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2023

4월, 스웨덴에서 7년

by Bani B 2023. 5. 1.



흐이익 정신을 차려보니 4월 30일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Valborg(1년에 한번 스웨덴 젊은이들이
숨겨진 인싸력을 발휘하며 아침 7시부터 공원에 모여 술마시는 날)인데, 하루종일 바깥이 시끌시끌해서 그제야 오늘이 4월 30일인 것을 알았다. 2016년 4월 27일에 스웨덴에 온 후로 매년 그 날에는 기록을 남겼던 것 같은데 올해는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갔다. 늦게나마 근황을 기록해보겠다. 
 

4월 25일에는 임신 19주가 되어 2차 초음파검사를 하러 갔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마지막 초음파 검사가 되겠지... 초음파검사 딱 두 번만 해주는게 야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태동이 느껴지므로 굳이 보지 않아도 태동이 느껴지면 '잘 있구나'하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었고 성별을 알고 싶냐고 묻길래 그렇다 했는데... 사실 조산사가 물어보기 전에 이미 알 것 같았다. 다리 사이에 뭔가 아주 존재감있게 보였기 때문에...ㅋㅋㅋ 사실 동네 친구들이 모두 딸을 낳거나 낳을 예정이라서 나도 딸을 낳으면 같이 어울려놀기 더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뭐, 우리 아들은 여사친이 많겠구나,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들인 걸 알게 되면서 이름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딸을 내심 원하면서 여자아이 이름을 생각을 해놨었는데 다시 리셋하고 남자아이 이름을 생각을 하니 조금 머리가 아프다. 특히 아이의 성을 내 성만 붙이기로 하면서 남편은 이름도 아예 한국이름만 짓자고 하는 상황인데, 스웨덴에서 발음이 쉬운 한국 남자아이 이름이 별로 없어서 좀 어렵다... 
   아이의 성에 대해서는 예전에 혼인신고에 대해 글을 쓰면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아이 이름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남편 성이 뭔데?'라고 묻는 것이 불편했고 이것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특히 아이 아빠가 스웨덴인이니 당연히 스웨덴 출생신고에 스웨덴 성을 넣겠지 하는 예상을 깨보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틀렸다며 디스하려는 게 절대 아니고, 그런 케이스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을 오히려 이해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남편도 마찬가지인데 이 친구는 한술 더 떠서 '아예 한국인으로 키워보면 어때?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아빠가 스웨덴인인 아이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얼만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에 집에서는 한국어만 써야한다며 밤낮으로 한국어공부를 하고, 이름도 한국이름만 짓자고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건 좀 어렵겠지... 스웨덴 사람들이 잘 발음하지 못하는 ㅈ,ㅓ,ㅕ,ㅡ,ㅢ가 안들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한국이름을 찾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ㅠㅠ 
 
-
배가 제법 나왔다.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많이 나온 느낌인데 그렇다고 엄청 많이 먹는 건 또 아니다. 뭔가 땡기는 건 여전히 없고 그래도 밥이 눈앞에 있으면 다 먹기는 한다. 그러고 나면 배가 빵빵해져서 잠시 후회는 되지만... 커피는 여전히 냄새도 못맡지만 홍차가 마실만해서 아침에 한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김치도 여전히 못먹지만 그래도 다른 건 다 괜찮다. 과일이 특히 맛있어서 사과랑 파인애플을 열심히 먹고 있다. 배 때문에 임부복 바지 하나를 일찌감치 사서 그거랑 치마 하나로 버텨왔는데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새로 뭘 사야할 것 같다. 근데 임부복 디자인이 너무 다 내스타일이 아니라 고르기가 힘들다ㅠㅠ 그나마 H&M에서 파는 청바지가 이쁜데 아직 배가 엄청 큰건 아니라서 그런지 자꾸 내려가서 벨트를 꼭 해야한다. 태동은 내가 앉아서 공부할 때만 느껴진다... 가만히 있어서 지루해서 그러는 걸까? 아주 툭투투투투툭 치는데 깜짝깜짝 놀란다. 
 
-
6월에 졸업을 하고 9월에 출산인데 육아수당 같은 것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다. 아동보조금(barnbidrag)은 별 조건없이 아이가 16살이 될때까지 매달 1250크로나씩 나오고, 부모수당föräldrapenning은 조건에 따라 다른 것 같아서 좀더 알아보았다. 다행히 학교들어가기 전에 일을 조금 해두어서 수급자격이 되는 것 같다. 아예 스웨덴에서 일을 한 적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 경우에는 이번 6월 초에 학업이 끝나고, 일을 좀 하다가 8월 중순부터 무직(!)이 되는 것인데, 부모수당을 받을 때에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240일 이상 일을 했다면 지난 1년간의 수입을 토대로 부모수당이 정해지는 모양이다. (보통 그 수입의 80% 수준.) 한국도 비슷하긴 하지만 대신 상한선이 있다고 하던데, 여기는 상한선이 굉장히 높아서 웬만하면 월급의 80%을 다 받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에는 부모수당 수급자격이 되기는 하는데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바하며 벌었던 돈이 그리 많지 않아서 최저수준으로 하루 250크로나를 받게 될 것 같다. 육아휴직은 아이의 부모 합산해서 480일이 주어지는데, 한명에게 480일 다 몰빵하는 건 안되고 90일씩은 각각 써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480일 중 390일은 소득의 80%를 주지만 나머지 90일은 하루 180크로나만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고민을 좀 해보았는데... 나는 어차피 무직인데 그 3-4개월동안 하루 250크로나를 받아 월 7500크로나를 받는 것보다는 그걸 아껴놓았다가 나중에 월급 80%로 받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보조금없이 12월까지 버텨볼까 한다. 남은 CSN을 다 땡겨써볼까... 여튼 그러고 나서 1월부터 남편이 약 1년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내가 일을 하러 갈 생각인데 이말인 즉슨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하반기 취업에 성공해야한다!ㅠㅠ 논문이 끝나면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야겠는데 하 내인생 왜 이렇게 빡빡하게 흘러가나. 졸업하고 나면 당분간 한숨돌릴 줄 알았는데... 
 
-
   졸업이 약 한 달 남았고 논문제출까지 약 3주가 남았다. 졸업을 하려면 내 논문도 잘 써서 발표를 잘 해야겠지만 다른 사람 논문 디펜스에도 한번 이상 참석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주에 다른 사람 논문 디펜스에 가서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이 사람 논문이 50장이 넘네... 참 길게도 썼다... 나도 좀더 채워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아 그렇지. 스웨덴 이민 7년 소감. 흠... 졸업이 다가와서 그런지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침 가을에 출산도 하게 되니 정말 인생의 한 챕터가 넘어가고 또다른 한 챕터가 시작하는 느낌이다. 챕터 마무리를 잘 해봐야겠다. 

반응형

'일상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머잡 끝, 코로나(?), 스웨덴에서 첫 물리치료  (0) 2023.08.20
7월, 임신 30주  (4) 2023.07.10
섬머잡, 3주  (0) 2023.06.24
안녕 LTH!!! 졸업!!!!!  (0) 2023.06.03
2023년 첫 글  (0) 2023.02.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