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부활절과 함께 '하지'(미드솜마 midsommar)는 스웨덴에서 큰 명절에 속하는 것 같다.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지만 올해는 6월 25일이 미드섬머였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다들 그 전부터 휴가를 내서 별장이나 가족 집으로 모여 준비를 했다. 우리도 목요일에 기차를 타고 스몰란드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 검표를 하더니 'Glad midsommar!'를 외치고는 사탕을 하나씩 주고 갔다. 출발부터 명절 느낌난다고 좋아하며 스몰란드에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보통 하지 때에는 각종 소스에 절인 청어sill와 감자를 먹는 것이 전통인데, 친척 중에 청어 싫어하는 어린 애들이 있어서, 애들이 좋아할만한 꼬치를 준비했다. 고추장이랑 케첩으로 닭꼬치를 만들어봤는데 꽤 호응이 좋았다.
딸기 케이크! 안에도 딸기잼과 딸기가 가득가득 들어있다.
보통 하지 때에는 20도를 크게 밑도는 기온에,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여튼 날씨가 굉장히 안좋다고 했다. 특히 남부지방은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잘 안떨어져서, 어떤 해에는 크리스마스가 하지보다 오히려 따뜻하기도 하다고... 올해에도 일기예보에서는 비바람이 치고 천둥번개가 칠거라고 했지만, 예보와는 달리 미드섬머 전날과 미드섬머 당일이 굉장히 화창했다. 심지어 스몰란드는 30도까지 올라갔는데, 다들 '앞으로 15년동안 이런 하지는 없을테니 지금을 즐겨'라고...
철사를 구부려 화관 틀을 만들고, 집 근처에서 꽃을 꺾어다가 끈으로 돌돌 감아가며 화관blomkrans을 만들었다. 여러 개 만들기 귀찮아서 하나 만들어 서로 돌려가며 쓰고 사진을 찍었다. 조금 쓰고 있다가 자꾸 벌이 꼬여서 그냥 탁자 위에 두고 감상했다. 처음에는 저렇게 싱싱하고 예뻤는데 저녁때쯤 되니 시들시들...
원래는 저렇게 생긴 큰 기둥midsommarstång을 세워서 잎과 꽃으로 장식을 하고, 그 주위를 돌면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만은, 이 집에서는 크게 안 만들고 식탁 위 장식으로 대신했다.
미드섬머 디너. 중간에 있는 병에 담긴 것이 청어절임, 왼쪽에 담긴 게 감자 샐러드이다. 종류별로 접시에 담아서 먹고 스납스snaps를 마셨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미드섬머 디너 때에는 스납스를 함께 마시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정말 너무 배가 불렀는데...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마셔야지...? 커피가 있으니 케이크도 먹어야지...? 좋은 날씨 덕택에 밤 11시 정도까지 밖에서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면서 놀았다. 스웨덴에서 처음 맞은 미드섬머를 이렇게 좋은 날씨와 함께 밖에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에도 부디 좋은 날씨이기를.
'일상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웨덴, 4개월. (1) | 2016.09.03 |
---|---|
독일에서 알콜 쇼핑 - Border shop in Puttgarden (0) | 2016.06.29 |
자전거를 도둑맞다ㅠㅠ (1) | 2016.06.08 |
6월 1일. 드디어 아이디카드 발급. (0) | 2016.06.02 |
[맥주리뷰] Founders KBS (Kentucky Breakfast Stout) (1) | 2016.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