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앞으로 한 달 남았다. 이번 학기는 12월 20일에 끝나니까 한 달 정도만 잘 버티면 드디어 짧은 휴식이 찾아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다가도, 기말고사가 1월 중순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 옛날에는 크리스마스 전에 모든 기말시험이 다 끝났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CSN의 횡포가 원인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1월 학기 시작하기 전 주에 기말고사를 본다. 그래서 방학이 방학같지 않은 그런 느낌...
진짜 정신없이 바빴다. 지난 포스팅을 언제 했나 봤더니 10월이다. 학교 생활에 대해 기록한 건 이번 가을학기 시작할 때 쓴 게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조모임을 미친듯이 했고, 10월 말에 첫 페리오드에 대한 기말고사를 세 개나 봤다. 세 개라니! 조모임과 랩 때문에 미쳐버리겠는데 그 와중에 진짜 공부할 양이 엄청 많아서 그 중에 하나만 통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두 개 끝내고 하나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모임은 정말이지... 매번 '역대급 프리라이더'를 만나고 있다. '역대급'을 매번 갱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미 지난 봄학기에 함께하던 친구가 역대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난 놈들(! 감정을 실어서 '놈'이라고 써야겠다)은 '과연 스웨덴 학교에서는 협동이라는 것을 가르치긴 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프리라이더였다. 다행히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다음 봄학기에는 무려 10명이 한 조가 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 중에 프리라이더가 아닌 사람은 몇명일까, 제발 이번에는 조모임 당첨운이 좋기를 바라고 있다.
시험 끝나자마자 그 날에는 코펜하겐 가서 또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시며 놀았고, 지지난 주에는 갑자기 한국에서 친구가 출장차 와서 일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따라다니며 함께 잘 놀았다. 그렇게 며칠동안 함께 지내다가 친구를 배웅하고, 그러자마자 학교로 돌아와서 바로 수업을 듣는데 또 마음 한켠이 헛헛해지고 구멍이 뚫린 것처럼 바람이 휑 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면서 다시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여기서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있는데 왜 또 그런 마음이 든 걸까. 이십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은 대부분 한국에 살면서 계속 그들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뚝 떨어져 여기서 혼자 삼십대를 보내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친구들의 인생의 변화를 가까이서 보지 못함이 아쉽고 반대로 나의 인생의 변화를 친구들이 이해해주지 못함이 아쉽고.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이십대를 남자친구와 롱디하며 보냈으니 삼십대는 함께 보내보자며 온 것이고, 그러니 '친구들과 함께 삼십대를 보내지 못해 서운해'라며 징징대는 것이 사치이고 투정인데... 여튼 그랬다.
그렇게 지난 주는 조금 기분이 처져있었지만, 이번 주는 의외로 과제하는 속도가 좀 나서 주말에는 학교생각 안하고 실컷 놀았다. 그러고나니 앞으로 한달을 버틸 기운이 조금 나는 것 같다. 해는 점점 짧아져서 이제는 네 시도 안되어서 깜깜해지지만...ㅠㅠ 비타민디의 힘으로 또 버텨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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