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흐름을 따라 작성해보겠다.
한국에 온지 한달이 넘었고, 앞으로 2주 후면 다시 스웨덴에 간다. 처음에는 공기 때문에 기침하고 힘들었는데 이제 공기가 좋아진건지 내가 적응한건지 꽤 살만하다. 가끔 덥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내리쬐는 날은 별로 없었고 어차피 집안에만 있는 집순이라 사실 바깥 날씨에 관심도 없다...
친구들이 모두 회사에 다니는데다가 서울에 사니까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것은 다 주말로 정해놓고 평일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 오기 전날 이산수학 시험보면서 '재시험을 기약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적이여 일어나거라' 했었다... 하지만 역시 인생사 인과응보...>< 8월 20일에 재시험이 있어서 시간이 좀 있는 편이지만, 스웨덴에 돌아가는 날 한국에서 친구가 같이 가서 열흘동안 같이 놀아야 하므로 지금 바짝 공부해야한다. 하지만... 공부를 좀 할라치면 티비를 틀고 싶고, 안읽던 책이 읽고 싶고, 안하던 요리가 하고 싶고 그러네...? 집에는 피아노와 기타도 있어서 베짱이처럼 놀기도 딱이다. 심지어 듀오링고에서 아랍어를 런칭했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 뜬금없이 아랍어 공부를 하는데 이것마저 재밌다. 원래 시험공부를 해야할 때는 뭐든 재밌는 법이다...
한국에 오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전공서적을 한국어판으로 빌려서 대충 훑어보고 필요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놓거나 메모해놓는 거였다. 다음학기에 배울 책 중 꼭 필요하겠다 싶은 건 아예 가져가려고 한국어판으로 사놓기도 했다. 물론 어차피 과제와 조모임을 하려면 영어와 스웨덴어 버전으로 읽긴 해야겠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시간은 늘 빡빡했고 과제는 몰아치는데 그와중에 그 많은 책을 다 읽는 게 버거웠다. 대충 내용이라도 머릿속에 넣어놓으면 영어로 세 번 읽을 거 한번만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으려나..? 이산수학도 한국어로 책 한 권 읽었더니 '아 이 얘기였구나...' 싶은 것들이 있었다. 이래서 모국어는 참으로 소중합니다ㅠㅠ 진짜 한국으로 교환학생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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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수학 전공서적도 좋았지만 이 책도 이산수학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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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선형대수에 나오는 개념을 쉽게 풀어 얘기해주는 책. 번역투가 좀 거슬리지만 읽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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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인거 같아서 샀는데 정말 자바 기초부터 자료구조까지 정리가 잘 된 느낌.)
그래서 원래는 한달 넘는 기간동안 안드로이드 책 보면서 따라해보고 뭔가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첨에 좀 깨작거리다가 저 책 정리하는 작업과 이산수학 재시험까지 준비하게되면서 프로그래밍은 손을 놨다. 8월에 재시험 끝나면 자료구조 정도나 좀 복습해야겠다.
집컴을 포맷하고 다시 다 깔고 난 후, 백업해놨던 사진을 다시 옮겨놓고 정리하고 있는데 엄마가 그동안 같은 사진을 다른 폴더에 세번 네번씩 저장해놨던 탓에 이 정리작업이 오래걸린다. 중복되는 사진을 지우고 폴더를 연도별로 만들어 정리중인데 사진이 정말정말정말 많다.
사진 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싸이월드에도 옛날에 올렸던 것들이 많으니까 그걸 좀 다운받고 싶었는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로그인을 못하고 있었다. 비밀번호 찾기도 안되어서 고객센터에 메일을 두 번이나 보냈는데 답장은 오지 않았고... 이대로 내 사진들은 묻혀지는 건가 싶었다. 그러다가 아까 불현듯 '설마 비번 이거였나?' 하고 생각나서 써봤더니 로그인 성공! 싸이월드 고객센터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답장을 하도 안보내주셔서 제 머리가 옛 기억을 찾았네여... 이제 그 사진들도 받아다가 내 컴퓨터에 정리해야겠다.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스웨덴에 갈 날이 벌써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주말에 친척집 가고 그러면 진짜 시간이 별로 없다. 방에 있는 오래묵은 잡동사니들도 다 치우고 정리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지난주까지는 너무 지겨워서 '아 빨리 스웨덴 가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했는데 이번 주에는 '2주밖에 안남았어ㅠㅠㅠㅠㅠ 뭘 더 먹어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와중에 흑당밀크티라는 것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 천안 공차에서 일반 버블티를 시켜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흑당버블티를 시키는 걸 봤는데, 그때는 그게 뭔지 몰라서 비주얼만 보고 '카라멜마키아또에 펄 넣은건가?'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말에 서울 놀러가니 사람들이 '흑화당 흑당버블티를 아직도 안마셔봤냐'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래서 하나 사서 먹어봤는데ㅠㅠㅠ 왜 내가 이걸 이제 알았나.... 앞으로 세 번은 더 마시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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