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첫주를 마치고 글을 썼는데 벌써 마지막주다....... 바빴다기보단 블로그질에 게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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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위해 멘토가 준비한 것들은 정말 딱, '알고 싶긴 했는데 어떻게 배워야할지 몰랐던 것들'이었다. 대충 알긴 아는데 긴가민가하면서 썼던 자바스크립트와 데이터베이스 다루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고, 유튜브 어딘가에서 보고 존재만 알고 있었던 도커와 쿠버네티스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도 나에겐 마법처럼 보이는 정규표현식을 맛볼 수 있었고 이걸로 많은 양의 파일을 어떻게 다루는지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애자일 방법론, 깃을 통한 협업, 문서작성 등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정말 보고 배운 게 많다. 팀 회의뿐만 아니라 각종 비상상황 회의나 다른 팀과 하는 회의 같은 것도 멘토가 다 초대해줘서, 뭔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열심히 받아적고 찾아보며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었다.
첫주는 정말... 하루종일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블로그에 여러 번 적었지만 나는 영어를 정말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있다보니 영어를 할 수밖에 없었고, 멘토랑 스웨덴어로 말할까 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운명을 받아들이고 영어를 정복해보자며 꾸역꾸역 영어로 했다. 영어실력이 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영어로 일하는 글로벌 기업의 업무환경을 체험할 수 있었다...에 의의를 두자.
회사에서는 인턴들을 위해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과 미팅을 마련해줬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 테크매니저, 테스터, 디자이너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다 화상미팅 :) 룬드 사무실에는 두 번 출근했고 금요일에 스톡홀름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인데, 그래도 멘토아닌 다른 사람들과도 캐주얼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디지털 섬머파티 때에는 어떤 남자랑 수다떨다가 그가 자기 창업스토리를 이야기해서 그제야 그가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몰라봐서 죄송해여 사장님.
금요일까지 인턴십인데 멘토는 수요일 오후에 벌써 휴가를 떠난다. 내일 내가 그동안 쓴 코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해서 나는 어제오늘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고 일이 많아진 느낌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하고 있던 일이, '인턴한테 시키려고 일부러 만든 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정말 이 '(난이도는 낮지만 정작 하려면 귀찮은) 일'을 누군가는 해야했고, 휴가 다녀오면 이걸 이용해서 다른 작업들을 할 예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누가 읽어도 바로 세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올려놓으라'고 그가 어제 말했고 나는 거기다 대고 "네? 이 허접한 프로그램을 정말 쓰시겠다고요?"하고 놀라며 그때부터 부랴부랴 리팩토링을 진행했는데 이게 과연 금요일 전에 끝날까 모르겠다. 그래도, 그동안 5주동안 한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고 이 회사에 남아 누군가에 의해 사용될 거라는 게 꽤 뿌듯하다.
5주간 경험한 이 회사가 꽤 좋았다. 평소에도 전자책을 많이 보는 나로서는, 이런 전자책+오디오북 서비스 뒤의 서버 부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보는 게 정말 재밌었다. 회사 분위기도 좋았고, 팀 사람들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내가 슬랙에서 뭐 한마디쓰면 '오구오구 잘했네' '요런 것도 한번 해봐' 하면서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게 고마웠다. 졸업논문은 보통 회사랑 연계해서 많이 쓰고, 이 회사에 내가 논문을 쓸만한 주제가 뭐가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나중에 또 컨택해 일해보고 싶다.
주말에 놀고 다음 주에는 그동안 미뤄놨던 섬머코스 과제와 재시험 대비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웹 프로그래밍 스킬을 좀더 향상시켜보려고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번 여름에 끝낼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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