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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생활 팁/일상 팁

해외생활에서 오는 우울과 대처방법에 대하여.

by Bani B 2019. 7. 17.

   정보제공 위주의 재미없는 블로그를 지향하는데 요즘 쓴 글이 죄다 신변잡기 일상 글이었다. 그래서 무슨 글을 써볼까 고민하던 중에 국제결혼을 앞두고 계신 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드리면 좋았을 것을, 말하다보니 계속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며 '이런 점은 생각해보셨나요'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게 국제결혼으로 인한 해외이민을 앞둔 사람과 이야기한다면 제일 해주고 싶은 말들이기도 했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스웨덴으로 가는 비자를 신청하고 나서 이것저것 알아볼 때 주로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고 간접경험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스웨덴에서 블로그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유학생이고 그분들은 단기간 스웨덴에 체류하는 데다가 '학업'이라는 다른 이유로 왔으므로 '파트너' 때문에 스웨덴에 온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었다. 파트너 때문에 오신 분들도 요즘은 블로그를 많이 하시고,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올려주시지만 원래 사람이란 게, 우울할 때는 글 쓸 기력도 안나고 그런 거 쓰기도 싫고... 그러다보니 보통의 블로그는 그나마 기분이 좋을 때 쓰는 평화로운 일상 스케치가 되기 마련이다. 나도 기분이 괜찮을 때나 블로그를 쓰지, 기분 안좋을 때는 침대와 한몸이 되어 하루종일 누워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스웨덴 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가면 가끔 힘들기도 하겠지... 일 안구해지고 가족 보고싶고 그러면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그게 정말로 막연했다.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저 사람들도 다 저렇게 만족하고 사는데 나도 그렇겠지. 그러다보니 스웨덴에서 살면서 낯선 감정이 내 마음에서 불끈 일어나면 그런 게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는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감정과 생각이 정말로 들었다. 그러면 그런 미운 감정을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그 화살이 같이 살고 있는 집사람한테 돌아가기도 했고.

 

   그래서 부끄럽지만 블로그에 한번 써볼까 한다. 

 

1. 자존감 하락

   나는 한국에서 대기업을 다닌 것도 아니었고, 연봉 낮고 일은 으엄청 많이 하는 회사에 다녔다. 많은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녔고 그 중에서는 가끔 만나면 연봉 얘기나 저축 얘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내 월급만큼 한달 저축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내가 감히 상상하지 못한 금액을 이미 적금에 넣어놓은 친구도 있었다. 부럽다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질투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걸 질투할 거였으면 나 자신도 진작에 대기업 취업을 준비했어야했겠지만, 그냥 왠지 처음부터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생활비는 벌고 가끔 여행도 갈 수 있을 정도니 그걸로도 좋다고 생각했고.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냥 가끔 회사에서 상사한테 와장창창창 깨질때? 어쨌든 그때는 번아웃이 와서 힘들었던 거지 남들과 비교해서 자존감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거의 30년 평생 그런 일이 없었던 나도, 질투와는 거리가 좀 멀었던 나 역시도, 스웨덴에 오니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같이 스웨덴어 수업을 듣던 친구가 어딘가 실습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문득 '내가 쟤보다 말을 잘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누가 잘되었다고 하면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줘야 하는데 그게 질투가 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많이 가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가진 것도 아닌'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스웨덴에서는 항상 뭔가 내가 덜 가진 것 같았고 남이 뭔가 이루었다고 하면 괜히 나보다 더 많은 걸 가진 느낌. 이 부분은 특히, '일을 찾고 싶은 상황인데 무직인 기간이 점점 늘어날때' 많이 생기는 것 같고, 보통은 질투심을 남에게 숨기려고 하면서 좋은 말만 해주려고 하다보니 안으로 쌓이고 쌓이다가 다른 형태로 분출이 되기도 한다. 그냥 내 생각에는, 뭔가 부러우면 아예 대놓고 "와 진짜 완전 부럽다"고 자신의 기분을 인정하고 입밖으로 내서 말하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자존감 관리에 집중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아직은 원하는 일을 못찾았지만 나도 곧 찾을 거야' '저 친구와 나의 상황이 완벽하게 같지도 않고, 비교하면서 내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고. 

 

   남들과의 비교에 의해 질투가 발생한다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나는 항상 계획을 단계별로 세워놓고 실행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제때 달성하지 못했다거나 하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하지, 왜 나는 저걸 못하지,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데 왜 나는 이렇지... 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나는데... 사실 간단한 해결책은 아예 처음부터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천천히 시간을 들이도록 계획하는 것이겠지. 

 

2. 후회와 자책 

   어쨌든 자신감,자존감이 하락하면 끊임없이 자책하게 되고 '나는 왜ㅠㅠㅠㅠ'라면서 폭풍 눈물을 쏟게 된다. 나는 꽤 긍정적이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그건 그때 당시에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겠지'하고 마는 편이라 한국에서는 딱히 그렇게 후회하고 자책해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해외에 나와서 한번 자존감 추락하고 나면 우울감의 늪에 빠지게 되더라. 진작에 뭔가 기술을 배워놓을걸, 왜 나는 한국에서 그런 쓸모없는 전공을 택했던 걸까, 스무살의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나, 대학 다닐 때 뭔가 따로 학원을 다녀볼걸, 허송세월 했구나, 차라리 영어라도 기가 막히게 잘하도록 공부 좀 할걸, 통역알바를 자원해서 하기엔 영어도 그닥 못하고, 스웨덴어는 도대체 언제 느는 걸까(특히 스웨덴인과의 의사소통에 뭔가 문제가 생겼던 날에는 이 생각에 며칠동안 머릿속을 지배한다), 왜 진작에 더 공부를 안했나. 그냥 한국에 있으면서 장거리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라, 왜 내가 여기에 온다고 했나, 파트너가 한국에 오도록 좀더 푸쉬할 것을 등등등등등등...... 

   이때를 대비해서 파트너를 미리 대비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분이 나쁠 때 나를 어떻게 대해주면 좋겠는지, 미리 말해놓는 게 좋겠다. "내가 혹시라도 이런 후회와 자책을 한다면 나를 평가하려 들지 말고 그냥 우쭈쭈 계속 나를 칭찬해주면 좋겠다"같은 거...?(라고 쓰는 이유는, 개중에는 '위로'를 해야할 타이밍에 '현실 분석'을 하며 속을 더 뒤집어놓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집사람이라고는 굳이 쓰지 않겠다ㅋㅋ) 

 

3. 미래에 대한 불안

   그런 자아성찰(...자책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 다음에는 불안이 온다. 지난 날에도 그렇게 막 살았는데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잘 될까, 이제 나는 뭘 하면 좋을까, 공부를 하기엔 지금 이 스웨덴어도 너무나 버거운데... 남들은 다 씩씩하게 잘 해가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기운이 없을까. 만약에 이렇게 맨날 징징대고 있는 나를 보고 내 파트너도 지치면 어떡하지. 내가 이러다가 한국에 다시 가면 나는 뭘 할 수 있지, 엉엉엉....

   특히 저 자책과 불안의 단계는 자존감하락 다음에 오기도 하지만, 외부적인 변수에서 오기도 한다. 보통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묻는 것은 "향수병은 없어? 가족들이 보고싶지 않았어?"였는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딱히 별일없다고 하면 그렇게 미칠듯이 가족들이 보고싶어서 우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이 아프다거나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하면 그때부터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면서 저 '자책'과 '불안'의 루프로 빠져들기 쉬운데, 거기서 벗어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당연히 돈과 시간을 내어서 한국에 다녀오는 것이겠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면? 돈도 없고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도 없다면? 그러면 저 루프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이거는 딱히 파트너도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위로로도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다. 누군가 열심히 나에게 "아니야,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나중에 다 잘될거야"라고 말해줘도 그게 귀에 안들어오고, 안될거라는 생각만 든다. 이거는 정말 자신이 해결을 해야하는데, 내가 해본 방법 중 제일 좋은 방법은 손을 좀 움직여서 종이에다가 하나하나 다 적어보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그게 가능했을 때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 그게 또 가능하게 되면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되면 하나의 '플랜'이 만들어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다보면 기분이 꽤 괜찮아진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실현이 바로 가능한 일로, 그리고 목표는 낮게 정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여튼 본인의 불안과 자책으로 파트너를 더 불안하게 하고 죄책감을 주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자. 

 

4. 남탓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저 1,2,3번의 단계를 거치면서 파트너 탓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만큼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는 심리로 오히려 더 오버해서 파트너를 괴롭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그런 마음은 "나 이렇게 힘든데 왜 너는 나의 지지대가 되어주지 못하느냐"로 시작되고 "나는 너 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레파토리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민 오기 전에 '이 사람이 나의 지지대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멀리멀리 두고 오면 좋겠다. 아무리 그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지만 그 역시 외국인 파트너와 함께 살아보는 것은 처음이고, 이 외국인 파트너의 감정변화를 보는 것도 처음이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그도 모른다. 특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정말로, 파트너에게 의지할 생각은 버리고 "외국에서 내가 스스로 내 발로 설 수 있을 만한" 준비를 하고 오는 게 좋겠다. 마음의 준비라도 그렇게 해놓는 게 좋다. "나는 너 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말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이었고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스웨덴이 싫고 스웨덴어가 싫고 스웨덴 사람이 싫고 여튼 '스웨덴싫어병'에 걸렸을 때는 정말로 길가에 있는 나무조차도 보기 싫었고 그냥 흔히 보이는 빌딩조차도 보기가 싫었다. 언제는 '북적거리지 않아서 스웨덴이 좋아'라고 했으면서, '제발 사람 좀 보고 싶다고ㅠㅠ 북적거리는 거리가 그립다고...'하면서 별 희한한 이유를 대면서 스웨덴이 싫은 이유 백만가지를 늘어놓게 되더라. 스웨덴 사람인 파트너가 어쩌다 스웨덴어를 내뱉으면 '집에서 스웨덴어 듣기 싫다고ㅠㅠㅠㅠ'하면서 트집을 잡고. 내가 그런 마음으로 상담을 받았었는데, '몸이 스웨덴에 있다고 해서 억지로 스웨덴에 빨리 적응할 필요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들면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거나 가까이에 한국인친구가 없다면 영상통화라도 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원격 티타임을 가지도록 해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래서 그걸 실행하겠다고 몇몇 친구들에게 '조만간 스카이프로 티타임할래'라고 물어보니 다들 흔쾌히 좋다고 해주었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더이상 여기서 혼자가 아닌 느낌? 스웨덴이 너무너무너무 싫은 스웨덴싫어병에 걸렸을 때는 오히려 나에게 편한 모국어를 맘껏 쓰고 모국어로 된 방송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그런 와중에 문득 '내가 스웨덴어 공부해야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따위의 못된 생각이 또 들기도 하지만, 그런 목표달성보다 내 기분을 다스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며 꾹꾹 눌렀다. 

 

5. 번아웃

   저 1,2,3,4번이 너무 싫어서 스케줄을 빡빡하게 세워놓고 알바를 열심히 뛰기도 했다. 일이 없어서 불안한 것보다는 일이 많아서 바쁜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고 공부를 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좋기도 했다. 하지만 몸은 정말로 정직해서 힘들면 바로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더라... 하지만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이 아둔한 주인... 공부도 일도 잘 되어가고 있는데 짜증을 내는 횟수는 늘고 감정이 탄젠트 곡선을 그리는 나날이었다. 보다못한 집사람이 '너 번아웃인 거 같은데 일을 좀 줄이는 게 어때'라고 말해주었고, 일을 줄였더니 정말로 마음이 편해졌다. 그 후로 나의 좌우명은 안빈낙도.....

 

6. 상담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상담을 받는 게 좋다. 3번과 5번이 너무 심했을 때 상담을 받았었는데 (후기) 확실히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털어놓으니 말할 때 필터링도 안하게 되고 마음이 좀 뚫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언어문제 때문에 현지 상담프로그램이 망설여진다면, 요즘에는 한국에 있는 상담사와 메신저로 상담하는 '트로스트' 같은 것도 있다. 가격도 한시간에 1만원대부터 다양해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처음이 어렵지, 막상 내 문제를 말로 꺼내놓고 같이 정리해보면 길이 보이니까 힘들 때는 상담을 해보는 게 좋겠다. 

 

 

여튼 파트너와의 결혼/동거로 인한 이민은 그렇게 밝은 일상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어서 외국으로 나간다는 분들도 많은데, 나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달라질 뿐이지 해외생활도 만만치 않더이다. 그러니 잘 헤쳐나가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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