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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9

여름방학 시작

by Bani B 2019. 6. 21.

   6월 3일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4일날 비행기를 타서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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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S는 정말 오랜만에 탔다. 마지막으로 탄 게 언제더라? 2013년이었나? 사실 서울-북경/북경-코펜하겐 노선은 나의 페이버릿이었다. SAS가 한국에는 안들어오므로 서울-북경구간은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을 타야하긴 하지만, 아시아나를 타면 환승이 그렇게까지 복잡하지는 않았고 항로가 짧으므로 은근히 비행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사스는 알콜이 유료인게 단점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우리는 코펜하겐 공항 면세점에서 작은 위스키 미니어처를 몇개 사서, 비행기 안에서 콜라와 함께 섞어먹고 남은 것은 비닐팩 안에 고이 넣었는데... 100ml 이하니까 당연히 통과되겠지 했지만 중국 공안은 너무나 단호하게 우리의 위스키를 빼앗아갔다. 후기 읽어보니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도 100ml 넘으면 다 빼앗아가고 술은 당연히 가져간다며...>< 게다가 코펜하겐-북경 구간은 USB도 없었다!!! 다행히 좌석 밑에 콘센트가 있어서 그걸로 충전할 수는 있었지만ㅠㅠ 그저께 먼저 스웨덴으로 돌아간 남자친구 말로는 이번에 탄 북경-코펜하겐 구간 비행기에는 USB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SAS 환승이라 터미널을 바꿔야 해서 거기서 좀 고생했다고ㅠㅠ 나도 7월에 같은 비행기를 타니, 겪어보고 후기를 올려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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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2주는 남자친구와 같이 와서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매 끼 외식을 해서 정말 여행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는 먼저 떠났고 나는 다음달까지 집에 있는데... 이렇게 할 일이 없었던 게 오랜만이라 오히려 할 일을 찾고 있다. 

   학비보조금인 CSN은 방학기간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5월 하순에 나온 후 6,7,8월은 그동안의 저금으로 먹고 살아야한다. 9월 2일에 준다고 써놨으니, 넋놓고 흥청망청 썼다가는 8월에 보릿고개를 넘을 판이다. 그래서 이번 한국 일정에 쓸 돈과, 스웨덴에 돌아가서 생활할 돈을 생각하며 예산을 짜놓으니... 함부로 나가서 놀 수가 없다. 어차피 지난 2주간의 외식으로 간과 장이 피곤한 참이니, 6월은 집에서 조용히 지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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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기말고사 결과가 다 나오지 않아서 재시험여부를 모르므로 공부하기도 그렇고... 도대체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엄마가 주로 쓰는 컴퓨터가 너무나 느려터졌으므로 밀어버리고 다시 윈도우를 깔아드리려고 하고 있는데... 무슨 놈의 사진이 이렇게 많아? 백업하는 데 하루종일 걸린다. 가뜩이나 컴퓨터가 정말 느려터져서 진짜 오래 걸린다. 이 컴퓨터가 윈도우10은 감당할 수 있을까 과연... 

   백업하면서 사진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랫동안 집에 있었던 컴퓨터라 별별 사진이 다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찍었던 셀카, 기억에도 없는 나들이 사진... 방청소를 싸악 해볼까 싶어서 시작하면 마찬가지다. 책을 넘기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사진이 껴있다거나 입장권 같은 게 껴있어서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다 가서 하려고 했던 걸 못하는 상황. 과연 나는 스웨덴에 가기 전까지 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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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온지 2주 만에 벌써 스웨덴어를 다 까먹고 있는 느낌이라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 아오 전치사...... 

- 내가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 많았구나... 도대체 수업은 어떻게 들은거지

- (팟캐스트를 들으며) 네???

 

   아이패드를 사서 1년동안 정말 공부할 때만 쓰다가 처음으로 넷플릭스 시청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리 다운받아놓은 걸 비행기 안에서 보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 2018년 최고의 소비는 역시 아이패드였다. 요즘 본 거는 스웨덴 드라마 Störst av allt, 일본 예능(?) 테라스하우스와, 만화 '나만이 없는 거리'와 'Rick and Morty' 인데 으아 이렇게 생각없이 뭔가 계속 보는 게 얼마만이던가. 죄책감(?)을 해소하고자 자막은 스웨덴어로 해놓고 보니 내가 아주 놀기만 하는 건 아닐거야...(라고 스스로 자꾸 합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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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서점에 들러 가만히 서서 책을 넘겨보는데 행복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글자가 읽히는 이 상황이, 그래서 순식간에 책 한권을 끝낼 수 있는 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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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1년만에 한국에 와서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 게 있다면(작년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 공기 : 처음 며칠간 정말 눈 따갑고 목이 아팠다.

- 우와 해가 빨리 진다! 그리고 해가 지면 완전 깜깜해! 

- 예능프로그램 : 보통 남자친구랑은 드라마만 보므로 예능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게다가 토크쇼가 아닌 예능 (현지에서먹힐까, 도시어부 이런 거)를 정말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무슨 놈의 배경음악이 끊기지 않고 나오는 것인가... 시끄러워죽겠다!!! (그래서 꽃보다 시리즈의 내용 자체는 좋아했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소리를 죽이고 봤었다) 사람이 말할 때는 음악을 좀 없애면 좋을텐데 작게라도 계속 배경음악이 깔리고+이펙트가 들어가고+사람 목소리가 나오고+화면엔 자막이 많으니 정신이 정말 없다. 프로그램 내내 이펙트와 자막 하나 나오지 않는 스웨덴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것인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예능을 보고 있는데 귀가 너무 따가워서 소리를 줄이고 싶은데 엄마는 익숙해져서 이 볼륨으로 계속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 길거리......도 너무 시끄럽다! 귀마개를 하고 다니고 싶을만큼 시끄럽다. 나는 이어폰을 거리를 걸을 때는 사용하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 앉을 때만 낀다는 룰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예외... 음악을 틀거라면 거리 별로 정해서 틀면 좋지 않을까...? 이 가게 저 가게 마구마구 틀어대니 심장이 두근두근거려서 미칠 지경이다. 

- 한국 물가는 어찌하여 이렇게 비싸진 것인가... 작년에도 비싼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더한 것 같다. 스웨덴 환율 탓을 하기에는 너무 많이 올랐고 장을 봐서 뭔가 할까 싶다가도 '아 그냥 사먹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제발 공공기관 사이트는 개선 좀 합시다....... 스웨덴에서만 천천히 열리는 줄 알았는데 한국 와도 똑같구먼.

 

*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계속 생각하는 중이다. 벼르고 벼르던 은행업무 다 처리했고... 아 싸이월드 비번찾기가 휴대폰인증 해야돼서 해외에선 안되던데 그거나 해야겠다. 옛날 사진 정리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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