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은 비가 거의 안오고 엄청 덥고 화창하더니, 7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요상해졌다. 월-목요일은 너무 추워서 티셔츠+가디건+자켓+스카프를 껴입고도 덜덜 떨었는데, 금-일은 또 엄청 화창하고 더웠다. 내일부터 또 다시 날씨가 변덕을 부릴 예정인데 교통카드를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날씨만 좋으면 출근을 자전거로 하며 운동도 되고 돈도 굳는데, 비오는데 굳이 자전거를 타고 싶지는 않고... 버스를 타자니 버스시간 맞춰 나가는 것도 귀찮고 자전거로 가는거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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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새 집을 구했다! 만세! 집을 산 것은 아니고 LKF (룬드 주택공사) 소유 아파트 월세지만 LKF 아파트들은 관리도 잘 되어있고 월세가 싼 게 장점이라서 원하는 아파트에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다. 우리는 15년치 포인트를 쌓아놓은 상태였는데도 웬만한 4룸 아파트들은 다 떨어지고 순위 2번을 받거나 하면서 아깝게 눈앞에서 놓쳤었다. 이번에 계약한 집도 사실 순위 2번을 받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1번 된 사람이 계약을 안해서 우리한테 순번이 넘어왔던 것! 이런 행운이ㅠㅠ 룬드역 바로 옆이라서 기차,버스,트램 타기 너무 좋고 평수도 딱 우리가 원하던 크기에 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가 다 딸려있는,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아파트다. 열심히 계단 내려가서 공용세탁기를 이용했던 날들이여 안녕...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좋다. 다만 9월 15일 출산예정인데 9월 1일 이사...ㄷㄷㄷ 남편이 알아서 하겠지...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정말 좋아하는데 단지 크기 때문에 이사하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 시내랑도 가깝고 10분만 걸으면 백조가 살고 있는 저수지와 멋진 들판이 나오는, 해마다 봄이 되면 갈매기 가족이 돌아와 꺅꺅 울어대고 집앞 잔디밭에는 늘 토끼 가족이 놀고 있는 그런 동네인데.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소리 말고는 딱히 들리는 게 없는 아주 조용한 집인데 이제 기차길 바로 옆으로 가게 되니 이 동네가 한동안 많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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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LKF 아파트가 싸다 하더라도 투룸에서 4룸으로 이사를 가게 되니 월세도 두배 가까이 오르게 되었다. 당분간은 저금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만 언제까지고 남편이 외벌이를 할 수는 없는 월세다. 6월은 딱히 구직활동도 안하고 손놓고 있다가 아파트 계약하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주말동안 열심히 일자리 찾아보고 자소서 쓰고 지원을 했는데 이제 휴가철이니까 8월은 되어야 연락이 오겠지..? 출산하기 전에 면접이나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2024년 1월에는 출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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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는 팀 회식을 했다. 작년에 일했을 때는 다들 휴가기간도 제각각이고 무엇보다도 팀장이 그만두는 상황이었어서 그런가 딱히 그런게 없었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여름휴가를 가기 전 회식 한번 해야된다고 시간을 맞췄다. 팀원 중 한분이 골프 매니아여서 골프 회식을 제안했고,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으로 골프를 쳐보았다! 오후 세시에 컴퓨터를 끄고 다같이 쪼르륵 일렬로 자전거를 타고 한 15분쯤 가니 골프장이 나왔다. 골프채를 잡고 공 치는 연습을 한 후, 팀을 나눠 홀 세 개를 돌았다. 좀 정적인 스포츠여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골프장에서 한잔 마시고 다시 회사 근처로 돌아와 예약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건배사 이딴 거 없고, 아무도 꼰대같은 소리를 안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이제 각자 헤어지는데, 사실 팀장을 비롯해 몇몇은 이 날 마지막으로 보는 거였다. 그들은 5주간 휴가를 갈 건데 나는 5주 후에 계약이 끝나니까... 근데 너무 쿨하게 '여름 재밌게 잘 보내!'하고 다들 자전거에 올라타고 슝 가버림... 아니 뭐 적어도 "만나서 반가웠다, 남은 기간 일 열심히 잘하고 출산도 잘 하고 취업도 잘하렴" 이런 인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쿨하게 자전거타고 가버려서 좀 당황했네?
스웨덴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남 눈치를 안 보게 되었고 그게 참 편하다. 지난 학기에 논문쓰던 회사에서 티타임을 하는데, 케이크를 먹을 포크가 하나 부족한 상황이었다. 사장이 "누구 아래층 키친에 가서 포크 하나 가져올사람?"이라고 했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내가 슬그머니 일어나자 임산부를 시킬 순 없다며 사장이 내려가서 포크를 가져왔다. 그 상황이 불편했던건 한국 회사문화를 경험한 나뿐이었겠지...? 하지만 나도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얼마 전에는 팀 미팅이 있어서 회의실에 들어가 앉아있는데, 뒤늦게 들어온 시니어들이 앉을 의자가 없는 상황이 있었다. 한국이면 막내가 얼른 텨나가서 의자 가져와야겠지만 여긴 걍 늦게 온 사람이 가서 의자 들어오면 되는 거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예전같았으면 그 상황이 너무 불편했을텐데 이제는 좀 편해진 것 같다. 누가 말단이고 누가 윗사람인지 가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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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0주에 접어들었다. 이제 걷다보면 숨이 금방 차고, 배가 커져서 그런건지 배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프다. 걷는것보다 자전거타는 게 쉬운데 뒤에 좀 무거운 백팩을 메면 밸런스 잡기가 힘들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버스를 타고 다녀야할까... 그리고 애는 도대체 언제 자는 건지 시도때도 없이 툭툭 치고, 무게 때문인지 방광을 눌러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며칠전부터 죠리퐁이 뜬금없이 땡겼는데 마침 스웨덴에 죠리퐁이랑 아주 똑같은 게 있어서 우유에 열심히 말아먹고 있다. 참, 28주에 임당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정상이어서 단걸 아주 마음껏 먹고 있다.
육아용품도 거의 다 준비했다. 지난 주 주말에 페북 마켓플레이스로 기저귀갈이대와 아기침대를 각각 3만원에 구매했다. 남편이 일하는 날이라서 남편 아버지와 형이 낑낑 옮겨주느라 고생했다... 이제 큰 거는 정말 다 샀다! 이사가 두달도 남지 않았으므로 틈틈이 이삿짐을 싸두어야할 것 같고, 8월에 친구 결혼식, 친구딸 세례식도 가야하고 스몰란드에도 일주일 있다오기로 했으니 정말 짐을 싸야한다. 올해 여름은 정말 정신이 없구나... 6-9월 사이에 논문디펜스, 이사, 출산 이라는 빅 이벤트가 세개나 발생하고 섬머잡과 취업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는 거다 지금........ 이사를 하고 나면 셀프산후조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역국 등을 대량으로 미리 끓여놔야할텐데, 제발 애가 예정일 전에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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