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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생활 팁/일상 팁

스웨덴에서 무료 심리 상담 받기 - Unga vuxna 프로그램

by Bani B 2018. 12. 6.

지난 주 내내 날씨가 잔뜩 흐렸고 드디어 어제 오랜만에 해를 보니 살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흐린 날이야 있었지만 스웨덴의 흐린 겨울날은 사람을 더 축 늘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다. 게다가 요즘 해가 세시 반이면 져서, 낮에 좀 돌아다니다보면 금세 어두워져 집에 가야할 것만 같고..ㅠㅠ


올해는 그나마 낫지만 작년 11월은 너무나 우울하고 감정기복이 심했다. 공부와 일의 밸런스를 잘 맞추지 않고 무리한 데다가 스스로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한 탓에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내 자신을 원망하는 날들이 이어졌었다. 처음엔 날씨 탓이기도 했는데, 마음이 잔뜩 찌푸려져 있는 날에는 날씨가 좋아도 소용이 없더라. 사실 힘들 때에는,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주저리 주저리 말하고 싶은데 상담 비용을 알아보니 너무 비쌌다.


그러던 중에 Unga vuxna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Unga vuxna는 '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코뮨마다 실시하고 있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다. 코뮨마다 상담 가능한 나이가 다르고 대부분 만 24세 이하인 것 같지만 룬드는 만 30세 미만, 그러니까 딱 만 29세까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구글에서 코뮨이름 + unga vuxna 라고 치면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작년에 나는 딱 만 29세였으므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었다. 전문 심리치료사를 만나는 건 아니고, 관련 교육을 받은 간호사나 사회복지사를 만나게 된다고 했었다. 그런 후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긴가민가 하며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예약했고 몇 주 기다려서 약속한 시간에 그 장소로 갔다. 개인 면담 말고도 그룹으로 자아 찾기 프로그램, 스트레스 관리하기 교육 같은 것도 하는 모양이었다. 대기실에 앉아있다가 이름이 불려서 상담사님 방으로 들어갔다.

상담사님은 영어를 잘 못한다며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영어든 스웨덴어든 한국어든 그냥 정말 아무상관 없는 사람이랑 떠들고 싶은 마음이었으므로 괜찮았다. 요즘의 걱정거리,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등등, 상담사님은 내 말을 들어주시다가도 적재적소에 질문을 던져주셨고 같이 내 머릿속을 정리해보는 걸 도와주셨다. 시간이 끝나서 다음 만남 약속도 잡았었고, 그렇게 한번 더 만나고 더는 가지 않았다. 더 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렇게 두 번 만나서 떠들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나니 부정적인 생각도 어느 정도 사라졌고 기운이 났기 대문이었다. 


날씨가 꾸물꾸물 어두운 계절이 되니 작년 생각이 났고, 누군가 이 나라에서 또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나이가 지나서 가지 못하지만ㅠ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Studenthälsan이 있으니 정 필요하면 여기 가서 상담하면 된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준 건 아니었지만...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필터링할 것도, 상담실에 들어가니 술술 얘기하게 되어서 후련한 느낌도 있더라. 아무쪼록, 스웨덴 겨울을 나고 계신 분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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