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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23

12월

by Bani B 2023. 12. 19.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아기 얘기는 나중에 따로 써야겠다.


11월 말에 눈이 많이 왔다. 스코네에서는 드문 일이다… 특히 눈이 이 정도로 쌓이는 일은 잘 없는데 이 날은 눈이 전날과 오전 내내 펑펑 내려 이렇게 되었다. 오후에 약속이 있었는데 나갈까말까 고민하다 아기와 함께 길을 나섰다. 버스탄 것도 좋았고 눈도 오후에 그쳐서 좋았는데 내린 후 버스정류장에 눈이 하나도 안 치워져있어서 조금 난감했다… 눈이 쌓이면 유모차를 힘껏 밀어도 앞으로 잘 안나가는구나…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여 맛난 매생이전을 얻어먹었다. 매생이전을 위해서라면 눈보라 쯤이야…!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보고는, 방풍커버와 유모차 온열매트 이야기를 하며 우리 아기를 걱정(?)해주었지만 아가는 찬공기가 좀 들어오고 해야 잘 자는 것 같다. 한국의 매서운 겨울날씨나 스웨덴 북쪽이면 몰라도 스코네에선 이 정도로 그럭저럭 괜찮은 듯!


지난 여름에 이미 우편으로 학위증을 받았지만 졸업식은 12월에 했다.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신청해야했는데, 한번에 120명 정도밖에 못들어가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다. 다들 일을 해서 그런지 오후 4시 식은 5분도 안되어서 마감이 되었다던데, 낮 12시 식은 며칠이 지나도 자리가 널널했다. 안가려다가 유튜브로 생중계를 해준다길래,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뭔가 소소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해서 가기로 했다.
친구를 꼬셔 같이 가기로 했는데 당일날 친구는 감기로 불참하고ㅠㅠ 그나마 친분이 있던 애들은 한명도 안와서 졸업식 내내 아주 조용히 있다가 돌아왔다… 아싸는 역시 이런데 가는 게 아니었어…

한명씩 나와서 사진 찍음… 남편은 ‘독립운동하러 가냐’고 놀렸지만 사놓고 한번도 안입은 개량한복을 이렇게 개시해서 좋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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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한국에서 엄마랑 동생이 와서 열흘동안 머물고 갔다. 오는 날에 갑자기 KLM이 암스테르담-코펜하겐 항공편을 취소해서 8시간이나 대기하고 저녁늦게 온 그들ㅠㅠ

안으면 부서질까 무서워 손주를 감히 못안고 바라만 보는 할머니


첫날엔 아직 눈이 쌓여있었어서 그나마 밝아보임+크리스마스 장식+7년만에 스웨덴을 와서 그런지 처음에 그들은 매우 신나고 재미있어했지만, ’어쩜 이렇게 어두울 수 있냐…‘ ’내가 우울한 걸 잘 견디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기 날씨는 확실히 다르다‘라며 북유럽의 기나긴 밤과 우중충한 스코네 겨울날씨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여름과는 또 다른 것들을 잔뜩 보여줄 수 있었다. 동생은 남편이랑 둘이 말뫼 바다에서 kallbad(바닷가에 뛰어들어 목욕하고 사우나로 후다닥 달려가는 그런 거)를 하고 왔고, 나는 엄마랑 코펜하겐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동생이랑 엄마랑 셋이서 헬싱외르 나들이도 했고. 남편네 가족과 다같이 크리스마스 디너도 했고, 또 하루 날잡아서 glöggkväll(크리스마스 디저트와 함께 따뜻한 와인 마시는 거)도 했다.

겨울에 Kronborg성에 간 건 처음인데 정말 우중충하군
12년만에 와본 룬드 민속박물관 Kulturen. 입장료가 비싸지만 실내/실외 전시 모두 매우 알찼다


그리고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Luciakonsert도 다녀왔는데… 하, 루시아 콘서트가 그렇게 빨리 매진되는 줄은 몰라서 넋놓고 있다가 domkyrkan이랑 universitetshuset에서 하는 거는 다 놓치고, 어쩔 수 없이 근처 다른 교회에서 하는 걸 예매했는데 실수였다… 한사람당 200크로나나 하니까 당연히 잘하는 줄 알았는데 합창단 실력도 별로고 관람객 제한도 안해서 어린애들 막 뛰어다니고 빽빽 울고… 룬드에서 루시아콘서트 돈주고 볼거면 무조건 저 둘을 노리십쇼… 그래도 엄마는 아침 7시에 티비로 본 루시아 콘서트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그들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 아기를 보는 것이었지만. 같이 조금 이른 백일 사진을 찍어볼까 해서 glöggkväll할 때 백일 한복을 입혀봤는데 아기님이 성이 나셔서 실패ㅠㅠ 그래도 엄마가 백설기랑 수수경단 키트를 사와서 해주셨는데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아기 옆에 찰싹 붙어서 뚫어지게 쳐다보다 가셨는데, 공항에 가서도 아기 얘기만 하는 걸 보니 한국이랑 스웨덴이 멀리 떨어져있는게 새삼 더 아쉬웠다. 아빠는 이번에 같이 못왔는데, 엄마 얘기를 듣고 더 부러웠지 않았을까 싶다. 내년 여름이나 가을에 꼭 한국에 가서 한국 가족들이랑 아기 첫돌을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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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지난 주말에는 동네 언니들과 아기의 백일 사진을 찍었다. 혼자 찍었으면 귀찮아서 분명히 대충대충 하고 말았을텐데, 우리 아기보다 열흘 가량 먼저 태어난 아기가 있어서 그 집과 함께 같이 찍다보니 +또다른 언니가 와서 거들어주다보니 아주 훌륭한 백일상이 완성되었다. 아기들의 컨디션을 맞추는 게 가장 큰 과제였지만…>_<

언니1에게서 빌린 소프트의자(+대충 매트리스 커버 씌움), 언니2가 가져온 과일, 내가 한 백설기와 수수경단, 집에 굴러다니던 거북이 장식을 합치니 제법 그럴듯하다

아기는 사실 올해 마지막 날에 백일을 맞는다. 그리고 그 날은 남편의 육아휴직 전 마지막 출근일+밤근무라서, 아기와 둘이서 새해를 맞이할 것 같다. 아가는 밤 10시에 재워버리고 혼자 맥주 한잔하며 영화 한편 보며 새해를 맞아야지. 바쁘고 정신없었던 한 해였지만 마지막날만큼은 아주 여유롭고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 아가야 부디 잘 자줘. 불꽃놀이 소리에 깨지 말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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