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9월이 되자마자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짐 정리를 하다보니 9월 중순이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9월도 다 가고 벌써 10월 10일이다.
아가는… 배부르면 잘 잔다. 배부르게 하기가 쉽지 않고 자주 배가 고픈 게 문제지만^^ 모유수유를 고집하지 않고 분유를 주면서 혼합수유로 가고 있는데 훨씬 편하다. 분유량을 점점 늘리고 있고 이러다가 자연스럽게 단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분유도 엄청 많이 먹고 기저귀도 금방금방 써서, 아기를 키우는 데는 돈이 확실히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번 학기에 온라인 수업 두 개를 등록만 해놓고 CSN을 타먹고(+마지막 학자금대출까지 다 땡기고) 있는데 그러길 아주 잘한 것 같다. 내년부터 열심히 갚아야하지만 그건 미래의 나에게 맡기자…
아기가 태어난지 17일. 남편의 출산휴가가 곧 끝난다. 그는 지금 이 생활이 만족스러워서 하루라도 빨리 육아휴직을 쓰고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내가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하므로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고 오늘은 한 군데 면접을 보았다. 오랜만에 한시간동안 떠드니 힘들었다… 덴마크 회사였는데 그들은 알고 있는 걸까? 나는 덴마크 취업비자가 필요하다는 걸… 다음 기술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줘서 어떻게든 비자 서포트도 해주고 날 고용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데, 그래서 거실에서 수유할 때는 유튜브로 기술면접 관련 영상을 틀어놓고 그나마 틈틈이 보고 있다. 하지만 코딩테스트 연습할 시간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지원서도 더 뿌려야하는데 자소서 언제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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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라는 건 절대 금방 생기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아기가 어디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애가 나를 하나도 안 닮아서(누가 봐도 남편 판박이다…) 첫주는 정말 ‘네가 정말 내 아들이니‘ 할 정도로 어색했다. 배고프다고 울 때마다 나도 너무 지쳐서, 밥달라고 가슴팍으로 달려드는 애가 징그러워보이고 악몽도 꿨는데, 이제 그러지는 않지만 아들의 존재는 아직도 어색하다. 의식적으로 계속 아기한테 말을 걸고 귀엽다, 이쁘다 라고 얘기해주고는 있지만은 아직도 가끔 아기 이름 부르는 게 어색하다. 어제는 출산 후 처음으로 혼자 밖에 나가 염색도 하고 세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너무 나쁜 엄마일까, 얘는 어쩌다 이런 엄마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엾기도 하다. (그래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아빠를 만나 다행이구나) 나에게는, 아기가 수행해야할 하나의 과제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낳았으니 어떻게든 의식주는 책임지고 해결해줘야하는 그런 존재. 검색해보니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아 좀 위안이 되긴 하는데… 달라지겠지? 아가를 그냥 보기만 해고 너무 사랑스러워보이는 그런 날이 곧 오긴 오겠지…?
생각해보니, 혼자 살다가 둘이 살기 시작하면서도 가끔 그게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서울에서 살던 7평 남짓한 작은 자취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었고, 혼자 살았던 시절의 꿈을 꾼 적도 많았다. 한 일년쯤 지나고 나서야 둘이 사는 생활이 완전히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러니 셋이 사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죄책감 갖지 않고 나에게 시간과 여유를 주기로 다시 다짐해본다. 엄마라는 역할과 셋이서 사는 이 생활이 분명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질거야,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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