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쿵스레덴 트레킹(1): 준비 - 마음가짐과 체력
2021 쿵스레덴 트레킹(2): 준비물 리스트
2021 쿵스레덴 트레킹(3): 여행 전 오해, 여행 후 감상
2021 쿵스레덴 트레킹(4):시간흐름에 따른 여행기 + 소소한 여행 팁
가게 된 계기
작년 2020년 여름은 원래 (매년 그랬듯이) 집사람과 한국에 가서 놀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퍼졌고 항공 예약이 취소된 데다가 외국인이 관광 목적으로 오는 게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는 나 혼자 가서 약 두 달동안 지내다가 스웨덴에 돌아왔다.
스웨덴에 돌아와 집사람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장롱에서 이것저것 꺼냈다. 온갖 캠핑용품이었다. 캠핑...이라니? 우리 그런 거 하는 사람들 아니잖아? 어디 놀러가면 우리의 관심사는 늘 음식 아니면 술이었잖아? 본인 말로는, 이 팬데믹이 아무래도 내년까지 갈 것 같고, 그렇게 되면 한국에 또 못가게 되니 자기는 2년동안 제대로 된 휴가를 못 떠나게 되니까, 항공권 취소될 염려없이 준비할 수 있는 여행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이 친구뿐만은 아닌지,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 1위에는 캠핑 취사용품이 차지했고, 내 주변에도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사람이 늘었다.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집사람은 세일할 때마다 캠핑 용품을 사모으며 준비를 시작했다. 당연히 혼자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냅두고 있었는데, 가을부터는 내 것까지 사며 "생각해봐, 너랑 나랑 거기 가서 이걸로 커피 끓여마시면 얼마나 맛있고 포근하겠어" 따위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안그래도 운전학원에 돈을 쏟아부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거기 갈 돈이 있다면 한국에 갈 거니까, 내 거는 사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고 꾸준히 내 사이즈에 맞는 옷과 용품을 샀고 그렇게 겨울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이제 텐트를 사야하는데 1인용을 살지 2인용을 살지 결정해야하니까 확실히 말해. 너 진짜 안 갈거야?"라고 물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쿵스레덴을 일부만 걷는 건데도 상당한 돈이 들었다. 캠핑용품을-물론 그가 나한테 묻지도 않고 맘대로 산 거긴 하지만-그래도 내가 쓸 거는 내가 지불해서 쓰고 싶었다. 그것까지 계산하니 여름에 한국에 갈 돈이 없었다. 한국에 가려면 여름에 어떻게든 섬머잡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여름에 정말 한국에 갈 시간마저 없게 되는 거였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여름에 코로나가 어떻게 되리란 보장도 없는데 이참에 섬머잡도 하고 스웨덴 국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우리 이제 무려 10주년인데 그걸 기념하기에도 이 여행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길에 얘를 혼자 보내놓고 내가 일주일동안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같이 쿵스레덴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둘다 고집이 세서 자주 투닥투닥 싸우는데 과연 거기 가서 우리가 안 싸울 수 있을까, 갔다가 헤어져서 오는 거 아니냐 농담아닌 진담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집사람 누나한테 '너도 같이 가고 싶냐' 물었더니 좋다고 해서 셋이서 가게 되었다. 집사람의 수다를 그녀가 일부 케어해줄 수 있으니 좋고, 집사람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버려도 이 친구랑 천천히 걸을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여행을 셋이 가는 게 확정되고 일정도 확정했다. 문제는 돈이라서... 어떻게든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올해 초에 과외랑 알바를 그렇게 빡세게 했다. 번아웃을 경험하면서 '그냥 여름에 한국에 간다고 할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섬머잡도 구해졌고 여행준비도 상당부분 진행되어서 취소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이 여행을 좀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운전면허 따는 걸 미뤘을 텐데, 면허 따려고 한창 노력하던 중에 여행을 계획한 거라 둘다 포기할 수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였다. 운전학원도 돈이 훅훅 나가지, 여행은 여행대로 돈이 들지ㅠㅠ 그래도 섬머잡 하고 났더니 자금이 많이 안정되어서 여행도 문제 없고 하반기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캠핑에 대한 나의 경험
캠핑이라. 한국에서 가족들이랑 (글램핑을 제외하고) 캠핑은 딱 한번 가봤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아버지가 캠핑에 꽂혀서 싹 다 준비해서 정선 아우라지로 떠난 적이 있었다. 기분좋게 밥도 해먹고 텐트를 쳤는데 밤에 비가 갑자기 엄청 많이 왔고 아침에 보니 물이 완전 불어있었다. 그렇게 허둥지둥 정리하고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가족끼리 캠핑 간 적이 없다 >_<
그래도 나 개인적으로는 꽤 여러번 캠핑을 했는데, 우주소년단이나 성당 여름캠프 갈 때 우리집 텐트랑 취사도구를 들고 가서 썼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텐트에서 잤던 거는 아마도 고등학교 때 성당에서 바닷가로 캠프 갔을 때였던 것 같고, 그게 내가 했던 마지막 캠핑인 것 같다. 그게 언제냐... 벌써 약 17년전 아닌가.
등산?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등산을 즐겨하지도 않았다. 큰집이 태백에 있어서 차례지내고 난 후 태백산을 올라간 적이 몇 번 있는데 그게 참 귀찮았다. 올라가기 싫어서 일부러 등산화 안 챙겨가기도 하고 치마 입고 가기도 하고 했... (사실 태백산은 높기는 한데 출발지점이 이미 해발 800m라 그렇게 많이 안올라가도 되는 쉬운 산이다.) 아주 가끔 엄마가 동네뒷산 가자고 하면 따라 나서긴 했지만 내가 먼저 '산에 가자'고 말한 적은 없는 거 같다.
이렇게 구구절절 쓴 것은, 이 쿵스레덴 트레킹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설명하기 위함이다. 일부만 걷는다고 해도 100킬로를 넘게 걷는 건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웨덴에서 제일 높은 산인 케브네카이세도 오를 거라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결국 등산은 일일코스로 집사람 혼자 다녀오는 걸로 합의...) 심지어 무거운 짐을 지고 그렇게 오래 잘 다닐 수 있을까? 중간에 마을도 없고 그래서 포기할 수도 없는 길인데 괜찮을까?
그런데 유튜브와 블로그로 찾아보니 다행히 아비스코~니칼루옥타 구간은 난이도도 쉽고 기간도 적당해서 초보자들도 많이 가는 것 같았다. 특히 어린 애들이 부모와 함께 걷는 걸 보고 '해볼 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이 오는 6월과 9월에 가면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7-8월에 가면 거기도 나름 여름이니 날씨도 그나마 괜찮고 견딜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체력적인 준비
그래서 체력적으로 준비를 좀 해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팬데믹이라 헬스장에 가는 건 꺼려지고 혼자 운동을 해야하는데 의지박약이라 별로 운동을 안했다. 힙으뜸 유튜브 보고 좀 따라하고, 한달에 한번 달리기대회 나간 게 끝....... 텐트치고 자는 것은 세 번 했고, 당일치기로 어디 가서 배낭메고 걷는 것은 그것보단 많이 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괜찮지 않을까? 이제 여행이 일주일 남았는데 뭐 더 체력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게 있나...?
체력과는 다르지만 그 걷는 기간에 생리하는 일은 무조건 피하고 싶어서 세 달 전부터 약을 먹었다. 예전에 피임약 오래 먹었다가 부작용이 있어서 그만뒀고, 그래서 다시 먹는 게 망설여졌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하는 동안 생리까지 하면 정말 최악일 것 같아서, 상담 후 다른 약으로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스웨덴은 경구피임약 사려면 처방전이 필요하다.) 다행히 예전에 나타났던 부작용도 안나타났고, 생각했던 대로 주기를 조절해서 여행 중 생리를 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마음가짐
집사람과 여행을 여러 번 하면서 느낀 건데, 날이 갈수록 겪는 에너지 변화가 다르다. 예를 들어 3박4일짜리 여행을 가면, 나는 첫째날 제일 에너지와 의욕이 샘솟아 뭘 해도 즐겁고,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음 이제 충분히 봤어' 하면서 에너지가 가라앉는 스타일이다. 반면 집사람은, 첫째날은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제대로 즐기지 못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져서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여행이 즐거워지는 그런 사람이다. 이걸 몰랐을 때는 함께 여행가서 서로를 오해해 삐치기도 하고 별 말싸움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얘가 여행초반에 별거 아닌 거에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아하면 '그래 얘는 그런 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둘다 고집이 엄청 세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굽히지 않는 대나무 같은 사람 둘이서 살고 있다. 텐트를 정리하거나 침낭을 정리하거나 할 때 그 방법에 대해 '내 방법이 더 낫다'고 우겨서 싸운다. 사실 뭐 어떻게 접어도 상관없는 것을... 이 얘기를 했더니 누군가는 '그럼 그 물건 살 때 누가 돈 더 냈는지 따지고 그 사람 말을 들어'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첨에 들었을 때는 그냥 웃었지만 이게 은근히 도움이 된다ㅋㅋㅋㅋ 그냥 소유권을 따져서 그 사람 말 듣기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몇 가지 적어가서 뭔가 서로 기분이 상하게 되려 할 때 꺼내봐야겠다.
다음에는 준비물에 대해서 적어봐야지.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쿵스레덴 트레킹(3): 여행 전 오해, 여행 후 감상 (0) | 2021.08.24 |
---|---|
2021 쿵스레덴 트레킹(2): 준비물 리스트 (0) | 2021.08.11 |
10년전 스웨덴여행기 (0) | 2021.06.06 |
[유후인+벳부 여행] 2.교통편 그리고 관광지에 대한 짧은 감상 (0) | 2018.01.18 |
[유후인+벳부 여행] 1. 경비 및 숙소(에노키야 료칸,노가미혼칸,카메노이호텔) (6) | 2018.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