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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3

안녕 LTH!!! 졸업!!!!!

by Bani B 2023. 6. 3.

여운이 가시기 전에 오늘 글을 써야겠다. 
 
지난 주에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오늘 디펜스를 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쉬었다... 논문은 영어로 썼고 지도교수님은 프랑스사람이었고 심사 교수님은 폴란드사람이었고 나는 한국사람이고 같이 논문쓴 친구와 리뷰하러 온 애만 스웨덴 사람인데 발표를 스웨덴어로 하게 된 이상한 상황이었다. (근데 그건 사실 내 탓임... 영어든 스웨덴어든 둘다 못하니까 무슨 언어로 하든 상관없다고 말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여튼 연습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가 목이 쉬었고 오늘 아침에 연습을 한번 더 할까 하다가 목이 완전히 맛이 갈것 같아서 말았다. 오후 1시에 학교에 가서 발표 준비를 하고 있노라니 슬슬 사람들이 왔다. 다행히 심사교수님은 그리 어려운 질문은 던지지 않으셨고 리뷰어도 굉장히 살살 쉬운 질문만 해줘서 고마웠다ㅠㅠ 그렇게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은 발표는 통과했고, 논문은 다음 주에 코멘트 써서 줄테니 그대로 고쳐서 제출하면 된다고 하셨다. 여튼 이정도면 졸업확정!!! 
 
회사 측 슈퍼바이저가 와서 우리한테 선물로 와인을 줬는데 그제야 우리가 회사 슈퍼바이저랑 지도교수님 선물을 준비안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교수님이야말로 내가 이 학교 5년 다니면서 만난 사람중에 가장 자상하고 따뜻하고 엄청난 가르침을 준 사람인데 빈손으로 오다니...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지도교수님께 말로만 감사를 표하고 학교를 떠났다... 늦게라도 찾아가서 선물을 드려야할까 그러자니 여름이라 교수님이 학교에 안계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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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수님에 대한 죄송함도 잠깐이고, 신나게 계단을 내려와 다른 친구를 만났다. 이 학교 다니면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쌓인 것은 이 둘뿐이지만 친구가 둘이라도 있어서 참 좋았다. 특히 논문 같이 쓴 친구는, 이 친구 아니었으면 내가 1년이라도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5년 내내 엄청나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고마운 친구다. 이야기도 잘 통해서 학교다니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오늘 같이 졸업은 못했고 학교를 좀더 다니긴 해야하지만 어쨌든 1학년 때 내가 뭘 물어보면 가장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던, 그래서 나도 학교다니는 동안 얘한테 잘해줘야겠다 결심했던 친구다. 얼른 너도 빨리 졸업을 하자꾸나. 
   사진찍는 거 싫다는 이 둘을 설득하여, 학교에서 우리가 가장 오래 앉아있었던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하며 사진을 찍었고, 졸업식 하는 그 하얀색 건물 앞에서도 열심히 찍었다.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논문 디펜스하기 전에도 5월 졸업식에 참석해서 여기서 사진찍던데(아마 비자때문에 6월에 다들 떠나야하니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냥 로컬 학생은 그런 거 없고 5월 졸업식에 참석하려면 3월에는 논문 통과하고 졸업을 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12월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12월에는 이 건물이 이렇게 이쁘지 않음... 그래서 졸업식 그냥 안 갈까 생각중이다.
 

룬드대학교 졸업생이라면 다들 여기서 졸업사진 한 장은 찍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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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고, 아이스크림 사먹고 맥주도 마시고 (무알콜을 마셔야했지만ㅠㅠ) 놀다가 집에 오니 뭐랄까 긴장이 탁 풀렸다. 취업을 하려면 또 인터뷰 준비도 해야하고 코딩테스트 준비도 해야하는 등 나름 공부를 해야겠지만, 어쨌든 학교 가서 수업듣고 시험보고 논문쓰고 이런 건 이제 다 끝이다! 너무 후련하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 5km를 다 달려낸 느낌. 긴 5년이었다. 잘했어. 수고했다 나 자신!
 
   주말에 신나게 놀고 월요일부터 섬머잡 출근... 섬머잡하면서 정규직 취업준비도 미리미리 할 생각이다. 취업과 출산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지만 일단 5년이라는 학업을 끝냈으니 다 괜찮을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중. 


LTH 모자. 해가 넘어갈 때마다 저 매듭구슬(?)을 하나씩 끼운다. 5학년이므로 5개. 컴공과는 분홍색. 위의 졸업사진도 이걸 쓰고 찍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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