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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3

스웨덴에서 첫 이사

by Bani B 2023. 9. 6.

드디어 이사를 했다!!! ㅠㅠㅠㅠ 아니, 사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이사 과정을 대충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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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사준비를 막 시작했을 때 사진인가?


집구하기… 보통은 집을 산다. 집을 사는 이유는, 개인이 소유한 집을 월세로 빌리면 많이 비싸고, 코뮨 주택공사 등에서 소유하고 관리하는 아파트에서 살면 월세는 좀 저렴하나 대기기간이 으어어엄청나게 길어서 원하는 곳으로 당첨되어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집을 사는 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가장 나은 방법이라서 보통은 월세로 좀 지내다가 은행대출을 땡겨 집을 산다. 그리고 월세는 걍 돈을 계속 남한테 주는 거지만, 집을 산다면 어쨌든 자기 소유가 되는 거니까 좋은 듯. 
   하지만 우리는 집을 살 돈이 없고! 나는 아직 무직이고! ㅠㅠ 그래도 하나 다행인 건 룬드 코뮨주택공사(LKF) 아파트에 이미 살면서 포인트를 꽤 모았고, 그 덕에 정말 운이 좋게도 딱 마음에 드는 다른 LKF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룬드 지역 시세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자세히 적자면 전에 살던 집은 1947년 건축, 방2개(거실+침실), 55제곱미터, 룬드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였고 월세 5천에 살았다. 일반 월세였으면 아마 월세 만크로나는 줘야했을텐데 LKF라서 저렴한 대신 8년 정도 대기해서 들어온 곳이었다. (요즘엔 이집도 13-15년 대기해야한다고 함..) 새 집은 1999년 건축, 방 4개(거실+방3), 91제곱미터, 룬드역 바로 옆인데, 이 지역 시세를 검색해보니 같은 조건의 아파트를 매매하는 거였다면 최소 5-6억원이고 개인소유의 집을 월세로 사는 거면 월 2.5만 크로나는 깨질 건데, LKF는 상대적으로 싸서 월세 1.1만 크로나에 살게 되었다. 대신 15년 이상 대기하셔야 이 정도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도시 외곽에 있거나 평수가 적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해서 5-10년 포인트로도 구할 수 있겠지만 인기좋은 곳은 20년 대기한 사람도 못구합니다… 코뮨아파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여 줄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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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F의 큰 장점은 아파트 관리를 잘 해준다는 건데, 오븐이나 세탁기 같은 옵션을 일정 주기로 교체해주고 벽지나 장판 도배도 일정 주기로 해준다. 원하지 않으면 교체 안하고 대신 월세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에 살던 집은 마지막 도배가 20년전이었고 부엌 장판은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쩍 하고 들어올려지는 수준에 환풍기도 털털털털 수리가 시급한 상태여서 해마다 LKF가 뭐 바꾸고 싶은지 물어봤지만 오븐만 무료로 교체하고 다른 건 손 안대고 월세할인 받아서 저렴하게 잘 살았다.
   새로 이사할 아파트 스펙을 보니 마지막 도배가 4-5년 전이고 오븐이나 냉장고도 교체한지 얼마 안된 것 같아서 딱히 손댈 게 없겠다 싶었는데… 벽지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벽지 색깔은 LKF가 정하는 게 아니라 교체 당시 세입자가 정하는 건데 아니 거실에 빨간 꽃과 까치가 그려진 벽지를 선택한 전 세입자는 도대체 어떤인간인가>_< 열쇠를 받아 새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 벽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안방에 가니 마치 한국 옛날 모텔에나 있을 것 같은 장미꽃 벽지가….???? ㅠㅠㅠㅠ 다음 도배일정은 몇년이 남았는데 도저히 이 벽지들은 못참겠어서 빨리 교체신청을 하려고 한다. 교체시기 전에 뭘 바꾸면 월세가 좀 오르는데 이건 어쩔수가 없다…..
   아 벽지 색깔을 왜 미리 몰랐냐면... 계약하기 전에 물론 visning(집 방문해서 둘러보는거) 기회가 있었다…만 우리가 1순위도 아니었고 2순위였어서 ‘이 조건에 1순위가 절대 계약을 안할리가 없다’ 하고 그냥 visning에 안갔다… 근데 그들이 정말 계약을 안해서(벽지 때문이었을거라고 확신함!) 우리가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지금이라도 세입자한테 연락해서 따로 visning 날짜 잡자’라는 입장이었고 남편은 ‘그건 민폐야… 어차피 계약했는데 그냥 받아들이자’여서 집을 못보고 입주를 했던 것… >_< LKF에서 주는 자료는 그저 집 설계도와 집 안에 있는 옵션들 목록이 끝. 사진도 없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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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하도 자취방을 많이 옮겨보기도 했고 어릴 때도 이사를 많이 해서 이사엔 꽤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이사하는 거랑 둘이 살던 살림을 옮기는 건 천지차이였다…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맥시멀리스트였던가?? 출산이 얼마 안남아서 내가 무거운 걸 못드는 데다가 남편 가족이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친구들에게 도와달라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이사업체를 불렀다.
   인터넷에서 flytthjälp + 지역명으로 검색하면 몇군데 나오는데 이사 역경매 사이트도 있다. 정보를 입력하니 이사업체 몇군데에서 견적을 보냈고, 그 중에서 하나 골라 예약을 했다. 엄청 비쌀 줄 알았는데 RUT-avdrag라는 ‘이사비용 세금감면’ 같은 게 있어서 그걸 적용하고 나니 꽤 괜찮은 가격이었다. 2킬로 떨어진 곳, 55제곱에서 91제곱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RUT-avdrag 적용해서 3500~4000크로나 수준으로 견적이 나왔다. (지역, 엘베 유무, 주차장과의 거리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대신 이거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세금감면을 받는 거니까 나처럼 돈 안버는 학생/무직 이름으로 신청해버리면 나중에 연말정산할 때 돈 뱉어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니 외벌이 가족이면 꼭 경제활동하는 사람 이름과 주민번호로 예약해야한다.
   그리고 큰 가구는 알아서 미리 해체해놔야한다… 그래서 식탁, 책상 다리도 미리 떼어놨고, 문 달린 장롱도 문짝을 다 떼어놓고, 안에 유리선반이 달린 장도 유리가 깨지지 않게 다 분해해서 따로 운반했다. 침대도 다 분해해서 이사 전 며칠은 매트리스 위에서 잤다. 물론 추가요금을 내면 해체해주긴 한다. 추가요금을 내면 재조립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다 돈이므로 우린 그냥 다 스스로 분해하고 재조립했다. 날라다 주는 것에 그저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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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내에서 이사하는 것은 처음이라 몰랐는데… 이사할 때 전등을 다 떼어간다. 나는 우리집에 있는 램프들이 다 그 아파트에 딸려있던 건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고 다 자기 취향껏 사서 이사할 때마다 그걸 떼어다 다시 붙이는 거였다. 천장 전등을 하나하나 다 뗄 때 충격… 그래서 새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일단 스탠드 램프를 곳곳에 세워놔서 켜고, 각 방 천장에 전등을 설치한 거였다. 안 그러면 불 안들어와여…
  아 그리고 전기회사, 인터넷 회사에 이사 전 미리 연락해서 이사 당일날 전기 들어올 수 있도록 해결하는 것도 중요. 인터넷 회사에는 이사 3일 전쯤에 연락했는데 이사 4일차인 오늘에야 인터넷이 이전된 것 같다.(...라고 적었는데 결국 그날도 인터넷 안됐고 8일이 걸려 겨우 이전되었다) 이게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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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날짜를 잘 협의해서 하루만에 끝낼 수도 있겠지만 LKF는 입주일이 정해져있고, 예전 아파트를 나가는 날짜는 꼭 말일이어야 한다. 9월 1일에 새 아파트 입주인데 헌 아파트를 8월말일에 나가게 되면 짐을 하룻밤 어디다 둬야하는 거다. 물론 이사업체에 추가요금을 내면 하룻밤동안 짐을 맡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사 전날에도 남편이 밤근무였고 너무 스트레스 받고 싶진 않아서 9월에는 헌집도 월세를 내고 9월말에 나가는 걸로 해놨다. 그래서 9월 한달 내내 이사를 천천히 할 수 있으니 너무 여유롭구먼…
이게 정말 잘한 결정이었던 게… 이사업체에서 3.5톤 차량(25큐빅미터)이 왔는데 여기에 우리 짐을 다 못실어서 아직 옛날 집에 박스 열 다섯개가 남아있다… (물론 추가로 실어줄 수 있지만 그러면 추가요금…) 이사업체가 온 게 오후 한시였고, 새집으로 다 날라다주고 떠난 게 오후 다섯시였는데… 이미 날라 준 짐만 해도 많은데 헌집에서 박스를 추가로 더 가져올 엄두가 안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9월 중에만 옮기면 되어서 가구조립과 짐정리를 먼저 대충 해놓기로 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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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사 청소… 월세로 살다가 나가면, 이사하고 나서 헌집을 깨끗이 청소하여 집주인한테 검사를 받아야 이사가 끝나는데, 청소 검사를 꽤 꼼꼼하게 하므로 (제대로 안되어있으면 청소비 명목으로 돈 뜯어감…) 웬만하면 청소업체 부르라고들 한다. 남편은 청소천재라서 그동안 항상 스스로 했다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스스로 할 일정과 체력이 안되어서 결국 청소업체 견적을 받아 정했다. 이것도 RUT-avdrag 적용해서 55제곱 기준 2100크로나에 계약함. Städgaranti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하는데, 청소하고 나서 검사에 통과하지 못했다거나 할 때 통과할 때까지 다시 청소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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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는 인터넷으로 Skatteverket 홈피 가서 flyttanmälan을 하면 된다. 이것도 며칠 걸리기 때문에 이사하기 전에 미리 할 것을 추천한다. 전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아직 안한건지 처리가 안된건지, 주소 조회하면 아직도 그 사람들 이름이랑 우리 이름이 같이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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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나서 집 구석구석 고장나거나 부서진 데 찾아서 증거 남기는 거는 너무 당연한 얘기… 서울에서 하도 자취방 집주인들한테 당할 뻔한 적이 많은데>_< 여튼 지금 새로 이사온 집도 소소하게 부서진 것들이 있어서 다 증거 남겨놓고 있고 조만간 리스트 작성해서 LKF에 보내려고 한다. 고쳐줄 수 있는 거면 고쳐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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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리할 게 한참 남았다. 이사하기 전이나 이사도중에 애가 나오면 어떡하나 하며 급하게 출산가방 싸서 왔었는데, 다행히 아가는 아직도 뱃속에서 잘 놀고 있다. 출산예정일은 10일 남았고, 어제 드디어 미역국을 비롯해 각종음식을 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본격 셀프산후조리 준비 시작… 오늘은 아기 옷 빨래를 드디어 시작했고, 내일은 아마 시댁에 두었던 아기침대와 기저귀갈이대를 옮겨올 수 있지 않을까? 이삿짐 정리는 언제쯤 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옛집 안뇽… 빨리 새집도 이쁘게 꾸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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