾹 버튼을 눌러서 썼는데 나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리고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공항을 가는 교통편을 미리 알아보려고 중앙역 안내데스크에 가서 물어봤는데 그 사람이 알란다 익스프레스를 소개해줬다. 알고보니 알란다 익스프레스는 공항가는 교통수단 중에 제일 비싼 거였지...... 그 티켓을 사면서 손이 또 한번 떨렸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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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기념품을 뭘 사갈까 고민했는데, 친구가 스웨덴 에그팩을 사오라고 해서 그걸 찾아다녔었다. 한국에서는 홈쇼핑에서도 파는 바로 그것. 스웨덴에 가면 슈퍼에 널려있을 줄 알았는데 검색 끝에 스칸센 기념품샵에서만 판다는 걸 알아냈고, 정말로 거기서 찾아내서 사왔었다. 요즘은 스웨덴 여행오면 뭘 사서들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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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그 룬드 기차호스텔이 없다.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고 지금 그 자리엔 법원 건물이 들어섰다. 지금은 그 룬드역에 SJ매표소가 없다. 뭐 어차피 다들 인터넷으로 티켓을 사니까. 정말 오랫동안 '으악 안눌러져!'하고 비명을 지르게 했던 스코네트라피켄 발매기도 작년에 싹 다 바뀌었다. 그런데 어차피 이제는 앱으로 티켓을 사니, 새 발매기를 써본 적이 없다. 룬드, 헬싱보리 같은 지명을 한국어로 치면 온갖 브이로그와 여행기가 나온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스웨덴 넘어오는 법도 검색하면 한국어로 쫙 나온다. 롬마 해변가는 것도, 그때 자전거를 빌려타고 가면서 참 신기하기도 했고 가이드북에도 안나오는 내용이었는데, 이제는 블로그 검색하면 롬마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Ystad, Ales stenar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정말로 정말로 스코네에 대한 여행 자료 자체가 전무했는데, 참 신기한 일이다. 

 

   그때 룬드역에서 스톡홀름으로 떠나면서 '내가 얘랑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했던 그와 같이 살고 있다. 인생 참 모를 일이다.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 오늘 기차타고 말뫼 갔는데 오늘도 역시나 지연되어 15분이면 갈 곳을 한시간 걸려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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