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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0

2020년 9월

by Bani B 2020. 9. 13.

   학기 시작한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9월 13일이다. 이렇게 금세 2020년도 가겠지. 코로나 백신이라던가 치료제는 아무래도 2020년 안으로는 무리인가보다. 언제쯤 다시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스웨덴에만 있으면 이미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코로나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할만한 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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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스톡홀름에서 룬드로 가는 기차에 앉아서 포스팅을 하고 있다. 주말에 친구가 스톡홀름에서 결혼을 한다길에 잠깐 다녀왔다. 룬드에서 스톡홀름으로 갈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 기차에서 마스크를 쓴 건 나뿐인 것 같다. 심지어 뒤에는 '주말 어딘가로 합숙훈련 같은 걸 갔다가 돌아가는 듯한' 중딩 단체가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아까 가방을 흘끗 보니 무슨 수상 종목인 것 같은데 이 시기에 합숙훈련이라니. 하긴 어제 스톡홀름 시청에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지금 저 통로 맞은편에 앉은 아이가 아까부터 재채기를 해대서 내가 더욱더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한데 나조차도 이따가 룬드 도착해서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벗겠지. 내일아침에는 마스크 없이 운전연습을 할테고. 운전연습 전후로 열심히 손소독제를 사용하지만 과연 이 학원은 내가 떠난 후에 운전대를 한번 닦기나 할까. 항상 바로 잠그고 선생님도 휴게실 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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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남친은 매일매일 일하는 팀이 다른 모양인데 가끔은 집에 와서 "오늘은 코로나 팀이었어"라고 한다. 처음에는 "헐 그럼 나 어떡해? 네가 만약 오늘 코로나 옮겨왔는데 내가 모르고 사람들 만나다가 또 옮기면 어떡해" 하고 말했지만 이제는 무뎌져서 그런 소리도 안한다. 가끔 그의 동료나 환자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처음에는 "헐 그럼 어떡해? 너는 코로나 검사 받았어? 안받았다고?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따위를 얘기했지만 이제는 정말 무뎌져서 "그래? 에구 어쩐대..."하고 끝이다. 동료들이 걸리고 환자들이 걸렸을 때도 이 친구는 '무증상'이라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 웬일인지 병원에서 코로나 '항체' 검사를 해줬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냐. 항체 있으면 실험에 동원하려는 음모가 혹시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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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에는 조금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 드디어 실험수업을 '직접 와서' 하라길래 학교에 갔다. 수업 홈페이지에 '마스크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써있긴 했지만 나도 친구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수업이 있는 교실에 가니 정말 각 자리마다 마스크가 놓여있었고, 자리에 앉기 전에 손소독제부터 바르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앉았는데 그게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가 없었다. 스웨덴에서 오피셜하게 누가 "자 여기서는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입니다"한 적이 나에겐 처음이었고, 그렇게 단체로 마스크 쓰고있는 걸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조교는 (평소 수업에서는 교실 내를 왔다갔다 하며 개인에게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유리 칸막이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거기서 말을 했다. 실험 기계소리 때문에 조교 목소리가 잘 안들리고 친구는 저 멀리 앉아있어서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ㅠㅠ  

   그렇게 비현실적인 두시간이 지나고 나갈 때도 물티슈를 나눠주고 사용한 기계랑 마우스 키보드 다 닦으라고 해서 깜놀. 하지만.... 실험실 밖을 나오자마자 다들 일제히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아주 가까이에 서서(지하 복도였다) 안부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럴 거면 저 안에서 마스크 왜 썼냐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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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면허수업에 대해 저번에 자세히 기록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진행상황을 기록하자면....... 도대체 언제쯤 시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업료가 비싸다보니 보통은 가족들이랑 개인적으로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수업을 최소한으로 듣는 모양인데, 나는 그럴 수가 없어서 수업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에는 누가 '좋은 선생' '안좋은 선생' 얘길 하면 '그런 게 어딨어, 누구랑 연습하든 다 자기가 하기 나름이지'라고 생각했지만 네 번을 '안좋은 선생'과 연습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만약 다시 시간을 돌려서 운전연습을 예약하는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그리고 내가 최소 20번을 들을 예정이라면, 처음 서너번은 다 다른 선생님으로 예약을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설명을 잘하면서도 내가 직접 해보고 몸에 익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할 것 같다. 그런 다음에 최대한 선생님 안 바뀌게 그 사람이랑만 예약을 쫘아아아악 미리 해놓을 것 같다. 

   도로주행에서 평가하는 항목이 큼직하게 열 다섯개 정도가 있고, 평소에 주행연습할 때는 선생님이 그거에 맞춰서 진도를 나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잘한다 싶으면 각 항목을 선생님이 '통과'했다고 표시를 해준다. 그 마음에 안든 선생님은, 내가 이미 마스터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부분을 계속 못한다고 연습을 시키는 데다가, 그 연습도 내가 주도적으로 운전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자꾸 기어 바꿔주고 브레이크 밟아주고 해서 짜증이 났었다. 결국 선생님을 바꿨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세 항목을 통과시켜줬다. 에잇...... 그리고 선생님을 자주 바꾸는 것도 안 좋은게, 선생님마다 운전습관이나 스타일이 다 달라서 매번 헷갈린다. 그래서 이제야 드디어 '좋은 선생님'을 골라냈는데 문제는 그분들이 제일 인기가 많은지 수업시간 잡는게 너무 힘듬ㅠㅠㅠㅠㅠㅠㅠ  

   안전교육2(risktvåan)은, 내 친구는 본인이 선택해서 예약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내가 다니는 학원이랑 남친이 다녔던 학원은 어느정도 '주행시험을 볼만한 실력이 되었을 때' 강사가 판단해서 예약해준다고 했다. 근데 그게 언제일지 감도 안오고ㅠㅠ 그걸 알아야 필기시험도 미리 예약할 수 있을텐데 애가 탔다. 그래서 10월 말까지 수업을 일단 쫘아아악 예약해놓고 선생님한테 보여주면서 '이때쯤이면 내가 주행시험 볼 수 있지 않겠어?'라고 했더니 11월 초로 예약해줬다. 그래서 11월 중순으로 필기시험도 옮겼다. 이제 두달 남았군....... 그때까지 주행이랑 필기 마스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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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에서 하는 한국어 수업도 개강했다. 수강생이 네 명이긴 한데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니까 학원에서 알아서 큰 교실을 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딱 네 명 들어갈 것 같은 코딱지같은 교실 줘놓고 여기서 무슨 거리두기를 하라고!!! 가뜩이나 언어 수업이니 침튀길 일도 많을텐데!!!  최대한 책상들을 떨어뜨려놓고 수업시간 내내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지만 과연 이걸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간부터는 둘씩 짝지어서 대화도 많이 시킬건데 이 친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서로의 목소리도 잘 들릴 만한 간격은 어느 정도일까 책상배열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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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하나 써보겠다. 스톡홀름 시청 결혼식에 '증인'으로 참석을 했다. 결혼식 증인은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주변에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면 내 주변에 시청결혼식을 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사실 결혼을 한 사람 자체가 드물다. 여튼... 가기 전에 시청 결혼식은 도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 궁금했고 그래도 10분은 하지 않을까 했지만........ 1분 걸렸다.ㅎㅎㅎ 코로나 때문에 다른 하객은 들어갈 수 없고 증인 두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한 명은 인스타 라이브로 중계하고 나는 사진을 찍는 임무를 맡았다. 증인 이름 싸인하고, 결혼식하는 곳에 들어가서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 들고 친구커플을 찍기 시작했는데 거의... 그러자마자 결혼식이 끝났다. 다른 친구는 신랑 폰을 들고 인스타 라이브를 했는데, 너무 짧아서 다들 '라이브 한다면서 왜 안했어?' 이랬던.... 시청결혼식은 정말 그냥 혼인신고 느낌인 것 같다. 이러니까 5분마다 커플 하나씩 들어갔던 거구나. 그래도 내부가 예뻐서 결혼사진다운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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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나무가 좀 덜 보이는 걸 보니 스코네 왔나보다. 스톡홀름에 '서울김치'라는 김치 전문점이 생겼다고 해서 가봤는데 김치 종류가 많고 가격도 괜찮았다. 친구 집에서 조금 맛봤는데 맛도 있었다. 배추김치 2.5킬로, 동치미를 450그램 사들고 가는 길인데 빨리 먹어보고 싶다. 집에 가면 라면 끓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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