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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9

스웨덴의 수어(teckenspråk) 방송프로그램

by Bani B 2019. 6. 29.

스웨덴 프로그램은 주로 svt나 tv4 앱을 통해 보긴 하지만 가끔 '교육방송'인 UR 앱을 통해서 볼 때도 있다. 유익한 방송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수어(teckenspråk)'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라 아예 페북에서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을 정도다. 

 

스웨덴에서 처음 수어 방송을 본 것은, 아마 남자친구를 보러 두번째 놀러 왔을 때였던 것 같다. 오후 다섯시쯤이 되면 스웨덴의 '공식적'인 소수언어인 핀란드어와 사미 언어로 뉴스를 하고, 수어 뉴스도 한다. (요즘에는 이민자들을 위해 '쉬운 스웨덴어 뉴스'도 따로 한다.) 다른 언어로 뉴스를 해주는 것도 놀라웠는데 당시 수어 뉴스는 더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시골 별장에 있는 옛날 티비라 화질이...ㅋㅋ

바로 이 진행자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율 때문이었다! 수어를 사용하는 앵커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런 뉴스라니! 저때 봤던 뉴스에는 소리도 별로 안나왔고, 가끔 자막으로 설명이 나왔던 것 같다. 

 

 

위에 첨부한 영상은 굉장히 짧은 뉴스지만, 어쨌든 이것도 수어 진행자가 메인이고 청각언어를 사용하는 진행자는 보조느낌이다. 

 

 

그리고 가끔 어린이 방송에도 수어로 하는 프로그램이 종종 나오는데, 위에 첨부한 것은 어린이 시사프로그램이다. 진행하는 사람도,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모두 수어를 사용하지만, 자막도 있고 소리도 나와서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다. 어린이 드라마도 수어로만 하는 게 있는데, (심지어 수어로 하는 인형극도 본 적이 있다) 내가 제일 감명깊었던 것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에서만' 재생되도록 해놓은 게 아니라, 정규 방송시간에 편성되어서 송출되어 농인과 청인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었다. 

 

어린이채널이 아니더라도 가끔 티비채널을 돌리다보면 수어 방송이 나올 때가 있는데, 언어와는 상관없이 내용에 빠져들어서 정신없이 보게 될 때가 있었다. 특히... 한창 화학 때문에 힘들었을 때 어떤 과학 관련 프로를 봤는데, 수어로 진행하는 채널이었는데도 그래픽이 너무 훌륭하고 설명이 쉬워서 그래픽과 자막을 보면서 한참동안 시청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방송들이 스웨덴어 학습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다.

 

가끔 티비로만 보다가 페북에서 UR teckenspråk 계정을 팔로우하고 영상을 보게 된 이유는, 우연히 시청하게 된 이 영상 때문이었다. 

 

 

Gabi förklarar("가비가 설명해주마!") 라는 코너인데, 가비의 표정도 진짜 리얼하고 어차피 자막도 나오고 내용이 재밌어서 다 찾아보게 되었다. (가비님 팬입니당...) 생리와 생리통에 대해서 이렇게 몸으로 잘 설명하는 사람 처음 봄... 스웨덴어 몰라도 추천하는 영상! 

가비의 열정적인 설명과 함께, 그 주제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영상, Amir frågar ("아미르가 물어봅니다!")도 같이 올라온다. 아래 영상은 주제가 '털'이었을 때, 아미르가 '너 겨털 밀어?'하고 인터뷰하는 영상.

 

 

   예전에 교황님이 룬드에 오셨을 때 말뫼에서 했던 행사에 간 적이 있는데, 무대 앞에 농인 전용 구역이 있어서 수어통역사 두 명이 번갈아 교대하면서 일하는 걸 본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행사에 가끔 수어통역사가 지원되는 경우가 있지만 스크린 화면 귀퉁이에 위치한다거나, 한 명이 수 시간의 행사 내내 통역을 해야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읽은 적이 있다. 지난 번 강원도 산불이 있었을 때 농인에 대한 재난 안내방송이 없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지상파에서는 수어로만 진행되는 방송을 볼 수가 없고, 수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자체를 인터넷 이외에서 본 적이 없다. 뉴스 화면에 나오는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 화면 귀퉁이에 조그맣게 있어서 잘 안보인다는 지적은 아주아주 옛날부터 있었는데 아직도 그게 그리 커진 것 같지는 않다. 

 

   소리 같은 청각적 요소와 수어, 자막 같은 시각적 요소를 모두 사용해서 농인과 청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하나둘씩 실험적으로 나오면 좋겠다. 드라마 소재로만 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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