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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3

11월, 45일

by Bani B 2023. 11. 8.
가을도 이제 다 갔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날짜를 세는 방법이 바뀌었다. 오늘이 11월 며칠인지는 좀 헷갈리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 45일째라는 거는 안다. 예수의 탄생으로 서기가 시작되듯이 우리집 달력은 어느새 아기 탄생일이 기준이 되었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만 다니다가 지지난주부터는 버스도 타고 다니고 있다. 버스탈 때는 앞에는 아기띠, 뒤로는 백팩을 메고 다녔는데, 그저께 처음으로 유아차를 가지고 버스를 타봤다.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앞으로도 웬만하면 유아차로 다닐까 싶다. 비나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아기띠 하고 걷는게 좀 위험할거 같기도 하고. (내가 하도 덤벙거려서 잘 넘어지는지라…)

우리동네 시내버스 사진이다. 이 동네만 그런 게 아니라 아마 스웨덴의 거의 모든 버스는 이렇게 유아차, 휠체어를 위한 공간이 있을 거다. 이 버스에는 무려 이 공간이 양쪽으로 두 군데(하나는 내가 아기와 함께 이미 차지하고 있고 사진 속 저기는 또 다른 하나)가 있다. 즉 유모차 두 대 쯤은 넉넉하게 들어가고, 사람들이 서있다가도 유아차가 오면 비켜준다. 모든 버스가 저상이라서 혼자 유아차 가지고 탑승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휠체어 혼자 타는 사람이 있으면 기사님이 뒷문으로 가서 도와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단 한번도, 휠체어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스웨덴 와서는 매우 자주 본다. 한국에 장애인이 적어서가 아니라 나갈 수가 없는 환경이라 그랬다는 걸 매번 생각한다.

이 사진은 스코네트라피켄 홈페이지에서 퍼왔지만 나도 이걸 본 적이 있다. 시내버스는 아니고 광역버스에서 봤던 것 같다. 저렇게 좌석 뒷부분을 펴면 유아전용석이 된다.

아이가 없었을 땐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당장 내년에 아기가 돌쯤 되었을 때 한국을 방문하려 하는데 가장 큰 걱정은 뭐니뭐니해도 ‘이동’이다. 공항에서 부모님댁까지 어떻게 간담… 시외버스 한번이면 가긴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타려면 카시트가 있어야하는데, 찾아보니 우등버스 벨트 규격 때문에 카시트 설치가 쉽지 않다 해서 택시를 타야하나 싶다. 근데 카시트 설치 택시를 타면 집까지 20만원…
그거쯤이야 내고 갈 수 있지만, 한국에서 머무는동안 이동은 어떻게 할까 싶다. 자가용이 없으므로 어디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데 저상버스가 거의 없는 지방도시에서 유아차를 가지고 버스를 탈 수 있을리 없고… 승객이 앉기도 전에 출발해버리는 시내버스를 아기띠하고 타기도 불안하다. 결국엔 또 택시인데… 카시트를 매번 들고 타야하는가. (안전상 아이를 안고 택시타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많은 서울에 가는 건 언감생심일듯. 시외버스로 한시간이면 가지만 아기를 데리고 시외버스를 탈 수 있을것 같지 않다. 결국… 그냥 동네에만 있어야할 것 같다.
이러니 자가용 없으면 애 못키운다고 하지… 가까운 데도 자가용 없으면 가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애 데리고 어딜 자꾸 나가려고’라고 하겠지만 아기를 데리고 어딜 가야만하는 자가용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게 아닌가. 제발 대중교통을 대대적으로 개선했으면 좋겠다.

고개를 제법 든다

45일을 맞은 아가는 오늘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했다. 키가 부쩍 큰 것 같고 매일 더 무거워지고 있다. 5킬로가 이렇게 무거우면 앞으로 어떻게 얘를 안는담… 이제 고개도 제법 오래 들어서 터미타임이 더 재밌다. 깨어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같고, 놀아주면 잘 웃는다.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주변에 사람들 많으면 보조개까지 발사하며 엄청 웃는다. MBTI는 분명 E일거야…

취준생으로서의 나는 이제 올해 87번째 자소서를 썼고… 이번 10-11월에 쓴것만 치면 50개 정도 되나? 아직도 거절메일이 오지만 다행히 간간히 면접도 잡히고 코딩테스트도 잡혀서 남편이 쉬는날 몰아서 보고 있다. 제발 빨리 뭐가 좀 결정되었음 좋겠고, 12월은 취업걱정없이 아가랑 여유롭게 놀고 싶다. 지금은… 많이 놀아주고 싶어도, 면접 준비랑 테스트 준비를 해야하니 자꾸 재우려고 하거나 아기띠 하고 그냥 내 할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은데, 아기랑 더 많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게 아쉽고 더 많이 못 놀아주는 게 미안하다. 엄마가 이번주랑 담주도 열심히 해서 빨리 취직을 해볼게. 12월엔 더 많이 놀자.

이것은… 중고로 판매하고 싶은데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판매하지 못하는 제품이다. 네이버 카페에서 몇번 시도했다가 글이 자동삭제되어 팔지 못했다. 휴우ㅠ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혹시 관심이 있으신분, 궁금하신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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