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썼던 지난 글은 이런 문장으로 끝났다.
"20일에 있을 이산수학 재시험이 끝나면 지난 1년동안 배운 걸 좀 훑어보며 다음 학기에 대비해야겠다. 날이 점점 짧아져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겨울이 오고있어!!'라고 외치곤 했는데 정말 진짜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제 쓰나미겠지...)"
그리고 오늘은 9월 15일.
- 다행히 지난 달에 본 이산수학 재시험은 통과했고, 그리하여 1학년 때 들은 과목은 모두 패스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 하지만 "시험 끝나고 지난 1년동안 배운 걸 훑어봐야겠다"는 말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 아니면 언제 놀겠냐며 정말 신나게 펑펑 놀았다.
- 8월에 펑펑 논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9월 학기가 시작된지 보름. 진짜 헬이 무엇인지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으니까... 정말 9월이 되자마자 하루도 빠짐없이 과제만 계속 하고 있으니까...
- 이번 9-10월에는 UML, 디지털 회로, 미적분학2를 배운다. 다른 과는 두달동안 두 과목 배운다는데 왜 우리는 항상 세 과목씩 하는 것인가. 그리고 셋 다 랩도 있고 그룹과제도 있고 시험도 있고 무엇하나 미룰 수가 없다.
지난 주말에는 쉬어야겠다며 놀았는데 그걸 후회했을 정도로 과제가 많다. 진도를 엄청 빨리 나가서 오늘 배운 걸 오늘 소화하지 못하면 내일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게다가 그룹 프로젝트에서 무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으므로 그걸 미리 보려니 시간이 더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데 감기까지 걸렸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떨어지기는 커녕 감기가 더 심해지는 느낌인데 좀 쉬고 싶어도 과제가 많아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ㅠㅠ
그런데 그 와중에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지난 목요일, 추석을 맞아 좀 맛있는 걸 먹어보겠다며 아시안 슈퍼마켓에 들렀다. 그날 학교에 좀 오래 있었어서 안그래도 피곤했고 감기기운도 심해서 몽롱한 상태였다. 그래도 자전거를 잠갔던 것은 기억이 난다만... 장을 보고 나오니 자전거가 사라져있었다. 게다가 주머니에 있어야할 열쇠도 없는 게 아니던가! 다시 가게에 들어가서 "혹시 저기다가 자전거를 세워놓으면 코뮨에서 치워버린다거나 하나요?"하고 물어보니, 주인 아주머니는 "아, 요 앞에 있던 자전거라면 방금전에 어떤 아저씨가 들어와서 물어봤는데..."라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에 의하면,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들어와서는, "방금 열쇠를 주웠고 요 앞에 세워져있는 자전거인 것 같은데, 너네가 모르는 자전거면 내가 경찰서에 갖다줄게"라고 했다고... 그리고 그날따라 엄청 바빴던 아주머니는 그냥 그렇게 아저씨와 내 자전거를 보내버렸다며...ㅠㅠㅠㅠ
그래도 혹시 진짜 착한 사람이라 경찰서에 갖다줬을 수도 있겠다며 바로 경찰서에 가서 물어봤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화번호를 남기고 왔는데도 아직 연락이 없는걸 보니 이건 자전거주인을 찾아주려고 가져간게 아니라 자전거를 훔친거라고 봐야겠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결국 금요일에 또 경찰서에 가서 도난신고를 했는데, 아예 접수받던 경찰이 "거긴 CCTV도 없고 범인 못잡을 거 같은데, 그래도 수사를 해야할까?"라고 물어보더라. 너네가 잡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보험청구 할거니까 그냥 신고서나 달라고 했더니 "그래그래, 혹시 심리적으로 데미지가 커서 상담이 필요하면 그건 우리가 연결해줄 수 있어"라며...
그리하여 나의 4500크로나짜리 자전거는 이렇게 3년만에 내 곁을 떠났고, 남친 누나로부터 낡은 자전거를 받았다. 브레이크와 체인을 갈고 자물쇠를 새로 사고 하니 거의 천크로나가 또ㅠㅠ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추석이 되었다.
자 다시 과제를 또 계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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