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아기가 태어난지도 30일, 한 달이 된다. 그리고 내가 부모가 된지도 한 달이 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삶이 확 바뀐다던데 그건 정말 맞는 말 같다. 아이가 태어나도 우리 삶을 너무 아이에게만 맞추지 말고 각자 개인 시간도 갖고 ‘자신’을 지켜나가자고 다짐했지만, 신생아 부모에게 그건 사치처럼 느껴졌다. 내가 배고픈 것보다도 아이가 배고프지 않고 잘 자도록 살피는 게 늘 먼저였다. 첫째주에는 황달끼가 있어서 걱정이었고 둘째주에는 아이가 체중이 늘지 않고 더 줄어드는 바람에 ‘아이 체중 늘리기’가 우리의 최대 과제였다. ‘완전 분유만 줄까 이대로 혼합수유를 계속할까’를 늘 고민하다가, 셋째주에는 별안간 젖몸살이 찾아와 며칠동안 열이 38도 넘게 나며 온몸이 아파서 ‘낫기 위해’ 수시로 모유수유를 했다. 그러다보니 넷째주부터는 애가 더욱더 모유를 찾고 젖병을 거부하는 횟수가 늘고 있어 걱정이다. ‘아이를 먹이는 것’이라는 미션 하나에 생각할 것도 많고 이벤트도 많고…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걱정을 하게 될까. 잘 할 수 있을까.
한때 ‘내게도 모성애가 있을까’ 고민했지만, 아이가 젖병 안빨고 고개 휙휙 돌릴 때 속상하고 어디 아픈가 걱정되고 한방울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하는 이 마음이면 충분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약간의 요령이 생기고 여유도 좀 생겨서 그런지 이제 아이가 이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어떻게 너처럼 귀여운 걸 만들었지?’라는 말도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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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올해 50번째 자소서를 썼다. 남편이 1월부터 10개월간 육아휴직을 쓰기로 신청해놔서 더 마음이 조급하다. 100개까진 안쓰고 일할 곳을 구할 수 있음 좋겠는데, 불경기로 인해 신입을 안뽑고 경력자만 찾는 취업시장이 야속하다. 왜 하필 내가 졸업하고 나니 취업시장에 이런 한파가 들이닥치는 것인가! 그래도 책임져야 하는 아기가 있다는 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열심히 해서 니 분유값이랑 기저귀값은 벌어올게 아가…!
하지만 담주에 있을 면접 준비도 그렇고, 내일까지 코딩 과제 하나를 완료해서 제출해야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난다… 남편이 주말에도 일을 하고 어디 맡길 데도 없다보니 애가 잘 때 샤샤샥 해야하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휴우… (지금은 수유하면서 폰으로 블로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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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어느새 무럭무럭 커서 이제 50사이즈 옷이 다 작고 56사이즈도 팔다리가 좀 짧다. 기저귀 사이즈도 1단계에서 2단계로 바꿨는데, 호르몬의 노예인 신생아 엄마는 왜 이런 데서 울컥하는 거죠…? 별거 안했는데 아이는 열심히 크고 있었구나, 대견하다…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다들 ‘아가 금방 큰다, 지금이 그리울 때가 분명 올거야’라고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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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한 달. 요즘 아가는
-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노래를 부르면서 팔다리를 쭉쭉 늘려주는 걸 좋아한다.
- 눈이 점점 내 눈을 닮아가고 있다.
- 귀와 손과 발이 매우 크다.
- 귀에 이루공이 있어서 추가검진 한다했는데 도대체 언제 검진날짜를 잡아주는 건가….? 별 거 아니길 바랄뿐이다.
- 목욕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번 시켜줬는데 더 자주 해줄까
- 생후 4일차부터 매일 유모차로 산책을 나갔다. 평평한 길보다는 울퉁불퉁한 돌길을 좋아한다.
- 쪽쪽이는 안좋아하는 거 같은데 가끔 잠투정 엄청 심할 때 억지로 물려주면 효과가 있을 때도 있다.
- 지난 주까진 눕혀서 재워도 금방 잘 잤는데 점점 잠투정이 심해져서 걱정이다. 안아서 재워주길 원하는 걸까..? 등센서가 생길까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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