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이 예정일이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정일 며칠 전에 부랴부랴 친구에게서 자전거 펌프를 빌려 짐볼에 공기를 채웠고 틈틈이 타긴 했지만 정말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 애가 빨리 나온다길래 그것도 해봤는데 잠잠하다. 긴 산책이 최고라길래 매일 한시간씩 걷고 있는데 아주 평온하다. 쪼그리고 앉아서 걸레질을 해본다던가 매운 것을 먹어본다던가... 다 부질없다. 이건 다 아기 마음이다. 자식 마음은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매일매일 깨닫고 있다.
예정일 이후 사흘이 지났다. 아가는 확실히 전보다는 아래로 내려온 것 같다. 발은 여전히 윗배를 차긴 하는데 머리로 아래를 꾹꾹 누르는 느낌이 더 심해지고 아랫배 태동이 굉장히 심해졌다. 손으로 도대체 뭘 하는 거니... 아니면 회전을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쭉 아래로 나와주면 참 좋을텐데. 밤 9시 이후로 태동도 엄청 활발하고 밑빠짐 통증도 심하고 어쩔 때에는 허리도 아프면서 가진통처럼 아프기도 하는데 아침이 되면 멀쩡하다. 보통 밤이나 새벽에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온다던데, 나는 그냥 새벽에 조용히 화장실만 간다. 이슬 비치고 그런 것도 없다... 어제는 심지어 화장실도 한번 안가고 쭈욱 아침까지 잤다. 나도 이제 좀 진통을 느껴보고 싶은데 언제쯤 나올거니 아가...?
지난 주 검진 때 조산사에게, 예정일에 아기가 안나오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고, 예정일로부터 6일이 지난 날에 검진을 잡아줬다. 원한다면 그때 내진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 뭐... 내진이 자극이 되어서 진통이 시작되는 사람들도 많다니까 그때라도 제발 자연진통이 시작되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날 병원 분만실에 전화를 걸어서 예정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고 말하고 검사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아마 거기 가서 초음파나 태동검사 같은 걸 하고,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 일정을 잡게 되는 것 같다. 초산은 유도분만 실패도 많다던데ㅠㅠ 살면서 수술이란 걸 해본적이 없어서 겁이 조금 나는데 제왕절개만은 제발 피하고 싶다. 아가야 제발 오늘이라도 나와주면 안될까ㅠㅠ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병원 분만실로 산책을 다니고 있다. 순산기원...
정말 심심하다. 인생에서 이렇게 심심한 날들이 있었나... 아마 수능 끝나고 대학지원하고 나서 합격발표 나기까지 그 기간에 느꼈던 심심함이랑 비슷한 것 같다. 그 때 이후로는 별로 심심한 날이 없었지... 9월 되고 나서 한창 이삿짐 풀고 정리하느라 바빴지만 이제 그것도 다 했고... 지난 주부터는 아무 데도 이력서를 돌리지 않았고 면접보자고 연락온 곳에다가는 사정을 설명하고 10월로 면접을 다 미뤘다. 아가용품 정리나 빨래도 다 했다. 산후조리 준비하겠답시고 음식도 엄청 많이 해서 얼려뒀는데 이제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서 더 얼릴 수가 없다. 육아서적을 부지런히 읽었는데 이제 지겹다... 그냥 빨리 아기가 나와서 실전으로 넘어가고 싶다. 유튜브로 이것저것 봐도 내용도 이제 거기서 거기고... 출산을 하고 나면 이 여유로운 날들이 그리워지기야 하겠지만 이제 진짜 좀 바빠지고 싶다. 그리고 나는 1월부터 일을 하고 싶은데 아기가 빨리 나와줘야 회복할 수 있는 날들도 더 길어지니까 제발 하루라도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남편도 다음 주에는 밤근무가 잡혀있어서 이번 주에 나와줘야 그 귀찮은 밤근무를 출산휴가로 쨀 수 있게 된다. 아가야 눈치챙겨... 효도하려면 지금이야...
'스웨덴 생활 팁 > 임신,육아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웨덴 출산 후 - 조리원도 산후도우미도 없는 첫 열흘 (2) | 2023.10.04 |
---|---|
스웨덴 출산기 - 말뫼 병원 (6) | 2023.09.29 |
스웨덴 임신 검진일지 (0) | 2023.09.12 |
육아용품 관련 스웨덴어 정리 - 나는 무엇을 샀는가 (0) | 2023.09.11 |
임신 37주 (2) | 2023.08.24 |
댓글