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난지 두 달이 지났고 내일모레면 생후 9주다. 5주까지는 시간이 참 안가고 아기랑 딱히 놀아줄 것도 없어서 그닥 재미가 없었는데, 6주차부터 점점 아기가 좀 재미있어지더니 8주인 지금 꽤 인간 같아지고(!) 재밌어졌다.
1. 먹
지난주까진 진짜 잘 먹었다. 모유는 간식 수준으로 먹고 분유를 매번 90-120밀리씩 먹였다. 이제 1월부터 일하니까 슬슬 모유도 끊을 참이었다. 근데 이번주에 분태기가 왔는지 젖병만 보이면 난리를 친다… 말 그대로 쌩난리를… 겨우겨우 먹여도 10-20밀리. 어쩔 수 없이 모유를 먹이고 눈감으면 슬쩍 젖병을 물려 조금이라도 먹이려 하고 있다. 이게 한두달 갈 수도 있다는데 으어어어엉ㅠㅠㅠㅠ 그냥 힘들더라도 조금씩 자주 주는 수밖에 없다는데 브레짜는 최소가 60이고… 자꾸 분유를 버리게 되는게 아까워서 손으로 탈까도 생각중이다. 에휴.
2. 놀
국민템 중 하나라는 타이니모빌을 주변 사람들이 추천했을 때에는 '이 모빌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국민템이라고 불리울만 하다. 사실 다른 모빌을 안써봐서 이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뽕을 뽑고 있는 아이템이다. 꼭 이 모빌이 아니더라도 허공에서 덜렁덜렁 움직이는 게 보이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인형도 공중에서 팔다리 덜렁덜렁거리게 흔들어주고, 내가 옷을 갈아입을 때도 옷을 펄럭펄럭하는 등 좀 요란스럽게 갈아입으면 아기가 좋아한다.
타이니러브 모빌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는 아기 얼굴을 보니 왠지 베이비짐도 타이니러브로 사야할 것 같아 아마존에서 세일할 때 구입했다. 집 바닥이 마룻바닥인데다 매트도 그리 폭신하지 않아서 터미타임할 때 머리 쿵할까봐 신경쓰였는데, 여기서 터미타임을 하니 그나마 좀 낫다. 오늘 오전에 내가 안보고 있을 때, 아기가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몸을 버둥버둥거려 뒤집는 데 성공했다고 남편이 그랬는데, 어쩌다 그렇게 된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런것만으로도 엄빠는 그저 흐뭇합니다ㅠㅠㅠㅠㅠㅠ 하루 세번 터미타임을 시키고 있는데 좀더 빡세게 시켜야겠어<
8주인 지금, 얘는 뭔가... 심봉사가 눈을 뜨듯이 뭔가에 눈을 뜬 것 같다. 수시로 주변을 둘러보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재밌는게 있으면 꺄르륵 웃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먹잠에서 먹놀잠으로 가는건가보다... 예전에는 졸리거나 배고플때만 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지루해서 우는 게 추가되었다... '나를 안고 집안을 돌거라 애미야' 라고 하는듯... 그래서 애를 안고 집안을 이곳저곳 보여줬다가, 베이비뵨 바운서에 앉혀서 모빌감상시간을 좀 가졌다가, 베이비짐에 엎어서 터미타임을 좀 시켰다가...를 반복하다가 재운다.
3. 잠
아가는 그래도 잠을 꽤 잘 자는 편인 것 같다. 6주차부터 아기침대에 따로 재우기 시작했는데 별로 반항하지 않고 잘 잔다. 중간에 깨도 엄청 배고프지 않으면 다시 잘 잠드는 듯. 낮밤을 확실히 구별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제 낮이 확 짧아져서... 서너시쯤 낮잠자기 시작하면 서너시간동안 그냥 푹 잔다. 그리고 여서일곱시쯤 일어나서는 저녁 내내 깨어있는다. 우리 아가의 일과는 대충 이렇다.
밤 12시: 취침
새벽 3-4시: 살짝 깨서 울지만 완전 일어난건 아닌듯함. 젖 잠깐 물리고 눕히면 다시 잘 자기도 하는데 어쩔 때는 모유에 분유까지 먹여야하기도 함. 그래도 트름시키며 토닥토닥 하면 다시 잘 잠.
아침 6-7시: 기상. 이때도 나는 적당히 먹이고 트름시키며 다시 재우려 노력하지만... 다시 잠들었다가도 금방 깨서 낑낑댐. 그 낑낑대는 소리에 나도 잠 다 깸.
오전 9시: 밥을 또 먹고 신나게 노는 시간. 아빠랑 터미타임 맹연습
오전 11시쯤 살짝 잠들었다가 12시에 또 밥먹고 놈.
오후 1시: 남편 출근할 때 같이 유아차 끌고 나가서 일터까지 배웅해주고 산책.
오후 2시: 집에 돌아옴. 아가가 여전히 자고 있으면 땡큐지만 보통 집에 돌아오자마자 깸
오후 3시: 밥먹고 다시 잠듬
오후 6시: 꼭 내가 저녁먹으려고 할 때 깸.... 얘도 밥먹고 이제 놀기 시작
오후 8-9시: 애가 눈이 감기는 것 같고 나도 지쳐서 이제 재워볼까 노력하지만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다시 잠이 깸.
오후 10시: 남편 퇴근하고 귀가. 아가의 모빌감상타임 시작
오후 11시: 마지막 수유하고 불끄고 슬슬 자야할 시간이라고 시동걸기 시작. 12시 취침
보통 이런 패턴인데 저 낮잠시간에 남의집에 간다? 또는 우리집에 손님이 왔다? 그러면 잠을 매우매우 잘 잔다.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 소리가 자장가인듯... 그래서 집에 혼자있을 때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대화하는 척했지만 그건 통하지 않았다ㅠㅠㅠㅠ
참, 침실이 좀 추운데 아기침대 매트리스커버도 차가워서 애기를 눕힐 때 바로 깨서 담요를 하나 깔았다.
여기다가 아기이불을 덮어주고 재웠는데, 며칠 전 아기가 낑낑대는 소리에 깨서 보니 이불이 아기 얼굴을 덮고 있어서 식겁함…. 발만 덮는다고 덮었는대 하도 푸더더덕 발로 차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sovpåse를 사서 입힐까 고민하다가 그게 가격이 은근 나가고… 그대신 며칠전부터 좀 얇은 åkpåse를 침대에 두고 재우는데 딱이다.
4. 아기 이름
우리 애의 스웨덴 이름은 바로,
삐삐 롱스타킹보다 얘가 더 인기가 많은 느낌인데 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은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다… 여튼 이 유명한 녀석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어디 가서 얘 이름을 말하면, 영화에서 저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성대모사를 다들 한번씩 한다… 심지어 경찰서에 아기 여권만들러 갔는데 사진 찍는거 도와주시던 분들도 저 작품을 언급함… 이쯤되면 저 책을 읽어보든가 영화를 보든가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이 아이의 스웨덴 이름을 전혀 부르지 않아서 밖에서 누가 얘를 스웨덴 이름으로 부르면 어색하다. 우리는 한국이름으로 부르거나 아직도 태명을 부른다. 아이의 태명은 ’강남‘이었지… 근데 이름에 쫙쫙 붙어서 아직도 그렇게 주르는데 이럴거면 이름을 그냥 강남이라고 지을걸 그랬다.
5. 모성애
아직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가끔 낯설지만 아기는 정말 귀엽다. 뭘 해도 사랑스럽고 대견하고 그렇다. 심지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을 줘서 똥을 싸는 것도 대견하고 고개 두리번 거리면서 이것저것 보려고 하는 것도 ’얘가 벌써 이렇게 컸어ㅠㅠ‘라고 하며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1월 출근 역시 너무 기대가 된다. 아기랑 떨어져있는 게 아쉽지 않냐, 괜찮겠냐고들 하는데 전혀요….>_< 아기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나랑 놀면 되는데 왜…? 그래서 잠시 나의 모성애를 의심했지만 결론은, 이거랑 모성애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집에 두고 일하러 간다 해서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게 아니다. 아빠가 일하러 간다고 해서 부성애를 운운한다거나, 아빠에게 ’괜찮겠어?‘라고 질문하진 않는것 같은데 엄마가 일하러 간다하면 저런 질문이 쉽게 따라오는 것 같다. 아뇨 전 괜찮습니다!
6. 베베메모
매일 카톡으로 한국 가족 단톡에 아기 사진을 보내다가 어플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베베메모’라는 앱을 이용중인데 아기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날짜별로 정리가 되어 보기 편하고, 가족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도 있다. 영어도 지원되어서 스웨덴 가족들한테도 초대링크를 보내 사진을 공유하고 있는데 양가 모두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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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주의 우리 강남이는 키가 62센치 조금 넘었다. 옷은 벌써 사이즈를 두 번 바꿔서 62/68을 입기 시작했다. 언제 이렇게 컸어 내새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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