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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1

2월 중순의 일상

by Bani B 2021. 2. 16.

자야되는데 잠이 안와서 근황이나 한번 끄적거려볼까 한다.

 

*

지난 주 수요일에 주행시험을 봤고 떨어졌다. 사실 한번에 붙으리란 기대는 30퍼센트 정도밖에 없었어서 그러려니했다. 시작이 좋았고 주차도 잘해서 초반에는 기분도 좋았고 '설마 오늘 붙나?'하는 기대가 약간 있었지만, 버스전용차선 표지판을 못보고 들어갈뻔한 후부터 '아 오늘 망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완전 긴장도 풀리고 집중이 안되어서 huvudleden(직진차량 우선)에서 högerregeln(오른쪽에서 오는 차량 우선) 지킨답시고 서행하고 양보하고 그랬다. 그렇게 보기 좋게 떨어지고 학원으로 돌아올때까진 그래도 '다음에 붙으면 되니까, 그리고 좀더 연습해서 더 나은 드라이버가 되면 되지'하며 긍정모드였는데, 학원에서 다음 시험 일정을 확인하고선 4월에 예약해줘서 그때부터 좀 멘붕이었다. 4월이라니, 필기시험을 11월에 봤으니까 5월 전에는 주행을 붙어야하는데, 만약 4월에 주행봐서 떨어지면 아예 필기도 다시 보게 될 판이었다.

집에 올때까지는 그래도 '그래... 더 연습해서 4월에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집에 와서 이때까지 쏟아부은 돈과 앞으로 또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막막해서 눈물이 났다. 와 이게 뭐라고. 한국에서는 그렇게 다들 만만하게 생각하는 운전시험인데 여기서는 내가 대학 등록금만큼 돈을 부었는데도 잘되지 않네. 사실 내 인생에서 이만큼의 돈과 시간을 부었던 프로젝트가 또 있었나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4월에 시험본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냥 개인적으로 예약하려고 Trafikverket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학원에서 보는 예약시스템과 개인이 보는 시스템이 다른지, 내가 개인적으로 예약하려 했더니 룬드는 5월말까지 예약이 다 차있어서 4월조차 예약이 힘들었다. 룬드 뿐만 아니라 스코네 다른 도시들이 다 5월까지 예약이 다 찬 상태였다. 무슨 이 나라는 주행시험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 5월이면 필기시험이 만료되니까 혹시나 해서 일단 5월 필기시험을 미리 예약해놨다.

그러고 나서 '스코네가 안되면 스몰란드,블레킹예,할란드라도 가야지 뭐'하고 생각하며 검색을 했는데 Växjö는 3월에도 자리가 많길래 룬드 시험 취소하고 예약을 했다. 학원차도 못빌리고, trafikverket 차를 빌려야하니까 차종이 달라서 좀 어색하긴 하겠지만, 그리고 잘 모르는 동네니까 길도 어색하겠지만... 4월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모르는 동네라도 가서 연습 겸 주행시험 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또 조회를 해보니, 이번에는 Sölvesborg에서 2월말에 자리가 났길래, 백훠에서 보는 거 취소하고 솔베스보리로 재예약했다. 기차로 백훠보다 한 30분 덜 걸리니까... 그리고 2월말에 떨어지면 3월 것도 볼 수 있고 그 때 또 떨어지면 4월 것도 볼 수 있으니까... 친구 중에 학원에서 자꾸 더 수업 들으라고 하길래 그냥 그 돈으로 주행시험 보자며 다섯번 봐서 붙었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나같아도 그냥 그 돈으로 주행시험 보면서 시험 스타일을 익히고, 모르는 길도 이정표 보고 자신있게 가는 그런 노하우와 태도를 배우고 싶다. 무엇보다... 더이상 운전학원에 돈 쓰고 싶지 않다. 

 

일단 패키지 끊어놓은 게 2.5번 남아서 학원 수업은 3번 정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학원수업은 최대한 스킬을 뽑아내는데 집중하고, 주행시험 두세번 더 본다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먹어야지. 

...마음 편하게 먹는다고 해놓고 자꾸 구글맵으로 솔베스보리 찾아보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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