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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1

심심한 일상

by Bani B 2021. 9. 19.

제목을 저렇게 붙였지만 할 게 없어서 심심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특별할 것 없이 9월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8월에 긴 여행을 다녀온 게 벌써 기억도 안나고, 과제가 끊임없이 있는 그런 평범한 날들이여...... 누가 4학년 되면 널널하대. 그런 말 한 애들이 다 사실 우등생이었던 모양이다.
지난 포스팅에 진로고민을 잔뜩 적었지만, 결국 세부전공은 AI로 정했고 다음 페리오드 수강신청도 끝냈다. 지난 3주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과목,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처리'를 들었는데 꽤 재밌어서 그냥 앞으로도 인공지능 과목들을 듣기로 했다. 뭐... 수업은 1년반만 더 들으면 되니까! 그리고 교양으로 두 과목 정도를 들을 수 있어서 뭘 들을까 고민중이었는데...

*
학기 시작 전에 친구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먹으러 갔었는데, 스웨덴사람 4명, 덴마크 사람 한명이 있었다. 영어로 대화를 하겠거나 생각했지만, 덴마크 친구는 덴마크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어를 했다. 그 덴마크 친구를 처음 만난 거였고, 처음에는 대충 '이름이 뭐야' '학생이야? 뭐 공부해?' '스웨덴에 온지 얼마나 됐어?' 따위의, 앞에 한두단어 듣고 대충 때려맞출 만한 말이었어서 괜찮았는데... 대화가 점점 깊어질수록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스웨덴 애들이 대답하는 걸 듣고 그녀가 뭐라고 말했던 건지 추측해가며 겨우 대화에 참여했다. 뭐... 스웨덴 애들도 다 알아듣는 거 같지는 않았고, 그 덴마크애의 스웨덴 남친이 덴마크어를 좀 잘 알아들어서, 걔가 하는 말을 토대로 다른 스웨덴 애들도 추측하는 것 같았다. 덴마크어는 읽으면 대충 해석이 될 정도로 스웨덴어와 비슷한데 덴마크 사람들이 발음을 정말 뭉갠다고 해야하나, 웅얼웅얼을 좀 숨넘어가듯 하는 발음이라 알아듣기가 저어엉말 힘들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그녀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뭔가 다시 물어보기는 뭐하고 뭔가 대답은 해야겠다 싶어서 '아 뭐 대충... 만나서 반갑다거나, 주말 잘보내라는 말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응 너도!'를 외쳤는데 >_< 옆에 있던 스웨덴애들은 다 깔깔 웃고..... 알고보니 그녀는 '(네가 구워온) 케익 맛있었어'를 말한 거였다. -_- 어떻게 그 말이 그렇게 들렸지?

*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덴마크어 기초수업을 들으려고 신청해놨다. 덴마크 근처에서 평생을 살고 덴마크어 수업도 들은 집사람이 덴마크어를 못하는데 내가 이거 한학기 듣는다고 해서 뭘 말할수는 있을까 싶다만... 그래도 저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좋은 주말 보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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